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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저도 투표하고 왔어요.

임부장와이프 조회수 : 1,718
작성일 : 2012-12-10 16:22:09
금요일 오후 4시 아이들과 함께 멕시코에서 국경넘어 미국 휴스턴으로 출발했어요.
예상시간은 편도 10시간.
그러나 퇴근시간과 겹쳐 차는 자꾸 밀리고,도로공사를 여기 저기해서 돌고.
딱 3번 주유소에서 쉬고 12시간 만에 휴스턴에 도착을 했어요.
호텔을 잡고 시간으로 보니 새벽 4시.

잠시 쪽잠을 자고 일어나 투표장소인 한인회관으로 갔더니 젊은 분들이 의외로 많이 보이더라고요.
투표소로 들어가 투표용지를 받는 순간 뭔지 모르게 울컥하면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내가 그리 애국자도 아닌데...

떨리는 손으로 기호 2번에 도장을 찍고 행여 잘못 찍었을까 확인 또 확인. 
투표용지를 봉투에 담고 봉인을 하는데 만감이 교차하더라고요.
인증샷을 찍고,근데 인증샷 이런 것이 너무나 낯설어 참 어색하더라고요.
정치인들처럼 자연스런 포즈가 나오려면 저도 열심히 인증샷 찍는 연습을 해야겠어요.ㅎㅎ

한인마트로 이동해 점심을 먹으려는데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투표 얘기를 하더군요.
다들 투표 후 우리처럼 식사를 하는 모양입니다.
어쩜 그리 하나같이 표정들이 밝고 예쁜지...

이제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근데 잠을 제대로 못 잔대다가 몸이 많이 부어서 도저히 돌아 올 수 없는 상황이라 중간에 다시 호텔을 잡았어요.
몸이 힘들어 식당도 갈 수 없고 한인마트에서 산 음식들로 이른 저녁을 먹고 모두 일찍 잠자리에 들었죠.

일요일 아침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울렛에 잠시 들려 2시간 가량 쇼핑도 했어요.
덕분에 시간이 촉박해 점심은 가면서 햄버거로 떼우기로 하고 서둘렀죠.
신나게 투표얘기,전날 있었던 광화문유세 얘기를 하고 있는데...
우리 교통사고 났어요.ㅠㅠㅠ

갑자기 콘테이너 트레일러가 주행선에서 추월선으로 넘어와 우리 차를 긁고 지나갔어요.
차 오른쪽 편이 다 찌그러지고 사이드미러도 떨어져 나가고...
그래도 사람 다치지 않고 엔진 망가지지 않아 차로 집에 돌아올 수는 있는 상황이 얼마나 감사한지!
그 트레일러가 우리 차를 부딪쳐 놓고 뺑소니를 치는데 옆에 지켜봤던 다른 운전자가 경찰에 연락을 해 줘서 그 기사 잡혔어요.
30분가량 사고조서를 작성하는 동안 우리 옆에 서서 목격자 증언도 해주고 얼마나 고마웠는지 몰라요.

놀란 가슴 겨우 진정해 집에 돌아오니 밤 11시.
오후 3시 30분에 출발했는데 도대체 얼마나 걸린 건지!
드디어 2박 3일간의 투표여행이 끝났어요.   휴~~

이 번 선거 제 한 표가 얼마나 소중한지 잘 알기에 산 넘고 물 건너 투표하러 갔다왔어요.
길거리에 뿌린 시간과 돈 엄청나죠.
그래도 그 만큼,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한국에 계신 82가족 여러분.
제발 투표해 주세요.
인도에서 40시간 버스타고 투표하러 갔던 분도 있잖아요.
저 역시 쉬운 투표 길은 아니였고요.
투표하면 세상이 바뀝니다.
새역사를 여는 첫 대통령, 우리 손으로 만들 수 있어요.

올 해 고2인 제 딸이 저에게 묻더라고요.
"엄마 대통령은 누가 만드는 줄 알아?"
"국민들이지."
"아니야.투표하는 사람들이 만드는거야"
맞아요.
그랬어요.
투표하는 사람들이 대통령을 만드는거예요.
투표하면 되는 거예요.

12월 19일.
제발 떡 좀 돌리게 해 주세요.
5년간 발 좀 편히 뻗고 자게 해 주세요.
여러분만 믿겠습니다.
여러분이 저의 빽이 잖아요.
부탁드립니다.

IP : 189.218.xxx.168
3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사랑합니다.
    '12.12.10 4:24 PM (121.125.xxx.183)

    네 꼭 투표할게요. 감사합니다. 힘이 됩니다.

  • 2. 우리는
    '12.12.10 4:25 PM (124.54.xxx.71)

    대단히 감사합니다.

  • 3. 대단
    '12.12.10 4:27 PM (123.213.xxx.83)

    가까운 투표장에 갈 제가 너무 미안해 지네요.
    교통사고에서 가적들 안다쳐서 정말 다행이고요 처리도 잘 되길 바랄께요.
    정말정말 수고하셨어요.
    님과같은 분들의 고생이 헛되지않게 꼭 이겨야할텐데요.

  • 4. 대단
    '12.12.10 4:28 PM (123.213.xxx.83)

    앗 오타.
    가족이요^^

  • 5. ㄷㄷㄷ
    '12.12.10 4:28 PM (125.181.xxx.42)

    국경을 넘어 투표 다녀오신거네요.
    정말 존경합니다. 고맙습니다.

  • 6. ,,,
    '12.12.10 4:29 PM (119.197.xxx.176)

    정말 고생하셨네요....

  • 7. 흑흑...
    '12.12.10 4:30 PM (152.149.xxx.254)

    감사합니다. 원글님 사랑해요....

  • 8. 큰언니야
    '12.12.10 4:31 PM (58.6.xxx.250)

    존경합니다 ㅠㅠ

  • 9. 진짜
    '12.12.10 4:34 PM (110.70.xxx.183)

    멋지신분~

  • 10. 그냥걷기
    '12.12.10 4:35 PM (59.6.xxx.87)

    재외교포분들이 애국자이십니다.

  • 11. ...
    '12.12.10 4:35 PM (211.50.xxx.140)

    눈물납니다... 감사합니다.

  • 12. 임부장와이프
    '12.12.10 4:37 PM (189.218.xxx.168)

    댓글들이 마구 달리네요.ㅎㅎ
    전 아이들에게 부끄러운 엄마이긴 싫어요.
    아이들이 엄마가 투표를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더라고요.
    지난 총선때는 국외부재자 신고만 하고 투표는 못했거든요.
    그게 늘 마음에 걸렸었는데 몸은 힘들어도 투표하고 나니까 홀가분하고 아이들 보기도 떳떳하고 그래요.
    전 엄마잖아요.

  • 13. ...
    '12.12.10 4:37 PM (59.28.xxx.116)

    임부장 와이프님
    글 오래간만에 보네요.
    반가운 마음에 읽다가 눈물이 날 뻔 했어요.
    너무 고생 많으셨네요.
    내 나라에서 편히 투표하는 저희가 미안할 만큼...
    모쪼록 사고 후유증 없으시길 바랍니다.
    19일이 정말 기다려집니다.

  • 14. ^^
    '12.12.10 4:38 PM (112.148.xxx.107)

    이 글을 읽으면서 왜 눈물이 나는지...
    정말 감사합니다.

  • 15. dd
    '12.12.10 4:39 PM (222.112.xxx.245)

    정말 고생하셨넹뇨. 감동적입니다.

    대통령은 투표하는 국민이 만든다는 말 딸네미 참 똑똑하게 잘 키우셨네요.

    저도 꼭 투표하겠습니다.

  • 16. 연아짱
    '12.12.10 4:39 PM (115.137.xxx.59)

    임부장와이프님,
    예전에 여기서 자주 뵙던 분이셔요,맞지요? 넘 반가와요.
    안보이시나보다 싶었는데 임부장님 따라서 외국에 계셨던거군요..
    넘 애쓰셨고
    꼭 보답이 있을거예요...감사해요

  • 17. 삐끗
    '12.12.10 4:43 PM (61.41.xxx.242)

    감사합니다!

  • 18. 예전
    '12.12.10 4:44 PM (68.101.xxx.72)

    멕시코로 이사 가셨다는 글 남기셨던 거 기억나요. 이런 정성 하나 하나가 모여 큰 강물을 이뤄 우리가 소망하는 그 분이 되실 거라고 믿어요. 사고 처리도 잘 마무리되시길 바랍니다.

  • 19. 님이 진정
    '12.12.10 4:44 PM (222.120.xxx.58)

    애국자이십니다
    고맙네요

  • 20.
    '12.12.10 4:44 PM (211.219.xxx.62)

    존경스럽고.. 정말 울 부서에 주소 옮겨서 투표장 멀다고 투표 안하겠다는 인간 미워 죽겠네요.. (사실 1번 찍을 가능성도 있어 보여서..더 좋은건가...)

  • 21. ..
    '12.12.10 4:54 PM (118.32.xxx.3)

    아..
    오랜만에 보는 임부장와이프 닉네임..
    너무반가워요.
    감사 합니다.

  • 22. 감사
    '12.12.10 4:56 PM (112.159.xxx.38)

    ㅠㅠ 감사합니다

  • 23. 고맙습니다 ㅠ.ㅠ
    '12.12.10 4:58 PM (188.60.xxx.166)

    유럽에 살아요. 저도 지난 주에 투표했는데, 저희 집에서 대사관이 아무리 멀다해도 당일치기로 가능한 거리였으니 그나마 저는 호사한 거였네요. 아직까지 한국 국적 소유하고 있는 몇명 안되는 아짐들이 그날 아침 일찍 모여서 갔구요, 다들 집에서 온갖 먹을거리들을 챙겨와서 가는 길이 거의 소풍 분위기였지요.
    대사관에 도착해서 떨리는 마음으로 2번을 찍고, 행여 잉크가 번질세라 빨리 마르라고 호호 불고 또 불었어요. 떨리는 손으로 봉투에 집어넣으며 기도하구요.
    지금 유럽 전체의 한국인 투표열기 드높고 뜨겁습니다.
    멀고 먼 길을 힘들게 가서 투표하고 오신 원글님,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저도 12월 19일에 떡 돌릴수있게 끝까지 투표독려 쉬지 않겠습니다.

  • 24. ..
    '12.12.10 5:00 PM (115.22.xxx.19)

    진짜 대단하고 눈물나네요. ㅠㅠ 정말 애국자시네요. 저 같으면 그렇게 멀면 투표하러 갈 생각 못했을 것 같아요. ㅠㅠ 존경스럽습니다. ㅠ

  • 25. 조이씨
    '12.12.10 5:05 PM (112.118.xxx.224)

    아유,, 가슴이 뜨거워지네요. 감사합니다!!
    저처럼 일 끝나고 왕복 2시간 정도는 해외투표라고 명함도 못 내밀듯..
    한 표가 소중하다는 그 느낌.. 실감나더라구요

  • 26. ㅜㅜㅜㅜ
    '12.12.10 5:06 PM (175.193.xxx.70)

    고맙습니다.

  • 27. ..
    '12.12.10 5:16 PM (203.100.xxx.141)

    베스트 글.....읽다가 기분 우울했는데

    원글님 글 읽으니 존경스럽고.....타국에서도 이렇게 나라 걱정을 하시는 분들이 있다는 게 자랑스러워요.^^

  • 28. 감사합니다.
    '12.12.10 5:27 PM (211.206.xxx.180)

    감사합니다.감사합니다.
    그냥 자랑스럽습니다.이렇게 한표한표가 소중한지 ㅜㅜ

  • 29. 건이엄마
    '12.12.10 5:37 PM (59.13.xxx.18)

    내동생 장하네~~~감동의 물결이다.. 무사해서 다행이고.이런 정성이 강물이 되고 바다가 되어..
    다음 대통령은 문재인이 되는거지~~~

  • 30. 임부장와이프
    '12.12.10 5:40 PM (189.218.xxx.168)

    근데 언니.
    지금 여기 새벽 2시가 넘었거든.
    나 몸이 너무 아파 잠이 안와.ㅠㅠㅠ
    빨리 자야 내일 아침 준비하는데...
    교통사고 그거 우숩게 볼 게 아니네.ㅠㅠㅠ

  • 31. 투표하는 사람이 만드는거야.
    '12.12.10 6:10 PM (210.94.xxx.31)

    따님 잘 키우셨네요.
    몸 괜찮으신지...... 고생 많으셨어요.

  • 32. 수필가
    '12.12.10 6:35 PM (116.123.xxx.110)

    어찌 이리 뭉클한지요..너무 고맙고 소중한 한 표 나라위해 행사하셨네요..멀리서도 승리를 기원해 주세요. 꼭..변화가 일어나기를 기적이 일어나기를 기도하고 또 기도합니다. 님 몸 잘 추스리시고요..에고 얼마나 힘드셨을까..보람있는 결과가 나오기를...물도 안먹고 잠도 안자고 기도하고 싶네요..진짜..

  • 33. 아침부터
    '12.12.10 6:44 PM (175.192.xxx.173)

    조국교수님 트윗에 올라오는 재외동포들 투표인증샷 보며
    눈물 한바가지 흘렸답니다. 열몇시간씩 걸리는 길을 마다않고
    투표장으로 향하신 모습들을 보며 지금 나에게 주어진 한표가
    얼마나 소중하고 중요한 권리인지 재확인되더군요.
    멋지십니다!!! 따님도 엄마닮아서 영특하신듯~^^

  • 34. 정말
    '12.12.10 6:55 PM (118.46.xxx.121)

    님같은분이 있기에 희망이 있어요 감사해요 꼭 보답받는 그날이 올꺼에요!!

  • 35. ㅠ.ㅠ.
    '12.12.10 7:32 PM (121.167.xxx.115)

    닭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옵니다.
    감사하고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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