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괴물과 싸우려다 괴물이 되지 맙시다.

온생명 조회수 : 8,784
작성일 : 2012-12-21 09:48:15

다들 너무 힘드시지요? 어제 어느 분이 이런 질문을 하셨어요

여러분은 지금 어느 단계입니까?

 

퀴블러로스의 죽음에 대한 5단계

1단계-부정

예기치 못한 충격에 대한 자기 방어로 볼 수 있으며 현실에 대한 혼란과 아픔을 이겨내고자 하는 단계

2단계-분노

분노의 타겟을 죽음의 원인이 아닌 타인이나 제3의 원인에게 돌리는 단계

3단계-협상

본인의 죽음을 인지하지만 인정하지 않고자 하며 이를 위해 신과 타협하고자 하는 단계

 4단계-우울

현실을 직시하고 잃는 것과 헤어질 것을 안타까워하는 극도의 의기소침의 단계

 5단계-수용

이제 죽음을 완전히 받아들이면서 남겨진 자까지 생각할 만큼 안정과 앞날의 소망까지 갖는 단계

 

선거 끝난 직후라 아직 2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분들이 많을 듯합니다.

박근혜에게 몰표를 준 어르신들에 대한 원망, 특정 지역에 대한 원망.....이런 글들이 베스트에 많이 올라와 있네요. 그런 심정 이해는 하지만 빨리 마음 추스르고 5단계로 나아가야 됩니다.

 

이번 선거에 실패한 것은 어르신들 탓도 아니고 특정 지역 탓도 아닙니다. 박근혜가 후보로 나왔을 때 박정희 향수에 젖은 어르신들의 몰표는 이미 예견된 일 아니었나요? 한편으론 독재자의 딸이기 때문에 젊은이들의 투표율을 높인 면도 있습니다. 경상도 지역에서도 지지 않았어요. 그 정도면 젊은이들은 거의 문후보에게 표를 몰아주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민주당이 예상한 최대치 보다 20만 표나 더 나왔다고 합니다.

 

문제가 되는 세대와 지역은 오히려 수도권과 50대입니다. 노무현을 찍었던 세대가 집값 하락과 안보불안으로 박쪽으로 많이 돌아섰다는 분석입니다. 민주당의 공약은 너무 20,30대 젊은층에 집중되어 있었고 하우스푸어나 집값하락으로 고통받는 중산층에 대한 대책이 없었다고 합니다. 이정희 후보가 안보불안감을 자극하고 보수층의 결집을 부추킨 면도 있고요.선거는 각 계층, 세대의 요구에 대한 분석을 기반으로 전략을 세워야하는데 민주당이 그 부분이 약합니다. 민주당에도 여의도연구소 같은 연구센터가 있는지 잘 모르겠는데 없다면 앞으로 반드시 만들어서 치밀하게 준비해 나가야 합니다.

 

전술도 중요합니다. 여론 조사 발표공지 직전에 문후보가 밀리고 있었지만 18일에는 방송3사 여론조사에서 문후보가 모두 앞섰습니다. 3차토론 이후에 박의 실상을 깨달은 부동층이 많이 문재인을 지지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선거 당일에도 문후보가 앞서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고 우리는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습니다. 그 소문을 도대체 누가 퍼뜨렸는지 모르지만 민주쪽이었다면 팀킬이고 새누리쪽이라면 고도의 전술이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오후에 강남 투표율이 높았던 것은 박후보에 대한 실망으로 기권하려던 층이 위기감에 대거 투표장으로 나와서 박에게 한 표 던진 것이지요. 경상도에도 근혜가 빨갱이에게 밀리고 있다는 문자가 엄청 돌았다고 하더군요. 2002년 대선에서는 오후에 젊은이들이 대거 투표하여 이겼는데 이번에는 반대현상이 나타난 것입니다. 19일 오후에 딴지일보가 검색어 상위에 떠서 들어 보았더니 아주 다 이긴 듯이 좋아하다가 5시 40분이 되어서야 결과가 안좋을 것 같다고 투표 독려하라고 하더군요. 설사 압도적으로 이기고 있더라도 방심은 금물인데 박빙 우세에 샴페인을 미리 터뜨린 건 선거전술에서 참패한 겁니다.

이제와서 이런 애기하면 무엇하냐는 분도 계시겠지만 이제 남탓보다는 원인을 직시하고 앞날에 대한 소망을 갖는 4단계로 나아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찍은 사람들에 대한 원망은 당장은 속이 시원하겠지만 그 때문에 상처 받는 분들도 많다는 점도 명심해야 합니다. 보수는 옳음 보다는 지연, 학연, 이해관계 등으로 뭉치기 때문에 조용하지만 결속력이 강합니다. 진보는 도덕성과 가치에 기반하기에 순수하고 정의감에 넘치지만 자칫 남들과 경계를 짓거나 독선에 빠질 위험이 있습니다. 젊은분들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앞으로 인구구조의 변화로 젊은이들의 힘만으로는 안 되는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콘크리트 새누리 지지층이 45%정도 된다고 합니다. 그들은 포기해도 나머지 55%가 민주주의의 편이 되려면 어떤 자세를 가져야하는지 많이 고민해야 합니다. 십알단들의 글과빨갱이, 절라디언 종북좌파좀비들...이런 말에 많이 상처 받으셨겠지만 괴물과 싸우다가 우리가 괴물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나와 다른 의견도 존중하는 관용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오늘 아침 베스트 글에 뉴스타파 모금 글을 보았습니다. 거기 달린 수 많은 댓글을 보면서 벌써 5단계에 이르러 앞날에 대한 소망을 갖고 남들까지 배려하는 사람들이 많아짐을 보고 아직도 우울감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제 자신이 부끄럽습니다. 저도 동참하겠습니다.

 

이번에 정말 열심히 뛰신 젊은 분들 여러분이 우리나라의 희망입니다. 이렇게 말도 안되는 언론 상황에서 48%의 지지율이 나온 것은 다 여러분 덕분이고 다음번에는 이번 실패를 딛고 잘 될거라 믿습니다.

 

선거패인에 대한 분석은 한겨레 기사를 많이 참고했습니다.

IP : 124.50.xxx.31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2.12.21 9:50 AM (121.129.xxx.70)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2. 네~~~
    '12.12.21 9:50 AM (115.126.xxx.82)

    이제 누구탓 누구탓은 어제로 끝~~~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이 상황을 대처해나갈지 현명하게 판단하고 행동하면 됩니다.

    앞으로 문재인지지자탓~이정희탓~민주당탓 하는 사람들은
    네티즌을 와해하려는 세력으로만 볼 겁니다.

    우리는 현명하게 대처해나갑시다!!!

  • 3. ..
    '12.12.21 9:51 AM (220.149.xxx.65)

    동감합니다

    민주당은 선거를 전략적으로 짜고 분석하고 대책을 연구할 팀이 필요합니다
    언제까지 인물 하나에 매달려
    감성에 매달려
    SNS에 매달려 선거 치를 겁니까?

  • 4. 아직은
    '12.12.21 9:53 AM (218.146.xxx.80)

    감정 정리가 필요해요.
    놔두세요.
    화내고픈 사람은 화내고, 울고픈 사람을 울게 내버려 두세요.
    일단은 풀고 봅시다.
    그리고 난 후 차근차근 방법을 강구합시다.

  • 5. .....
    '12.12.21 9:57 AM (124.54.xxx.201)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저에겐 원글님의 글도 치유에 큰 도움이 됩니다.
    고맙습니다.

  • 6. 동감...
    '12.12.21 10:00 AM (121.130.xxx.99)

    그한표가 아쉬워...
    해외출장간 남편도 불러들였습니다.
    설마...하던 그남편이 망연자실...
    그래도 최선을 다했기에,
    마누라한테 5년 내리 구박 받을일은 없지요.
    5년 견뎠고,
    까이꺼,5년 더 버틸수 있습니다.
    살아남은자가 강한거지요.
    조선왕조는 멸망했습니다.
    민초는 살아남았지요...
    청와궁의 앞날도...
    왕조세습 못지 않은 이시절도...지나가리니..
    정의와 공의로움이 강물처럼 넘쳐나는 그때를 기다리며,
    살고 견디고,교육시키고...
    돈도 많이 벌고,아껴...
    새로운 민주화의 동력이 되어야지요.
    남탓하는거...
    패배의 인정일뿐....
    치밀하게 분석하되,
    소모성 비판이 되어서는 안되요.
    우리가 이겼던 선거마다...
    고마운 x맨이 있었다는거...
    보수를 분열시키지 않고는 승리는 영원히 없어요.
    노령인구의 증가 ,100세 시대를 이길 방법이 없어요.

  • 7. 우울
    '12.12.21 10:10 AM (50.76.xxx.162)

    우울해요 ㅠㅠ.
    이겨낼거에요.

  • 8. 고맙습니다.
    '12.12.21 10:18 AM (125.128.xxx.13)

    좋은 글입니다^^

    우리도 우선 뭉치고(분열책동하는 것들은 다 정직원~)

    말씀하신 바대로 보안해야 할 점을 하나씩 해결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선 우리는 경선이 너무 늦었어요.
    앞으로는 경선 빠르게.

    정책도 세대별로 need를 충족시켜야 줘야 되구요.

    그리고 같은 편끼리 최소한 팀킬하지는 맙시다. 민주당, 권력 가지려고 칼 겨눴던거 잊지 않아요.
    지금 달님에게 칼 겨누는 사람 표로 응징할 겁니다.

  • 9. 바로 이겁니다.
    '12.12.21 1:34 PM (122.34.xxx.51)

    안후보 지지자로서 문후보께 한 표 드리긴 했지만
    이곳의 일부 몰상식하고 패륜적인 글들을 보고
    환멸을 느껴 쓴소리 댓글 좀 단 사람입니다.
    이런 이성적이고 참 지식인다운 태도에
    박수를 보냅니다.

  • 10.
    '12.12.21 4:12 PM (211.209.xxx.180)

    제가 잘 가는 블로그에서 퍼왔습니다.
    저한테는 나름 위로가 되었던 글이라.

    박근혜가 대통령 되었다고, 내 안의 민주가 훼손된 것은 아니다.

    그러니, 절망할 것이 아니다.

    각자 제 몫의 민주를 안고 버티면 된다.

    불우해하지 말라.

    그러면 지는 거다.

  • 11. 그만
    '12.12.21 4:15 PM (125.143.xxx.206)

    문님한테 힘도 못실어드리고 오히려 역풍맞게했다는 문지지자인데요
    선관위를 통해서 알바들의 존재가 무더기로 드러난 마당에 너무 아프게 하지는 마세요
    세상에나 문님 욕먹을게 그리없었단지 이정희때문에, 니들 지지자들 때문이었다는 얘기들...
    딴건 모르겠고 선거에서 힘이되어주고팠던 지지자들이 이런 얘기 계속 들으면 마음이 어떨까요?
    저는 결국은 지역이기주의, 박정희라고 쓰고 경제성장으로 읽는 향수, 안보라고 하지만 북에 뒤로 돈이 얼마나 들어갔던 눈앞에서 옥수수트럭 갔다주는 돈, 보편복지에 들어가는 돈,, 돈때문이었다 생각하지만요
    다음선거때는 독려한다고 여기저기 들이밀지도 않고 인터넷끊고 집에서 조용히 입다물고 한표 행사만 하려구요
    담엔 적어도 독려하는 니들때문이란 억장무너지는 소리는 안들을수 있겠죠

  • 12. 그만
    '12.12.21 4:19 PM (125.143.xxx.206)

    참..원글님 글엔 감사드려요
    다른 베스트글을 보고 욱했던 마음이 이런글에도 비슷한 댓글들이 있어 울컥했네요

  • 13. 그만님께
    '12.12.21 5:36 PM (124.50.xxx.31)

    • 안 그래도 이 글이 그동안 열심히 활동한 분들께 상처가 될까봐 걱정했습니다.어젯밤에 평소에는 바르고 착하신 분들이 울분에 차서 홧김에 쓴 글들을 보았습니다.심한 말은 경계하고 걱정해 주시는 분들도 있었지만 꼬투리 잡았다고 흠집 내려는 사람들을 보고 속상했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에 쓴 글입니다.
    이정희님도 보수세력 결집에 일조한 면이 있지만 진실을 알리고 선거판을 흥미롭게 해서 젊은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어낸 긍정적인 면도 있었습니다. 탓하려는 의도는 아닙니다. 단지 선거는 표싸움이기 때문에 영리해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지요.
    이번 선거에서 젊은이들의 참여 열기에 감동 받은 저로서는 저의 어줍잖은 글이 힘빼는 글이 아니길 바라며 만약 그렇다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다

  • 14. 유리컵
    '12.12.21 11:12 PM (211.234.xxx.54)

    같은 논조의 글을 쓰려고 몇시간을 고심중이었는데 베스트글에 올라있는걸 지금 봤습니다.
    선거 이후엔 잠에서 깨어나기도 싫고 티비 인터넷 눈감고 있지만~우야든동 또 보듬어야할 현실이네요.
    아직 저도 분노단계이지만
    82쿡 정권교체 원하시는 분들~긴시간을 볼때 좀더 냉철하게 추스르고 말씀처럼 영리하게 대처해야하는 지혜가 필요할것 같습니다.

  • 15. 후아유
    '12.12.22 1:59 AM (115.161.xxx.28)

    동감.ㅜㅜ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13489 이상득 항소심 재판부는 'MB 측근·친인척 전담' 세우실 2013/02/01 354
213488 프로 폴리스 바른후 퉁퉁 부었어요~ 도와 주세요~ 3 ... 2013/02/01 1,282
213487 필독))) 애완 달팽이 키우시는 분들 꼭꼭 읽어주세요!!! 10 제발... 2013/02/01 1,396
213486 아파트구매하고 이사시 잔금여력이 없어서 리모델링할 기간이 충분치.. 3 아파트 2013/02/01 2,551
213485 사는게 정말 정말 힘드네요................. 8 ........ 2013/02/01 3,143
213484 어떻게 하면 자기소개서를 잘 쓸까요.. 1 일을 하자!.. 2013/02/01 873
213483 저도 부티 하나 사려는데요...^^;; 6 부티 2013/02/01 1,481
213482 경부선 3층 꽃상가 문닫는시간? 2 꽃보다 2013/02/01 700
213481 아이들 먹일 비타민 씨 제품 추천부탁드려요. 건강 2013/02/01 371
213480 아이논술로 플라톤 하시는 분들 어떠세요? 2013/02/01 479
213479 갤노트에서 음악 제목을 바꾸는 방법 아시나요? 갤노트 2013/02/01 466
213478 2월 1일 미디어오늘 [아침신문 솎아보기] 2 세우실 2013/02/01 333
213477 수학 나누기 개념좀 알려주세요.. 8 .. 2013/02/01 1,362
213476 얼마전에 성격유형 검사하는 사이트 올라왔던 글이요''' 4 .. 2013/02/01 944
213475 독서 토론 논술 지도사 따서 제가 가르쳐 볼까요? 마미 2013/02/01 570
213474 발렌시아가 모터백 가격이 얼마에요? 12 san 2013/02/01 8,908
213473 설에 좀 담백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 없을까요? 9 기름왕 2013/02/01 1,589
213472 朴당선인, 과거엔 '혹독한 심판관'이었다 2 주붕 2013/02/01 617
213471 데이터 선물하기,받기이용하세요 sklte사.. 2013/02/01 532
213470 (컴대기)일산개인병원 신경외과 전문의 추천좀 해주세요 2 뇌mri 2013/02/01 1,994
213469 우리아이 초등학교 입학 가방선택 문제 ㅠㅜ 7 쿠쿠하세요 2013/02/01 2,605
213468 친절한 바느질집 좀 소개해주세요. 2013/02/01 659
213467 '어느 60대 노부부이야기'노래를 듣고 남편의 소중함이.. 5 처음으로 2013/02/01 1,449
213466 간단 영어 봐주세요. 7 궁금 2013/02/01 499
213465 국어못하는아이 어찌 할까요 10 바다짱 2013/02/01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