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눈물님의 글을 읽고 몇일동안 정신이 멍해서 여러 사람들에게 그녀의 글을 링크해서 카톡으로 보냈습니다. 변호사 친구 한 명이 전화가 왔더군요.
올해 근친간의 성폭력만 4건을 맡았다고...아버지에게 당한 것이 2건, 친오빠에게 당한 것이 2건...
대부분 어린 딸이나 여동생에게 그런 성폭력을 한답니다. 어린 아이에게 잘해주고, 쓰다듬고, 만지고, 설득하고...잘해주면 어른들이 시키는대로 하다가 넘어가는 거지요. 아이들은 대개 어른들에게 사랑받고 싶어하는 나이이니까...저항할 힘도 없고, 선악을 구분할 능력도 없고...
그렇게 어른들이 시키는대로 청소년기에 자신의 인권을 유린당하고, 나이 들어서 인식하게 되면 죽고 싶어지고, 남편에게 알려서 그놈을 응징하고 싶어지고...자신이 인식하지 못할 때, 자신을 가지고 놀았다는 것에 분노하기 시작합니다. 자신을 지켜줘야 할 가족이 자신을 가지고 유린했다는 거...누구도 용서 못할 죄입니다.
여성들이 성폭행을 당하면 대개 가부장주의에 길들여진 우리나라 어머니들은 어떻게든 딸을 시집이라도 잘 보내기 위해 쉬쉬합니다. 다 덮어버리고 결혼해서 잘 살기를 바라죠. 10명 중의 8명은 그렇답니다. 이미 일어난 일 되돌릴 수도 없고, 아들을 감옥에 넣을 수도 없고...
문제는 눈물님이 지적했듯이, 자신이 오빠에게 당한 사건을 엄마에게 호소했을 때,
엄마가 오빠를 따끔하게 야단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단도리를 잘했더라면 결혼해서 당하는 2차 피해는 없을 거라고 엄마를 원망하는 부분입니다.
결혼해서까지 당하는 기분...
남편에게 말하면 이혼당할 것 같고...남편이 지켜주지도, 해결해주지도 못하는 이런 사건을 털어놓을 수도 없고...미치지 않을까요?
9살 때 사촌오빠에게 성폭행(?)당한 여자를 만난 적이 있는데, <여기서 성폭행(?)이라 하기에는 애매하게 쓴 이유는 그 오빠가 잘해주니까 시키는대로 했다가 당하게 된 사건, 어린아이가 뭘 알고 했을까요?>
그 여자는 10대 내내 남자관계가 복잡했답니다. 왜냐면 어른들이 시키는대로 했기 때문에 그게 죄(?)인지 몰랐다고 햇어요. 나중에 교회에 나가서 처음 알게 됐고, 남편을 만나 결혼해서 아들을 낳았는데, 남편에게 자신의 과거를 말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늘 고민이고 갈등이라 했어요. 자신이 성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를 때 자신을 건드린 사촌오빠가 죽이고 싶도록 화가 난다고...
우리가 청소년의 성은 무조건 보호해주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성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나이의 아이에게 저지른 남자들의 행위가 나중에 여자아이가 자라서 피해의식에 사로잡혀서 자해할 만큼 고통스러울 수도 있다는 거...생각해서 청소년 여학생들의 성을 무조건 보호해주어야 합니다.
영화 <안토니아스 라인>에서 가부장적인 가정에서 자란 남자가 여동생의 가슴을 만지고, 나중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상습적으로 성폭행을 합니다. 주인공 여성이 이 장면을 우연히 목격하고 남자의 아랫도리에 쇠창살로 던지지요. 그 놈은 아랫도리를 치료하기 위해 마을을 떠나고 10여년 후에 돌아와서 주인공의 어린 딸을 성폭행합니다. 그 어린 딸은 자라면서 아무 남자와 잡니다. 이미 망가진 몸이라고 생각한 탓일까요?
실제로 미국에서도 중국계 미국인 여성이 남자들에게 성폭행당한 후, 많은 남자들과 섹/스를 합니다. 남자들의 성에 저항하는 몸짓으로 영화까지 찍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남자들의 성폭행만으로 여성들이 자의식을 잃지 않기 위해, 성으로 당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도 남자에게 능동적으로 성행위를 할 수 있다는 보여주기 위한 demo라고 보여집니다. 자신의 무력감...을 회복하기 위한 안간힘일 수도 있죠.
남자들도 성폭행을 당하면 자신의 강함을 보이기 위해 총들고 나가는 모습도 보이죠. 대표적으로 조승희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 모든 것이 자신의 무력감을 회복하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추측합니다.
<안토니아스 라인>에서는 어린 딸이 성폭행을 당하자, 어머니가 총들고 나가려고 하는 걸 본 할머니가 총을 빼앗아서 술집으로 향합니다. 그 성폭행범을 찾아, 밖으로 불러낸 후 그놈에게 총으로 겨누고 마을을 떠나라 라고...다시 돌아오면 이 총으로 쏴 죽이겠다고... 저주를 퍼붑습니다. 마을 남자들이 이 모습을 목격하고 그 성폭행범을 죽도록 패지요. 그 놈이 늦은 밤에 집으로 기어들어오자 남동생이 조용히 그 성폭행범을 물에 쳐박아 죽여버립니다. 성폭행범이 자신의 형이라는 게 가문의 수치이기 때문입니다.
어머니가 자식들이 잘못했을 때는 차별없이 야단치고, 상처받을 때는 따뜻하게 보듬어 안아주어야 가정교육이 제대로 된 가정일 겁니다. 아버지는 든든하게 가정을 잘 지켜주는 울타리가 되어주고, 오빠는 여동생이 밖에서 상처받고 돌아오면 동네 깡패와도 싸워야 든든할 터인데...
가족이 성폭행하면 누굴 믿고 살 수 있을까요?
맨정신으로 살기 힘들 겁니다.
눈물님의 글을 읽고 우리나라에서 상영된 <밀양>도 생각나더군요.
주인공이 살인범을 용서하려고 찾아갔는데, 살인범이 "이미 주님이 용서해주어서 마음이 평안하다"고...
피해자가 용서하기도 전에 용서받았다고...
그 놈, 그 오빠라는 놈이 "잘못했다, 세상에 다 알려지면 여러사람 죽어난다, 할복이라도 하겠다"는 놈이 갑자기
"됐지요...이제 다 용서된겁니다...끊겠습니다." 상대방이 용서하기도 전에 혼자서 "다 되었다"...고
어이를 상실한 놈입니다. 누구라도 열받아서 집 한 채가 아니라 네 목숨이라도 내놓으라고 할 것 같습니다.
행복님은 그 영화 바로 <밀양(密陽) secret sunshine- 숨어있는 빛>입니다. 송강호가 그 여주인공을 끝까지 지켜주는 든든한 남자였습니다. 어둠 속에 감춰진 빛이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