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하고 기운이 빠져 아이 옆에서 잠들었습니다.
세수도 안 하고 잠이 들었는데, 꿈에서 아이가 엄마 배고파 하고 문 밖에서 나를 부릅니다.
꿈 속에서 나는 문을 열고 꾀죄죄한 내 아이를 얼른 데려다가 고기를 구워 먹였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목욕을 하고 머리를 감았습니다.
지루한 오년, 다시 견뎌야 할 오년이 우리 앞에 있구나.
가슴이 미어져 옵니다.
목욕하고 세수를 하고 정신을 차립니다.
정신을 차려야 할 이유.
내 삶과 내 남편과 내 아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박후보의 당선이 유력해지자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 나도 약게 살아야겠구나.
내 자식에게 더 사교육시키고,
돈이나 악착같이 모아서 온몸에 기름이나 반지르르 바르고 다니자.
그러면서 잠이 들었더랬지요.
그런데요...
애초에 그리 생겨먹지를 못한 걸 어쩝니까..
속이 상하지만, 시간 흐르면 박정희 사진 치켜든 노인네들 모두 가고
그 때는 내가 그 자리에 있겠지요.
그 때가 되면, 상식과 도덕과 예의가 있는 세상이 도래하겠지요.
누구 말대로 유신 때도 살아졌고, 오공 때도 살아졌어요.
세상 사람들 다 종북이니 어쩌니 해도
저는 여전히 좌파로 살아갈랍니다.
그깟 대선 패배 하나로 내 자존심 팽개치진 않겠다는 말씀이지요.
어쨌거나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가진 나라..
국민이 그 수준인 나라에서 살아가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문재인이나 안철수 같은 사람들
노회찬, 유시민, 심상정, 그리고 사랑하는 나꼼수 멤버들
그런 사람들과 서로서로 기운 내면서 살아볼랍니다.
겨울가고 또 겨울이 왔습니다.
몸단속 잘들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