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남의 개인사에 오지랖 떨기 싫어요...
웬만하면 결혼해라 하지 마라, 애를 낳아라 낳지 말아라.. 이런 말 싫어해서
절대 남에게 하지 않습니다.
근데 다른 사람 걱정은 안되는데 이 친구는 너무너무너무너무 걱정이 됩니다.
정말 착한 친구에요. 너무 마음씨가 착해서 걱정될 정도로요...
나쁜 남자 잘못 만나면 홀라당 속아 넘어갈까봐 걱정되는 친구에요...
외모도 괜찮고, 능력도 괜찮고, 집도.. 잘은 모르지만 괜찮은 것 같아요.
근데 이 친구가... 연애도 못하고 결혼도 못합니다.
나이는 30대 중반을 넘겨가고요....
제가 아는 괜찮은 남자 중에서만 이 친구 좋다는 사람이 둘입니다.
(그냥 남자 아니고 괜찮은요... 제가 남자보는 눈이 나쁘진 않다 생각해요)
이 친구가 연애와 결혼을 못하는 이유는 조심성이 많아서에요.
남자 한 번 소개받으면 저한테 전화해서 두세시간씩 고민을 해요.
친구의 고민은 이런거에요... 대충 요약해볼게요.
1. 또 한 번 만나볼까, 만나서 내가 본인을 좋아한다 착각해서 막 들이대면 어쩌지...
2. 그 남자가 보기와 다르게 폭력성이 있거나 주사가 심하거나 한데 내 앞에서 속인거면 어쩌지...
3. 두세번 만나면 내가 나이가 있으니 자기랑 결혼한다고 생각하는거 아닐까?
4. 남자는 괜찮은데 그 집 어른들이 이상하면 어떠지? 난 어른 말씀 거역 못하니까 이상한 어른이면
스트레스 받아 암에 걸려 일찍 죽을지도 몰라...
5. 남자가 나는 괜찮다고 하는데 우리 엄마가 나한테 좀 집착하는거 싫어하면 어떻게 하지...
6. 좋은 남자라 생각해서 결혼까지 했는데 숨겨둔 빚이 있으면 어떡하지?
대충 이런 내용입니다... 저런 류의 비슷비슷한 고민을 거의 2~3시간 쏟아내요.
그래서 제가 무조건 세 번은 만나봐라! 세 번 만나서 결혼하자고 생각하는 남자 없다... 고 말을 해도
절대 들어먹지 않고 결국 다시는 안만납니다...
딱 한 번 똑같은 남자를 세 번 만났는데 (이때 제가 좀 심하게 했어요. 막 억지로 친구 핸드폰으로 카톡 보내고)
세 번 만나더니 확신이 안선다고 남자 카톡에도 대답 안하고 전화도 안받더라구요.
4번 만나면 결혼해야 할 것 같다면서....
처음에는 너무 착한 친구가 안쓰럽고... 걱정이 되었는데 이제 화가 나려고 합니다.
어제도 소개팅을 했나봐요. 직장 친구가 소개해줬는데 남자가 되게 잘생겼다며...
근데 나이가 40이 다 되도록 저 얼굴에 저 직장에 왜 결혼안했나 모르겠다며
혹시 유부남이거나 이혼남이거나... 아니면 호적상 깨끗한데 숨겨둔 아이가 있는 사람 아닌지 모르겠다고
마구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안만날 핑계를 찾더라고요....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라 남자에게 심하게 데이거나 한 적도 없다고 알고 있는데...
정말 대학교 간 이후부터 한 번도 남자친구 사귄 적이 없어요 ㅠ_ㅠ
얼른 친구가 본인 마음 확 사로잡아 저런 걱정 사라지게 하는 남자 만났으면 좋겠네요.
어제도 저녁에 애 재우고 쉬는데 전화해도 되냐고 카톡 와서 전화했더니... 저 이야기를 줄줄....
어찌 해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없겠죠..? ㅠ_ㅠ
(친구 어머니도 저한테 가끔 전화하셔서 너만 애 낳고 알콩달콩 살지 말고 우리 **이도 시집 좀 보내주라고..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