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투표 안 하시던 할머니를 10년 전 대선 때 처음으로 모시고 갔는데
너무 긴장하셔서 1번에 표 주고 오시고는 걱정하시더란 이야기 썼었는데 기억하시나요?
이번에도 한 표 한 표가 너무 절실한 때라서 이번에도 다시 모시고 갈까 하다가
10년 동안 더 늙으셨는데 또 실수하실까 걱정하다가
함께 기표소에 들어가면 어떨까 하다가
하여간 고민이 많았는데요.
며칠 전 친정에서 할머니를 뵈었는데
할머니께서 먼저 말씀을 꺼내시면서 "이번엔 내가 실수 안 한다." 하십니다.
"너희들이 그렇게 원하는 거 이 할미가 소원 들어줘야지."하시며
두 번 실수는 안 하신다고 당당히 말씀하시는 모습이 아주 정정하셨어요.
우리 할머니,
625 전쟁 때 군인이셨던 할아버지 전사하셔서
전몰미망인이십니다.
혼잣몸으로 온갖 역경 거치시며 자식들 키우시고 이제는 당당히 자식자랑, 손주자랑 하고 다니시는 분이에요.
전몰미망인 모임에 가시면...
여기가 어떤 분위기일지는 설명 안 해도 되겠죠?
어버이 연합에 버금가는 할머니 연합이라 보시면 됩니다.
다만 까스통 같은 행동력은 없으시지만.
그래도 할머니는 자식과 손주들을 믿으신답니다.
이로서 저희 친정과 시댁은 모두 임무완수했습니다.
나이 어린 친정 남동생 군복무중인데 투표 당일 휴가 끝나는 날이라
집에서 투표하고 가려고 부재자 신고 안 하고
혹시 행정처리 잘못 될까봐 세 번이나 확인했답니다.
친정집 투표인 명부에 기재된 거 확인하고 안심했다 하네요.
친정 동네가 새누리당 표밭인데
거기에 한 표라도 파열을 내고 싶었나 봅니다.
친정 부모님, 동생들, 그리고 그 배우자들
모두 대선에 임하는 입장 똑같고
시댁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로서 저와 3촌간에 있는 모든 사람 중 투표권 가진 사람은
정권교체에 한 표 행사하는 것이 확실시 되었네요.
제가 이 글 쓰는 이유는 자랑하고파서..... 맞고요. ^^;
더 중요한 이유는 단 하루, 단 한 명이라도
여러분들도 함께 주변, 이웃, 친지, 동료들에게
부드럽고 차분하게 뜻을 전하면서 제대로 투표하실 수 있게 도움드리자는 뜻입니다.
그리고 함께 자랑글 올리자구요.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