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호남, 미안합니다.

..... 조회수 : 1,165
작성일 : 2012-12-20 10:37:58

84학번입니다.

1987년 첫 직선제 대통령 선거가 있었고, 6월 항쟁 직후 였음에도 불구하고 - 물론 구로구청 사건이랄지, 부정 투표와 개표에 관한 논란도 있었지만 - 노태우가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그날 새벽의 참담했던 울음이 기억납니다.

대학들어가서 처음 제대로 접했던 광주항쟁의 진실과 87년 대선의 경험이 현재 제 정치적 입장, 관점, 가치관의 기준이 되었습니다.

강원도가 고향이고 경상북도 울진이 본적입니다.

87년 대학 4학년 여름방학 때 전라도 땅을 처음 밟아보았습니다.

 

아버지가 계시던 부산에서 고속도로를 달려 광주에 내려서 시외버스를 타고 과 친구들이 가 있던 정읍에 갔습니다.

지금은 그래도 달라졌지만 그 때 광주라는 도시, 게다가 정읍

정말 큰 길만 벗어나면 모두 비포장도로이던 전라도를 보며 놀랐습니다.

 

몇 년 전 여름 휴가 때 아이들을 데리고 광주국립묘지에 갔습니다.

 

비석만 보아도 울음이 나오던 윤상원 열사, 박관현 열사 그리고 그 숱한 이들의 죽음...

 

선거 때마다 매번 반복되는 전라도 몰표에 대한 비난은 제가 돌을 맞는 것처럼 아픕니다.

 

이번 개표방송 끝까지 보지도 못했지만

 

온통 뻘건 가운데 홀로 노랗게 분투하고 있는 호남 땅을 보며

애처롭고 서러웠습니다.

 

내가 이럴진대 저분들은 어떨까....

 

경상도에 대한 원망과 분노가 없지 않습니다.

노인들에 대한 연민도 버리겠다는 글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정몽준을 보면서 차라리 너였으면 이렇게까지 기분이 더럽지는 않겠다는 혼잣말도 해 보았습니다.

 

저 함량미달의 그녀, 5년을 견뎌야 하나 그걸로 끝일까,

애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나 등등

 

지금은 그저 참담할 뿐입니다.

 

오늘까지는 그냥 이렇게 보낼 생각입니다.

 

그저 호남에, 광주에 미안하고 미안합니다.

 

언제쯤 광주의 영령들이 더 이상 모욕당하지 않고

 

김대중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이 김근태 민주주의자가

 

평안히 잠들수 있을지, 그게 아직도 제 몫이라 생각합니다.

 

낼 모레면 오십이 됩니다.

 

제 정신으로 살아야 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해 봅니다.

 

 

IP : 121.126.xxx.156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2.12.20 10:42 AM (118.40.xxx.171)

    님 글을 보고 눈물이 나올려고해요
    힘내세요!!

  • 2. 내고향..
    '12.12.20 10:44 AM (202.30.xxx.23)

    내고향 광주..

    자랑스럽습니다.

  • 3. .....
    '12.12.20 10:49 AM (121.126.xxx.156)

    광주는 제게 '살아남은 자의 부끄러움'을 가르쳐준 곳입니다. 뭐가 미안한지 모르시겠는 분도 언젠가 아시게 되길 진정으로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의 지역문제에는 역차별 운운해서는 안됩니다. 저와 다른 생각은 존중하지만 틀린 생각은 혐오하고 바로잡길 바랍니다.

  • 4. 훠리
    '12.12.20 10:51 AM (116.120.xxx.4)

    광주는 제게 '살아남은 자의 부끄러움'을 가르쳐준 곳입니다222222222222

  • 5. 고맙습니다.
    '12.12.20 10:54 AM (220.124.xxx.28)

    힘낼게요ㅜㅜ

  • 6. 복길
    '12.12.20 10:57 AM (61.253.xxx.127)

    87년도...광주에 살았어요..
    정말 그랬네요
    좁디 좁은 시내 길..
    그마저도 조금만 벗어나면 비포장도로..
    시외지역 외가에 갈때면 비포장도로를 2시간 반을 달렸어요.. 도로가 생기니 한시간이면 가더군요..
    광주 국립묘지 가면 518관련영상을 하루종일 틀어주죠.. 관련 사진도 항시 전시하고요. 임산부도 총칼에 짓밟히고, 82쿡 같은 엄마들은 주먹밥을 날랐죠...희생자들 이름이 4면 벽에 깨얼같은 글씨로 새겨져 있어요.
    전 직접 겪은 세대는 아니지만.....광주분들 이정도 정치적 색깔 내실수 있어요...
    그 분들 분노, 그동안 받았던 차별.... 내 부모 형제가 죽고 장애를 갖게 되고, 진로가 막혔으니까요.

  • 7. 쵸코비
    '12.12.20 10:58 AM (175.114.xxx.141)

    괜찬아요. 워낙 단련된 곳이라 내공이 쎕니다.

  • 8. 복길
    '12.12.20 11:01 AM (61.253.xxx.127)

    아 그리고 87년도... 최루탄 가스 냄새...
    중 고등학교 언니 오빠들도 하던 데모...
    학교 교실에 걸려있던 대통령 사진.
    초등학교 수업 시작 전 대통령 이름과 영부인 이름을 칠판에 써주며 외우라던 선생님도 기억나네요.
    다시 그 시절로 역사가 후퇴하진 않겠죠?
    걱정입니다

  • 9.
    '12.12.20 12:18 PM (183.100.xxx.24)

    미안합니다!!
    호남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입니다

  • 10. 독립운동
    '12.12.20 2:53 PM (110.70.xxx.100)

    87학번 부산 출신 아줌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호남에 빚진 마음으로 살겠습니다.
    미안합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18119 답답한 사람 꿔준돈 못받.. 2013/02/10 947
218118 영화배우 이아로씨 기억하세요? 6 아폴로 2013/02/10 10,788
218117 지집년이 몇인데 아들 혼자 녹두전을 부치나 6 나모 2013/02/10 4,945
218116 서기호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직자 직접 조사권한 부여&q.. 뉴스클리핑 2013/02/10 1,117
218115 티스토리 초대장 구해요. 3 Floren.. 2013/02/10 750
218114 혹시 광주에 있는 롯데아울렛에서 공무원복지카드 가능한가요? 광주 2013/02/10 5,709
218113 초5 중2 아이들과 어떤 영화 봐야할까요? 3 .. 2013/02/10 1,115
218112 서영이 파란가방 어디건지 아시면 좀 알려주세요 4 가짜주부 2013/02/10 3,836
218111 탈렌트 이름좀 알려주세요 3 생각 안나요.. 2013/02/10 2,147
218110 유기농 쌀 어디서 구입하시나요? 8 무크 2013/02/10 1,374
218109 시어머니의 이런 언행이 더 이상 참기 힘이 듭니다 12 // 2013/02/10 4,752
218108 가방을 샀어요 그냥 잘했다고 해주세요 ㅜㅜ 39 달별 2013/02/10 11,407
218107 초등1학년 핸드폰 사줘야 할까 말아야 할까요 3 고민중 2013/02/10 1,928
218106 그래도 요즘 좋아지는건 엘리베이터에서 사람들 인사하는거예요. 3 하얀공주 2013/02/10 1,975
218105 다이하드 볼까요? 7번방 볼까요? 6 ..... 2013/02/10 1,961
218104 너무 우울해요... 11 파랑새 2013/02/10 3,447
218103 아이폰에서 미드 볼 수 있는 앱은 없을까요 ㅠ 7 ... 2013/02/10 4,845
218102 고영욱 "합의하에 성관계" 혐의 부인…사선변호.. 뉴스클리핑 2013/02/10 1,956
218101 참 허접..(이런 친정 있으신가요?ㅡ.ㅡ) 13 맏딸 2013/02/10 4,997
218100 부모님 정말 오래사는것도 자식입장에서... 27 ... 2013/02/10 12,990
218099 손목골절로 수술받고 깁스 후 흉터 제거 연고 약사님 계신.. 2013/02/10 3,905
218098 친구의 말실수 15 ㅎㅎ 2013/02/10 4,980
218097 친정부모님 다돌아가신분 계신가요? 4 ㄴㄴ 2013/02/10 1,925
218096 성묘 다녀온 딸이 5 으하하하 2013/02/10 2,431
218095 주말드라마 뭐 보세요? 12 .. 2013/02/10 2,7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