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김여진씨 아가에게 글 보셨어요? 뭉클해요

이거 조회수 : 2,271
작성일 : 2012-12-10 10:58:41

 

 

아가. 지금쯤 아빠와 온 집을 기어 다니며 놀고 있겠구나. 엄마가 요 며칠 너와 떨어질 때가 잦아졌지. 왜 그런지 너에게 변명하려고 해. 네가 이 세상에 온 이후로 한 시도 떨어지지 않고 같이 있었는지 정말 젖먹던 힘을 다해, 널 젖 먹여 키웠는데 말이야. 엄마 혼자만의 힘으로는 널 온전히 키워낼 수가 없겠다는 생각을 했어. 물론 지금이야 엄마와 네가 함께 있는 게 제일 좋지. 조금 더 지나면 네가 아장아장 걷게 되고, 말도 하게 되고, 친구와 놀 줄 알게 되면 어린이집도 가고 유치원도 가게 되겠지.

바로 이틀 전, 우리 동네 성당 부서 유치원생의 원서를 뽑는 추첨을 하더구나. 이웃의 네 살짜리 누나는 다행히 붙었지만, 10명 남짓 뽑는데 80명도 넘는 아이의 엄마들이 그곳에서 추첨을 했었고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곳에 가지 못했어. 더 비싼데, 더 먼데를 알아봐야 할테지. 네 살 밖에 안됐는데 벌써 어딘가에 떨어지는 경험을 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정말 남의 일 같지 않더구나.

엄마는 널 뱃속에 넣고 저기 부산 영도까지 크레인 위 진숙이 이모보러 왔다갔다 할 만큼 겁이 없는 사람이었는데... 아가. 널 낳고 나니까 엄마는 많은 게 두렵단다. 네 몸과 마음이 그저 건강하게 바랄 뿐인데 우리가 사는 곳은 그게 참 큰 바람이다. 네가 갈 안전한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결국 못 찾으면 어쩌나, 학교에 가서 친구들 사이에서 왕따라도 당하면 어쩌나, 아니 네가 누군가를 괴롭히고 따돌리는 것을 먼저 배우면 어쩌나, 성적에 목메 죽고 싶게 괴로운 학창 시절을 보내면 어쩌나, 만일 대학을 포기한다면 그렇다고 해서 평생 비정규직으로 살아야 하거나 니가 하는 노동이 싸구려 취급을 받으면 어쩌나.

아가. 엄마는 매일 이런 상상을 하고 스스로 마음을 다 잡곤 한단다.

그래서다. 그래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이 자리에 섰다.

엄마가 살아가고 네가 살아가야 할 이 세상이 온통 경쟁과 승자독식의 사회로 변해버린 걸 그냥 볼 수만 없었단다. 자연은 파괴되고, 아이들이 지구상에서 가장 많이 자살하고, 청년들이 꿈을 꿀 수 없으며, 노인들은 자기 몸 편히 누울 여유조차 같지 못하는 사회. 너무 미안해서 이대로 너에게 물려줄 수는 없단다.

엄마는 네가 행복한 아이가 되길 바래. 네가 무얼 좋아하고 뭘 잘하든 그저 행복했으면 좋겠어. 학교에서 네가 너 자신을 사랑하고, 네 친구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법을 배웠으면 좋겠어. 어떤 이유에서든 차별은 나쁜 것임을 배웠으면 좋겠어. 경쟁하고 이기는 법이 아니라 함께 연구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배웠으면 좋겠어. 우리 역사를 제대로 배워서 군사독재 시절의 아픔과 민주화 과정의 많은 희생을 제대로 알았으면 좋겠어. 대학에 가지 않더라도 멋진 인생을 살 수 있는 세상이면 좋겠어.

그리고 아가. 난 네가 청년이 되었을 때쯤 친구들과 기차를 타고 대륙을 건너 유럽까지 여행을 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 더 이상 너와 같은 얼굴, 같은 말을 배우고 있는 저 북쪽의 아기들이 굶주리다 죽어가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고 어떤 전쟁의 위험도 다 끝이나 진정한 평화의 시대를 살고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 말을 하다 보니 엄마 꿈이 참 크다.

그런데 또 하나 있다. 멀지 않은 미래에 엄마가 다시 TV에 나오고 네가 그걸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엄마가 원래 연기를 하던 배우라는 걸 네가 알면 좋겠다. 아가. 널 위해 그리고 엄마 자신을 위해 지금 이 자리에 서 있어. 그리고 많은 사람들과 함께 투표의 권리를 행사할거야. 과거를 청산하고 미래를 나아갈 수 있는 그 초석이 될 선택을 할 거야. 그렇게 아주 조금씩 세상을 더 좋게 만드는 일에 참여할 거다.

아가. 지금 잠시 떨어져 있어서 미안해. 너의 웃고 찡그리는 얼굴이 벌써 눈앞에 상상하다. 금방 갈게. 사랑해 아주 많이. 2012년 12월 겨울 제 19대 대통령 선거 기호 2번 문재인 대통령 후보 광화문 유세 현장에서. 엄마가.

 

---------------

제가 아가 엄마이다 보니 구절구절 참 와닿아요.

우리도 우리지만 우리 자식들이 살 세상을 위해서도 우리 소중한 한 표 올바른 곳에 행사해요.

자식에게 해 줄 게 이것도 반드시 포함된다 생각합니다.

내 자식 유치원 추첨 당첨되고 좋아했던 맘도 부끄럽고요. 유치원 부족 현실을 개탄하긴 했지만, 떨어진 아가들에게 진심으로 미안해하진 않았던 것 같아서 미안해져요.

우리 아이들이 우리보다 조금 더 행복하길 바랍니다.

 

http://moon_hrnet.blog.me/30153474430 여기.. 가면 지지연설 동영상도 있어요.


[출처] ☆문재인☆ 지지동영상, ☆김여진☆의 "아가에게♡"|작성자 인권이 먼저다

IP : 221.140.xxx.12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2.12.10 11:01 AM (111.118.xxx.202)

    감동이네요...

  • 2.
    '12.12.10 11:03 AM (58.236.xxx.74)

    그 어떤 논리보다 체험이 묻어난 이런 잔잔한 글 너무 와 닿아요.
    여진씨 마음이 너무 이쁘네요.
    세상 아이들이 행복해져야 내아이도 완전히 행복해질 수 있겠죠.

  • 3. 유레카
    '12.12.10 11:05 AM (115.138.xxx.11)

    감동이었어요.. ㅠㅠ

  • 4. ...
    '12.12.10 11:24 AM (61.74.xxx.27)

    자식둔 엄마로서 정말 와닿는 글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정말로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을 물려줍시다.

  • 5. ....
    '12.12.10 11:35 AM (203.249.xxx.25)

    엄마로서 김여진씨와 똑같은 마음이네요..

    저런 세상이 대통령 바뀐다고, 정권교체된다고 바로 오진 않겠지만...
    그래도 출발점이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 6. 아후.......
    '12.12.10 12:18 PM (59.17.xxx.36)

    정말 우리 엄마들이 잘 서야 우리 아이들이 잘 설텐데요..........
    깊이 공감하고, 존경스럽네요~

  • 7. 눈물나네요
    '12.12.10 2:03 PM (182.209.xxx.6)

    얼마전 유치원 전쟁에서 추첨다떨어지고 백일안된 둘째 데리고 첫째 어린이집 알아보러 다녔더니 더 울컥하네요. 우리 아이들이 바르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투표해야죠!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04801 MB ‘비리 친인척’ 직접 사면 추진…역대 정권선 전례 없어 7 참맛 2013/01/10 880
204800 오늘까지 신고해야하는 세금??? 3 세금 2013/01/10 873
204799 애들꺼 다운로드 어디서 하나요?? 1 뿡뿡이 2013/01/10 598
204798 일본으로 우리나라 전기 어캐가져가나요? 6 나무식 2013/01/10 1,216
204797 대선 전 퇴임하며 “다시 올 텐데…” 헌재에 짐 그대로 두고 간.. 세우실 2013/01/10 1,549
204796 2-3만원대 40,50대 여자분들 좋아할만한 선물 뭐가있을까요?.. 15 마이마이 2013/01/10 16,370
204795 교대가 목표인 중2아이 진학어디로해야좋을까요? 1 2013/01/10 1,381
204794 미용실에서 염색하면 손질도 해주나요? 3 미미 2013/01/10 1,147
204793 전주 간다고 쓴사람인데 질문하나.. 8 전주 2013/01/10 1,437
204792 티비신청 질문이요~~ 1 .... 2013/01/10 405
204791 남부지법 근처 변호사 사무실 추천해주실분 계실까요? 2 ... 2013/01/10 906
204790 태국 파타야 쇼핑할 곳 좀 알려주세요~^^ 3 해지온 2013/01/10 2,042
204789 낚시성 제목을 가장많이 쓰는 찌라시 신문들 순위를 보여줍니다. 2 우리는 2013/01/10 956
204788 전자파를 실감했네요. 전자파 안나오는 매트가 있긴할까요? 10 전자파 2013/01/10 4,211
204787 남동생 결혼식 축의금 14 rosebu.. 2013/01/10 7,800
204786 자몽 활용법 좀 알려주세요~~ 3 현우최고 2013/01/10 1,694
204785 인간관계관련 찜찜함.. 치사한 감정이 드는건 어쩔수 없네요.. 7 .. 2013/01/10 2,895
204784 침입덧 해보신 분 계신가요? 계속 먹어대요. ㅜㅜ 2 남산위의 저.. 2013/01/10 2,031
204783 수화물 1 유럽여행 2013/01/10 443
204782 해피21 오만원 이 생겼어요. 엄마, 두 .. 2013/01/10 379
204781 오래된 아파트 혹시 녹물이 나오나요? 6 분당쪽 2013/01/10 2,262
204780 위암초기.. 복강경 시술 개복 수술 선택하라는데요 7 ㄹㅇ 2013/01/10 4,043
204779 혹시 보일러가 고장나면, 쓴거보다 가스비가 많이 나오기도하나요?.. 7 아닐꺼야 2013/01/10 1,253
204778 교과서에 '안철수' 2013년에도 실린다…교과부·교육과정평가원 .. 1 세우실 2013/01/10 701
204777 그림 잘 그리는 딸아이 진로 32 조언 부탁 2013/01/10 4,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