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광주 투표 후깁니다

사뭇달라요 조회수 : 1,231
작성일 : 2012-12-19 14:27:55
제 생애 네번째로 대통령 선거를 겪습니다.
광주라... 맨 처음엔 멋모르고 김대중,
그 다음엔 대세를 따라 노무현, 
지난번엔 소신껏 문국현 후보. 이렇게 찍었었죠.

잘 살지도 못 살지도 못하는 동네고,
큰 변화없이 그럭저럭 이 동네 오랜 주민들이 사는 곳이라
투표소 변경이라거나 부정행위 의심이라거나 그런건 전혀 없었구요.
투표 때 마다 아르바이트 개념으로 선거안내 하시는 분들이
늘 동네에서 오며가며 만나는 아주머님 들이라 
줄 서서 잠깐 기다리며 인사나누고, 투표용지 받으면서도 안면이 있어 인사하고 뭐 그랬네요.

그런데 뭔가 사뭇 달랐어요.

사람들이 움직인다..는 느낌이 드는 투표일은 오늘이 처음인 듯.
예전엔 듬성듬성 사람들이 움직이고 도로에 차들도 별로 없는 휴일같았는데,
오늘은 뭔가 다른 지속적인 활발한 움직임이 느껴졌어요,

누구 찍었는지 말하면 불법이라죠?
기표소 안에 들어가서 투표용지랑 나랑 단 둘이 마주보고
그 분 이름 옆에 도장 꽉 찍는데 울컥하더군요.
내가, 그저 집에서 애보는 전업인 내가, 이 손으로 뭔가 바꿀 수 있을거란 생각이었는지,
그 동안 내내 익숙하게 보던 이름 석자를 보니 반가워서 그랬던건지.
주책맞게 콧등 시큰해져서 훌쩍이며 투표용지 넣고 왔습니다.

나오는 길에, 저희 아이들을 생각해 봤습니다.
내 한표로, 저기 줄 서 있는 누군지 모르는 사람들의 한표로 바꿔진다면,
그렇게해서 지금 고작 네살 두살인 우리아이들이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저들과 내가 같은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아닐 수도 있겠지만
다수의 의견이 비슷하다면 이렇게 세상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도 느껴지구요.

다음 대선 때면 저희 애들도 꽤 자라서
투표가 뭔지 대통령이 누군지 알만한 나이가 되겠지요.
다음 대선 때는 이렇게 복수하는 기분으로가 아니라
감사하는 마음으로 차기 대통령을 뽑는 날이 되었으면 합니다.

많은 분들께 우리 모두 수고했다는 인사를 드리고픈 날이네요.
오늘 밤, 밝은 달이 휘영청 떠오르겠지요?
새 시대의 시작입니다..
IP : 121.147.xxx.224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2.12.19 2:29 PM (182.211.xxx.3)

    공감이...

  • 2. phua
    '12.12.19 2:31 PM (1.241.xxx.82)

    저는 눈물이...

  • 3. 틈새꽃동산
    '12.12.19 2:35 PM (49.1.xxx.179)

    추운 날씨에 수고하셨습니다. 혼자 1219 개 답글달기 놀이중입니다.

  • 4. 광주 첨단
    '12.12.19 2:35 PM (121.148.xxx.172)

    줄서서 투표해보긴 오늘이 첨이었네요.
    오늘은 학생들이 많아서
    느낌이 아주 좋네요..

  • 5. 쵸코비
    '12.12.19 2:37 PM (175.114.xxx.141)

    그동네 아래 살아요. 아.............이곳은 걱정 없는데 윗동네가 걱정돼 미치것어요.

  • 6. jonny
    '12.12.19 2:43 PM (121.162.xxx.205)

    호남분들이 정말 대단하신 분들 같아요
    대선때 누굴 밀어줄때 100%안나온게 오히려 의아할 정도예요 ㅋㅋ
    100%몰표나와도 우린 할말 없죠 당연한거니까요^^
    호남분들덕에 이렇게 민주주의 된거잖아요?
    아닌가요?ㅋㅋ할매도 감사해야할듯 ㅋ뭐 그정도로 대가리가 돌아가진 않겠지만요 ㅋㅋ
    늘 마음의 빚을 지고 삽니다 감사합니다^^

  • 7. ..
    '12.12.19 3:18 PM (182.215.xxx.17)

    어려서 전주 살때 투표방송보면 거의 몰표였어요
    전라도 라는 핍박 지금까지 진행중입니다
    세상이 좀 더 바뀌길 바랍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97881 82에 남자들이 얼마나 들어오는 걸까요? 60 .. 2012/12/20 2,505
197880 박근혜그렇게 잘났나요? 8 ㄴㄴ 2012/12/20 984
197879 내 부모님은 경상도 사람입니다 8 미소천사 2012/12/20 1,906
197878 백만년만에 손편지나 써볼까요? 힐링편지폭탄 프로젝트 to 문재인.. 3 우리 2012/12/20 902
197877 길냥이들 사료 잘먹나요??? 4 하루종일 허.. 2012/12/20 566
197876 학교폭력에 대처하는 학교측의 모습에 실망했어요. 그리고 어떤준비.. 3 초딩맘 2012/12/20 1,322
197875 가장 불쌍한 30대..힘내라는 말도 못하겠어요. 7 제비꽃 2012/12/20 2,352
197874 오늘 지인의 전화를 받았어요 5 사탕별 2012/12/20 1,380
197873 수도 민영화와 박지만. 24 차오 2012/12/20 4,756
197872 해직기자중심,진보적 방송국 설립한다네요..아고라 서명좀..부탁드.. 127 쓰리고에피박.. 2012/12/20 9,172
197871 김치찌개.. 돼지고기 말고 뭐 참신한거 없을까요? 5 ... 2012/12/20 1,239
197870 82쿡 누님들께 죄송합니다... 13 솔직한찌질이.. 2012/12/20 2,325
197869 일제때문에 근대화를 이룩했다네요 8 허참...... 2012/12/20 1,107
197868 덜컹대는 버스안, 문득 이 시가 떠오릅니다 7 깍뚜기 2012/12/20 898
197867 문님의 행보는 어떻게 되나요? 4 프라푸치노 2012/12/20 1,602
197866 방관자적인 삶 1 님의침묵 2012/12/20 668
197865 충남 홍성군 상수도 민영화 추진… 주민 반발 77 웃김 2012/12/20 9,296
197864 하우스푸어인 친정부모님은 문후보님 왕팬이에요 3 극복 2012/12/20 1,313
197863 투표가 권력을 이긴다가 아니라... 3 이제보니 2012/12/20 1,144
197862 오늘 네이버... 5 개이버 2012/12/20 1,528
197861 일본에 있는 지인한테 카톡왔는데요... 11 헐.. 2012/12/20 4,188
197860 전라도 분들 동정 원치 않아요 19 ㅇㅇㅇ 2012/12/20 1,864
197859 눈물나지만 친정엄마랑통화하구 행복해요. 6 엄마사랑해... 2012/12/20 1,601
197858 친구야! 힘들었지? 그래도 니가 자랑스럽다.jpg 23 가키가키 2012/12/20 2,629
197857 오늘 식당에서 60대 아저씨들의 대화... 26 규민마암 2012/12/20 12,4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