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우리나라 국민인 것에 자부심 많았습니다 .
똑똑하고 열정적이고 화통하고 부지런한 우리 국민 ,
정말 세계 어디에 갖다놓아도 빛나는 자랑스러운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그런데 투표 때문에 생각이 바뀌려고 하네요 .
이번 선거는 단순한 정치성향의 대결이 아닌 정말 선량한 것과 그 반대의 것, 지성과 그 반대의 것의 대결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누가 봐도 한 쪽이 똑똑하지 못했고 , 누가 봐도 한 쪽이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었잖아요 .
그런데 자신의 이익 때문이든, 정치적 성향 때문이든 이렇게 중요한 문제를 덮어놓고 그 한 쪽을 선택한 사람이 우리 국민 , 제가 그렇게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국민의 절반을 넘다니 이건 근본적인 윤리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어린이들에게 이런 우리가 무엇을 가르칠 수 있나요 ?
공부 열심히 해야 훌륭한 사람 된다고 , 자기 것이 아닌 것을 탐내는 것은 나쁜 짓이니까 하면 안 된다고 가르칠 수 있나요 ?
우리에게는 어린이들에게 이런 가르침을 들려줄 자격이 없습니다 .
어린이들이 공부를 열심히 한 후보 , 남의 것을 빼앗거나 훔치지 않은 선량한 후보가 실패하는 모습을 날 것 그대로 보도록 생중계했기 때문입니다 .
저는 우리나라 국민성에 대해 잘못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
중국이나 인도를 배경으로 하는 코믹한 영화에 나오는 그 나라 국민성의 모습 ,
거짓말 , 사기가 판치는 우습고 딱한 모습이 우리의 모습과 다르지 않군요 .
우리나라 국민 , 똑똑하고 부지런한지는 몰라도 정의롭고 정직하지는 않은가 봅니다.
그렇다면 전 우리나라가 그렇게 자랑스럽지 않습니다 .
정직이라는 가치 , 정의라는 가치 , 능력이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가 경시되는 나라는 아무리 급속발전을 하고 저력이 있다 해도 부끄럽다고 생각합니다 .
그 동안 세계에 귀감이 된 급속 경제성장을 이뤄낸 원동력인 우리의 경쟁력은
공정, 사회공헌, 친환경성이 경제적 가치로 이어지는 새로운 시대의 프레임에는 통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미지가 점차 중요해지는 시기에 오히려 국제사회에 퇴보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한국의 미래가 걱정스럽습니다.
우리나라를 자랑스럽게 생각했다가 하루 아침에 부끄러운 나라로 생각하게 되는 이 마음 , 너무 쓰라리고 아픕니다 .
저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혼자만의 가치를 지켜나가고, 그 신념에 따라 투표할 것이지만 이번 선거에서 얻은 우리 국민에 대한 실망감은 되돌리기 힘들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