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개월 딸이 하나 있어요.
얼마전까진 말을 그렇게 잘하는 것 같지 않았는데, 갑자기 최근 한두달 새에 말솜씨가 엄청나게 늘고 있어요.
온 집안이 애 말하는거에 깜빡 넘어갑니다. ㅎㅎㅎㅎ
저 여기다 얘기 좀 풀어놓을께요.(고슴도치 엄마 맞아요. 비난만 하지 말아주세요....)
1. 성당에서 미사 시간 중간에 딸이 "엄마 쉬마려워요"하고 말을 하길래 얼른 화장실에 데려갔어요.
변기에 앉아서 쉬를 하면서
"엄마. 00는 이제 기저귀가 필요없지요? 그럼요~그럼요~ 혼자서도 쉬 잘하지요? 그럼요~그럼요~"
이러면서 혼자 묻고 대답하더라구요. (제가 지키고 서 있느라 화장실 문이 열려있었어요)
할머니 한분이 보시고는 막 웃으시면서
"아이고. 아가 무슨 말을 그리 잘하니? 몇살이야?"
하고 물으시니까, 우리 딸 왈.
"부끄러워요!"
하는거에요. 그 할머니랑 저랑 빵 터졌고, 할머니께서
"할머니가 칭찬해주는 건데 뭐가 부끄러워?"
하고 다시 물으시자, 딸이 말하기를
"지금 00가 쉬하고 있잖아요."
하더라구요.
2. 눈이 많이 쌓인 날 아침에 딸과 쓰레기를 버리러 내려왔는데, 아파트 안에 강아지 한마리가 눈길위를 산책중이더라구요. 딸이 갑자기 달려가더니
"멍멍이야! 눈이 많이 와서 길이 미끄러워! 조심해야돼!"
하고 외쳤어요. 그러자 강아지가 놀라서인지(?) 갑자기 뛰어가더라구요. 그랬더니 딸이 입가에 손을 대고 외치기를
"멍멍이야! 뛰면 위험해! 꽈당~하고 넘어지면 아야 해!"
경비아저씨가 나오셨다가 허리잡고 웃으셨다는..."아가야. 너나 조심해."하시면서;;
3. 신랑과 셋이서 안동국시집엘 갔어요. 국수를 한 가닥 후루룩 먹어보더니, 딸이 서빙하시던 아주머니에게 하는 말.
"아줌마~국수가 정~말 맛있어요!"
서빙하시던 분이 막 웃으셨어요.
그리고 조금후 그릇에 덜어준 국물을 그릇째로 들이키더니 딸이 말하길
"아, 시원~하다."
식당안의 사람들이 모두 웃었어요.
4. 시부모님이 저희 집에 오셨어요. 시어머니께서 딸에게
"00야. 여기는 누구 집이야?"
하고 물어보시자, 우리 딸이
"응. 천사네 집이야. 할머니 천사네 집."
ㅎㅎㅎㅎ
시부모님이 매일 딸을 붙잡고 "우리 천사, 우리 천사" 하시거든요..;;
5. 딸에게 모자에 털 트리밍이 된 패딩 점퍼를 입혔어요. 안입겠다고 난리쳤는데 밖이 너~무 춥다며 입혔지요.
그러자 저한테 딸이 묻기를..
"엄마. 이거 입으면 따뜻해?"
하길래,
"그럼. 털이 많이 달려서 따뜻하지."
하고 대답해주니, 갑자기 씩 웃으며 하는 말.
"엄마. 아빠는 털이 많~지? 아빠는 따뜻하겠다."
....
신랑이 집에서 반바지 입고 있으면 딸이 종아리 털을 보고 "우와~아빠 털 많다!" 하거든요.
혼자 깔깔 웃었지요.
그러자 또 잠시후 딸이
"근데, 엄마는 털이 없어?"
"응. 엄마는 우리 00처럼 털달린 옷이 없어."
"음...엄마. 그럼 내가 털옷 사줄께."
아, 또 귀여워서 꼭 안아줬지요.
6. 얼마전 모 호텔 부페에 갔는데, 식탁 위의 샴페인 잔을 팔로 쳐서 샴페인 잔이 떨어져 박살이 났어요.
여자 종업원이 제일 먼저 달려와서 유리 파편을 치워주고, 조금 후 지배인이 왔어요.
"괜찮으십니까?"
하고 지배인이 묻자, 저와 신랑보다 먼저 대답하는 딸.
"네. 00(자기 이름)는 괜찮아요. 그런데~언니가 아야했어요."
먼저 유리 치우던 여자 종업원이 약간 손가락 끝에서 피가 났거든요. 그 분이 빙긋 웃으면서
"언니는 괜찮아요~"
하고 말해주자, 우리 딸 왈
"00가 뽀로로 반창고 붙여줄까요?"
라고;
일기는 일기장에 쓰는 것 맞지만...죄송해요.
저 애 처음 키워봐서 너무 이뻐 죽겠어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