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올림픽)에서도 경쟁자가 없을 것 같다.”
NRW트로피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이 열린 10일(한국시간) 독일 도르트문트 아이스스포르트젠트룸. 김연아는 36명의 참가자 중 34번 째로 나왔다. 김연아가 첫 번째 점프,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 루프 콤비네이션을 깨끗하게 마치자 VIP룸에선 탄성이 새어 나왔다. 수 시간 째 계속된 선수들의 연기에 다소 지쳐있던 이들도 김연아가 빙판을 가르자 눈빛을 반짝였다. 독일 피겨계의 한 여성 인사는 “이대로 간다면 소치(올림픽)에서도 경쟁자가 없을 것 같다. 아사다 마오는 이만큼 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연아는 프리스케이팅에서 129.34점을 받아 전날 쇼트프로그램(72.27점)을 합쳐 종합 201.61점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올 시즌 여자 싱글에서 처음 나온 200점대의 점수였다. 전날 그랑프리 파이널에 아사다 마오가 작성한 올 시즌 여자 싱글 최고점(196.80점)을 하루 만에 갈아치웠다. 두 번의 점프 실수도 ‘피겨 여왕’에겐 큰 걸림돌이 되지 못했다.
경기가 끝나자 오랜 라이벌,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의 대결에 관심이 집중됐다. 일본 등 각지에서 몰려온 기자들은 “아사다 마오가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우승했다. 아사다와 대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김연아는 “어릴 때부터 계속 같이 경기를 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관심이 많은 것을 알고 있다”며 “나도 최선을 다하고 아사다도 최선을 다하면 각자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날 200점대의 높은 점수가 나온 데 대해선 김연아도 놀란 눈치였다. 김연아는 “거의 한 시즌을 쉬고 오랜만에 복귀한 터라 200점을 넘길 것이라고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며 "주변에서 기대를 많이 했지만 난 안되리라 생각했는데, 예상치 못하게 좋은 점수를 받아 기쁘다. 무엇보다 목표를 달성한 것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두 번의 점프 실수에 대해선 “방심했다”고 털어놨다. 김연아는 "첫 실수가 더블 악셀-더블 토루프-더블 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하는 과정에서 약간 균형이 흔들렸다"면서 "두 번째 실수 때에는 약간 방심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체력에 대한 우려도 불식했다. 김연아는 “(체력을)가장 걱정하긴 했지만 훈련하면서 경기에 충분히 필요한 만큼 끌어올렸다"면서 "프리스케이팅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체력"이라고 밝혔다.
김연아는 프리스케이팅 작품 '레미제라블‘에 대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테마곡의 주인공에 맞춰 여린 여성의 모습을 많이 보여드렸다. 첫 대회라서 기술적으로 신경써야 할 부분이 많다 보니 예술적으로는 충분히 신경썼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연아의 우려와는 달리 이날 받은 예술점수(PCS)는 69.52점으로 세계신기록을 작성한 2010밴쿠버올림픽 때의 71.76점과도 큰 차이가 없었다.
김연아의 또 “세계선수권대회 출전 자격을 얻은 만큼 한국으로 돌아가 준비해야 한다"면서 "올림픽 티켓이 걸린 대회인데다, 다른 어린 선수들도 올림픽에 나설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도르트문트(독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