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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아기 턱시도 길냥이 추운 땅속에 묻어주고 왔어요.

울고있어요. 조회수 : 1,830
작성일 : 2012-12-14 17:32:40
가끔 댓글 달았어요. 길냥이 밥주고 있다고..
2~3달전쯤 밥주는 턱시도 냥이가 새끼를 낳았는데, 동네 꼬맹이들이 갖고 놀다가 버려서 새끼를 잃어버렸다고..

방금 밥주러 갔다가  밥주는곳 반대편쪽으로 발길을 옮기다가 눈속에 누워있는 그녀석을 발견했어요.
평소에는 가는 길이 아닌데, 오늘은 왜 반대편으로 간것인지..ㅠ.ㅠ
너무 말라서 뼈만 앙상한채로 녹은 눈에 흠뻑 젖은채로 누워있었어요.
순가 너무 놀라고  불쌍하고...
어떻게해야할지 당황스러웠어요.
집에서 장갑이랑 조그만 삽 가져와서 다행히도 녹은 땅이 있어서 수건에 싸서 사료 한웅큼과 같이 묻어주었어요.

지금은 좀 진정이 되었지만, 아기냥이를 옮길때 손으로 잡을 용기가 생기지않아서 한참을 망설였고, 옆으로 누운 녀석의 얼굴과 눈을 보는것도 겁이 났어요.
간신히 옮기고 묻고....
하느님께 기도했어요.
하느님이 주신 생명 다시 하느님께 갔으니 이제는 당신이 책임지시라고..
거기서는 배 곯지 않고 춥게 않게 보살펴 달라고..
울면서 기도 했어요.
냥이 사체를 가까이서 본적도, 묻어준적도 처음이라 그런지 마음 추스르기가 좀 힘이 드네요.
약간 충격을 받은건지 계속 가슴이 답답하고 눈물이 나요.

그런데, 제가 그 새끼냥이를 묻어줄때 밥 먹으러 나왔던  어미 턱시도 냥이가 좀 떨어진 곳에서 계속 지켜보고 있다가 제가 그곳을 떠나자 새끼냥이가 묻힌곳에 앉아 있더라구요.
자기 새끼인지 아는지 모르는지..
그래서 제가 울면서 어미냥이한테 막 뭐라 뭐라 했어요.
니 새끼는 니가 챙겨야지..... 사료 매일 줬는데, 그 밥도 못먹고 죽게 두냐고...엉엉...
이녀석은 왜  밥주는 곳에서 몇 걸음 떨어지지도 않은곳에 있었으면서 밥도 못 먹은것일까요.
계속 근처에 있었던건데 왜 한번도 제 눈에 띄지않은것인지..
몇달전 새끼 잃어버린 그날부터 혼자서 밥도 못먹고 헤매다가 결국 날이 추워져서 버티다버티다가 숨을 거두웠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불쌍해서 마음이 아파요.
산 생명이 얼마나 굶었으면 저렇게 바짝 말라서 못견디고 숨이 끊어지는것인지.. 너무 속상하네요..
처음 겪는일이라서 너무 속상해서요.
그냥 하소연이라고 생각해주세요..ㅠ.ㅠ

아기 턱시도 냥이가  더이상 배고프지도  춥지도 않은  따뜻한곳에서   편안히 쉴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꾸벅..
IP : 218.236.xxx.82
2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2.12.14 5:34 PM (14.52.xxx.192)

    아....ㅠㅠ
    정말 가슴이 아프네요.
    오늘 날씨도 그렇고....
    얼마나 힘들었을까...

  • 2. //
    '12.12.14 5:43 PM (121.179.xxx.156)

    토닥토닥....
    에휴, 아기냥이가 저 너머에선 행복하길 바래봅니다.
    고생많으셨어요.

  • 3. ....
    '12.12.14 5:47 PM (61.102.xxx.125)

    손 꼭 맞잡고 같이 울어드릴게요.

    길 위의 어린 생명에게 추위와 배고픔보다
    더 큰 고통은 없었겠지요. 그런 연약함, 생명의 덧없음.
    가슴이 아픕니다.

    좋은 곳 갔겠지요.
    원글님이 사료와 함께 묻어주셨으니
    고맙다고 생각할거에요.

  • 4. 사람이 손을 대면
    '12.12.14 5:49 PM (118.176.xxx.71)

    어미가 버린다네요....
    그래서 애들이 섣불리 안고 만지는 게 정말 위험한 거에요.
    가슴아프네요. 얼마나 배고프고 힘들었을까...

  • 5.
    '12.12.14 5:49 PM (118.217.xxx.141)

    동물들에게 너무 가혹한 세상 같아요.
    묻어주셔서 감사해요.
    아기 고양이가 부디 좋은 곳으로 갔기를 빕니다.

  • 6. 콩콩
    '12.12.14 5:54 PM (218.48.xxx.155)

    저도 글 읽으며 같이울어요. 원글님 감사해요.., 얼마나 슬프셨을까...
    우린 그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나머지는 신께 맡겨요...
    그런데 너무 슬픈 세상이네요...

  • 7. ..........
    '12.12.14 6:11 PM (114.207.xxx.78)

    저도 같이 웁니다.... 님 아가 냥이 이제는 좋은 곳에 갔을거에요. 그리고 어미냥도 아마...자기 새낀줄 알고 그러고 있었나봐요..... 저는 시골길 가다가 차에 치여 죽은 새끼냥이를 봤는데... 차들이 계속 지나갈까봐 내려서 옆에 풀숲으로 옮겨주었던 적이 있거든요. 근데 제가 비슷하게 생긴 작은 냥이가 계속 저보고 있다가 제가 옮기고 자리뜨니까 그 옮긴 쪽으로 얼른 가서 보더라구요... 동물들도 자기 핏줄, 자기 친구는 그렇게 챙기는 것 같아요. 살아있는 냥이들 이 추워 부디 잘 견디고 사람들 손에 해코지 안당하고 살길 간절히 바랍니다. 님..그리고 너무 감사해요. 많이 놀라고 맘 아프셨죠?저도 님같은 사람이라 그런지 너무 공감가고...그래서 울면서 댓글답니다. 아가냥이 묻어주고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

  • 8. 가여워라
    '12.12.14 6:38 PM (112.161.xxx.208)

    읽으면서 눈물이 자꾸 나네요. 너무 가여워요.

  • 9. 위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12.12.14 6:39 PM (218.236.xxx.82)

    댓글보면서 엉엉 웁니다.
    제가 좀 마음이 강한 사람이 아니라서 그런지 더 힘이 드네요.

    녀석을 묻어준곳이 택지 개발 예정지라서 봄에 공사 시작해서 땅이라도 파기 시작하면 어쩌나 싶어 걱정이 돼요.
    다른곳도 몇군데 삽으로 파보기는 했는데 땅이 얼어있어서 마땅치가 않고, 모종삽이라서 깊게 묻지도 못해서 더 걱정스러워요.

    댓글 읽으면서 많이 위로가 되었어요.
    불쌍한 어린냥이를 위해서 같이 눈물 흘려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남은 녀석들은 추운 겨울 무사히 살아남아서 따뜻한 봄을 다시 맞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 10. 마음이 있어도
    '12.12.14 6:44 PM (125.178.xxx.152)

    행동으로 옮기는건 쉽지 않은 일인데 고생하셨어요. 사랑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지요. 아기 고양이나 사람이나 다 흙으로 돌아가지요. 아기 고양이가 내세에는 부디 행복한 집에 태어나 마음껏 행복 누렸으면 하고 빌어 봅니다.

  • 11. 검은고양이
    '12.12.14 6:46 PM (183.102.xxx.44)

    얼마나 먹먹하실지 이해합니다
    저도 제가 밥주던 냥이들 죽은걸보는순간 손이벌벌 떨리면서
    하루종일울다 넘 괴로워 수면유도제라도 먹고 억지로 잡니다
    몇번을 그래도 늘 괴롭고 미안하고..왜 어제까지 멀쩡했는데
    죽은건지 머리가 복잡하더라구요
    아기냥이들은 어미잃어버리면 거의죽어요
    새끼가 여럿이라 어미가 없어져도 신경못쓰고 새끼는 굶어죽거나 사고로 죽더라구요
    제가 밥주던 어미도 죽고나니 한달뒤 두달된 턱시도 새끼가 동네 가게서 발견됬는데 원글님 아기냥이처럼 기아상태였어요
    병원에 데려가니 한달은 굶었을 거라고..저도 넘 미안하더라구요
    내가 굶긴건 아니지만 왜 더 빨리 발견 못했을까..
    살 가망이 거의없었는데 운좋게 살아 지금 저희 집에 있지만
    얠보면 수많은 아기냥이들이 어미보살핌을 못받고 저렇게 기아상태로 굶어죽을거 생각하면 너무 불쌍해요
    그래도 원글님께서 가는마지막길을 외롭지않게 해주셔서 감사드려요
    아기냥이는 이제 고양이별에서 춥고 배고프지않게 행복할거에요

  • 12. s h i h o
    '12.12.14 6:51 PM (203.132.xxx.122)

    저도 같은 경험있어요 ㅠ
    아기 냥이 노랑둥이 ....밥을 두번 줘서 기억했는데 어느날 초여름 죽어 길가에 쓰러져있고
    파리가 주변을 맴돌았어요.
    첨엔 놀랐고. 담엔 슬펐고...그리고 가까이 가기 무서웠지만 내가 거두지 않으면
    쓰레기봉투에 버려지거나, 죽은 고양이 시체라고 욕하면서 지나갈까....
    힘든 세상 떠나는 그 작은 몸이 가여워서 용기를 내어 부들부들 떨면서 시체를 수습하고
    상자에 담아 두었다가 퇴근하는 남편한테 부탁해서 같이 산에 가서 묻어주고 왔어요.
    저도 님과 같은 기도를 드렸네요............ㅠ.ㅠ

  • 13. ...
    '12.12.14 7:14 PM (121.165.xxx.175)

    눈물 나네요...ㅠㅠ 얼마전 키우던 강아지(노견이지만) 무지개 다리 건너보내고 이 글 읽으니 더 울컥합니다. 부디 하늘나라에서는 따뜻하게 잘 지내길 바래요. 에휴.....ㅠㅠ

  • 14. 행복한봄
    '12.12.14 7:20 PM (1.224.xxx.77)

    눈물이 나네요 ㅠ ㅠ 아파트라서 눈치보면서 참치캔 이나 가끔 길바닥에 버리고 도망 오는 제 자신이한심해요

  • 15. ..
    '12.12.14 7:23 PM (223.33.xxx.209)

    용기있는 행동에 감사드려요.
    좋은곳으로 갔을거라 믿습니다.
    원글님도 마음 추스리시고
    고생하셨어요...

  • 16. ㅜㅜ
    '12.12.14 7:28 PM (219.250.xxx.109)

    비슷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애요
    지금도 가끔 그 녀석이 생각나면 꺽꺽거리고 웁니다..

  • 17. ㅜㅜ
    '12.12.14 7:30 PM (219.250.xxx.109)

    다음엔 아예 태어나지 말거나 따뜻한 사랑과 풍족함이 넘치는 가정에 집고양이로 태어나서 귀한 대접 받고 살으라고 기도했었어요.

  • 18. 그린 티
    '12.12.14 8:59 PM (220.86.xxx.221)

    어린 묘생 참 짠하죠, 오늘같이 춥고 비 오는 날, 밥그릇이 날아갈 만큼 바람 부는 날, 눈이 소복히 내리는 날... 밥 그릇 사료가 줄지 않으면 하루 종일 마음이 쓰여 자꾸 쳐다보고.. 그러다 하나 와서 밥 먹고 있으면 왜 그리 기쁜지.. 이렇게 궂은 날 니들 어디선가 잘 버티고 있었구나... 오늘 빗자루질 하며 청소하는 내 주위를 빙빙 돌며 빗자루 한 번 만지려고 기를 쓰는 집냥이를 보며 너 없으면 어쩔꺼나.. 차가운 눈밭에서 사라질 아이 고이 거두어주신거 정말 고맙습니다.

  • 19. 자비
    '12.12.14 9:05 PM (121.145.xxx.90)

    나무 관세음 보살....

  • 20. ㅜㅜ
    '12.12.14 9:42 PM (121.144.xxx.111)

    괜히 읽었네ㅜㅜ
    아 마음 아파 ...
    아가 좋은곳에 가거라 ... 좋은곳에...

  • 21. ㅇㅇㅇ
    '12.12.14 10:18 PM (180.69.xxx.232)

    저도 그래요

    호두라고 이름지어서 캔과 사료 챙겨서 호두엄마랑 같이 냠냠 짭짭 잘 먹어서 6개월 지났어요.
    어느 날 누워있는데 이상해서 가보니 겨우 숨만 쉬고 있어요

    박스에 담아서 동물병원에 데리고 갔더니 범백바이러스라고 치료하고 인큐베이터에 넣고
    왜 진작 집에 데리고 가서 안키웠나 자책도 하고.

    치료비 30만원 쓰고 호두는 하늘나라로 갔어요.
    1년도 더 됬는데 아직 호두엄마는 우리 동네에 있어요.
    요즘은 호두어머니 하고 제가 부르면 달려와요
    갑자기 원글님 글 읽으니 그 때 많이 울어서 허한 기분이 지금도 느껴져요......

    그 떄 열흘 뒤 노란은행잎이 호두 누워있던자리에 가득해서
    에구 저 이쁜 풍경도 못보고 떠났네 하고 또 울고.........

  • 22. 조회수가 1004라..
    '12.12.14 11:24 PM (218.236.xxx.82)

    클릭하니까 조회수가 1004네요..
    별것도 아닌데...
    괜히 이녀석이 천사가 된것이 아닐까...
    예쁜 천사가 되어서 자유롭게 훨훨 날고 있는것이 아닐까...

    같은 일 겪으신분들 글에 또 눈물이 나네요.
    녀석들 다 잘 있을거예요.
    그러니 다른분들도 눈물 흘리지 마세요..ㅠ.ㅠ

    좀 전에 쓰레기 버리러 가는길에 잠깐 둘러보고 왔어요.
    처음엔 무서운 마음이 들면 어쩌나 싶었는데, 멀리서 바라보니 낮보다는 마음이 편안했어요.
    이젠 이곳에서의 아픈 기억은 모두 잊으라고 말해줬어요.
    미안하다..아기냥아....
    어미냥이가 너를 잃어버렸을때 내가라도 너를 찾았어야 되는데..
    그렇게 가까이에 있었는데 내가 너를 찾지 않아서 널 잃었구나..
    정말로 미안하구나..
    이젠 편히 쉬렴..

  • 23. 눈물이 나네요.
    '12.12.14 11:49 PM (71.172.xxx.98)

    고마워요. 원글님
    아기냥이 더이상 힘들고 배고프지않은 좋은곳으로 갔을거예요.
    저도 추운 겨울이 싫어요. 길거리에서 살아야하는 동물들때문에..
    다 집안에서 거둘수 없으니 추은 겨울만이라도 지낼수있게 공동으로 바람만이라도 피할수있게 집도 만들어주고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것조차도 못하게하는 악귀같은 못된 인간들..
    저도 묵주기도할때 꼭 기도합니다. 길냥이들 유기견들 위해서요.

  • 24. 흑흑
    '12.12.15 5:20 PM (222.237.xxx.150)

    불쌍한 아기냥이 ㅠㅠㅠㅠㅠ
    원글님 아기냥이 잘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쯤 무지개다리 건너서 잘지내고 있겠죠
    그곳에서 행복하게 잘 지내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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