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웃지 못할 나의 고민...

천리길 조회수 : 1,739
작성일 : 2012-12-10 01:58:42

제겐 팔순이 넘으신 친할머니가 계세요.

10년 전,

2002년 대선 투표 전날, 정몽준이 삐져가지고 다 된 판을 뒤엎었을 때

그때 다들 기억나실 거에요.

큰일났다고 투표율 올려야한다고 여기저기 전화하고 투표 독려했었지요.

네, 적어도 제 주변에선 그랬네요.

그래서 아버지랑 시골에 계신 할머니를 투표소에 모시고 갔어요.

그 이전까지 한 번도 투표 안 하셨던 분이고

아버지는 보이콧도 나름의 정치행위로 인정해야한다는 생각이셨는데

그대만큼은 한 표라도 보태야한다며

할머니에게 강요하지 않으면서 잘 말씀드려보자고 저를 데리고 가셨죠.

어찌어찌 얘기가 잘 되어 할머니를 투표소에 모시고 갔어요.

그리고 할머니는 생애 첫 투표를 하고 나오셨습니다.

그날 저녁,

할머니를 모시고 집에 왔는데

출구조사 결과가 노무현 대통령 당선 확실로 나와서

우리집은 맥주 따고 잔치집 분위기였지요.

할머니도 함께 TV 보시면서 평소보다 늦게 주무신다 싶었는데

갑자기 물으시는 거에요.

"그럼 노무현이가 된 거냐?"

"예, 확실한가 봅니다."

"그래, 그럼 나는 자야겠다."

하시고는 수줍게 말씀하시길

"내가 아까 2번 찍으려고 했는데 투표소에 들어가니 너무 정신이 없고 후둘후둘 떨려서

1번을 찍었다.

너희들 말한대로 하지 못해서 노무현이가 못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잘됐군."

그 이후로 할머니는 다시 어느 투표도 하지 않으셨고

저희도 독려?하지 않았는데요.

.

.

.

.

.

.

이번 선거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한 사람이라도 더 힘을 모아야 하는데

(지난 대선은 너무 뻔한 결과라 시도도 안 했음 ㅠ.ㅠ)

이제는 그때보다 10년을 더 사신 우리 할머니...

모시고 가야할까요, 말아야 할까요?

이게 또 잘못 찍으시면 2표가 날아가는 셈이라서...

IP : 223.222.xxx.34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ㅎㅎ
    '12.12.10 2:03 AM (112.155.xxx.85)

    이번에도 모시고 가셔서
    기표소에도 같이 들어가세요. 할머니 연세도 있으시니 대동해도 뭐라 안할 겁니다.
    저도 저희 할머니랑 같이 들어가서 해드렸거든요.
    꼭 승리하도록 도와주세요.
    여기저기 부재자 독거요양원같은데 보니 부정 얘기 나오더군요.
    한표한표 티끌모아 승리입니다.

  • 2.
    '12.12.10 2:06 AM (223.222.xxx.34)

    기표소에 같이 들어갈 수 있나요?
    어린 제 아들은 데리고 들어가봤지만
    유권자를 돕기 위해 들어가는 것은 안되는 걸로 알았는데요...

  • 3. .......
    '12.12.10 2:42 AM (125.142.xxx.87)

    원글님 글 읽으니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이 나네요.
    지방선거 투표 하면서 한꺼번에 여러 투표를 하잖아요. 할머니께서 헷갈리시니까 저희에게 물어보셔서 뭐는 몇번... 그런 식으로 주지를 하고 투표하러 가셨거든요.
    할머니 투표하시고 나오시는데 다 잘 하셨냐고 여쭤보니 헷갈려서 뭐를 누구 찍은지도 모르겠다고 하시더라구요.
    할머니 그러면 어떡해~~~라고 하니까 할머니께 하신 말씀이 뭐 운좋은 놈이 내 표 가져가는 거지 뭐! 그러셨던 생각이 나네요.
    그리고 고 김대중 대톨령이 대통령 되고 나서 총선 때 내 평생 여당을 찍을 일이 생기다니 신기하다고 하신 말씀도요...^^

  • 4. 나무
    '12.12.10 7:36 AM (220.85.xxx.38)

    저도 고백하는데요
    투표소 안에서 도장 찍으려는데 전화가 온 거예요
    사람 심리가 전화 받는 게 우선인 거 있잖아요
    전화받다가 이상한 곳에 결국 찍고 나왔어요
    남편한테 그 얘기 하고 어찌나 지청구를 들었는지..

    젊은 저도 그런 적 있어요
    근데 할머님이 귀여우세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99053 하느님께서 계신가요? '울지마 톤즈'를 보고 39 깨어있는삶 2012/12/25 5,061
199052 야후 메일 쓰시는 분들 1 코리아? 2012/12/25 762
199051 82 힐링 포트럭 때 정봉주가 옵니다 84 김용민 2012/12/25 12,184
199050 낮12시에 뛰지말라고 인터폰왔네요 19 내참 2012/12/25 4,004
199049 보험좀 봐주세요 5 커피향기 2012/12/25 763
199048 서울의 달 드라마 15 아날로그 2012/12/25 2,409
199047 내가 보는 문 재 인 23 크리 마스 2012/12/25 2,987
199046 엠블랙 미르 "화장실 가는 여자 싫어해" 9 ... 2012/12/25 3,787
199045 중고나라에서 쿠폰구입하려면요.. 8 형지짱 2012/12/25 784
199044 문과는 대학붙기만 했다고 좋은건 9 아니네요 2012/12/25 2,753
199043 대학2학년 여학생 유럽여행 혼자 가는거..ㅠㅠ 30 공주맘 2012/12/25 4,884
199042 최근에 반포래미안 34평 12억대에 실거래된거 9 ... 2012/12/25 4,562
199041 꿈해몽 해주시면 진심으로 감사드리겠습니다 ^^ 1 fdsa 2012/12/25 805
199040 겨울 실내복 이거 짱이네요 11 할머니 꽃무.. 2012/12/25 9,379
199039 가장 빠르게 갈수 있는 방법은?? 3 여행 2012/12/25 700
199038 이거 너무웃겨요 허경영 천재설 20 ㅋㅋㅋㅋ 2012/12/25 4,800
199037 KBS 동행프로그램중에서 가장 슬펐던거 하나씩만... 13 알려주세요... 2012/12/25 4,085
199036 저 방금 일베사이트 가보구 멘붕왔어요..... 15 ..... 2012/12/25 4,144
199035 윤창중 인가 윤봉길 의사 후손이란거 거짓말이라는데요 10 이건 아니네.. 2012/12/25 2,513
199034 물광화장에 모공 프라이머는 상극인가요? 1 화산모공 2012/12/25 2,400
199033 팔다리에 털이 없어요 1 왜이럴까 2012/12/25 951
199032 아이허브 구매할 때요 1 궁금 2012/12/25 625
199031 강아지가 주인공인 영화 좀 알려주세요 24 .. 2012/12/25 2,069
199030 1월 1일날 국기 다나요???아이 방학 통신문에 국기 다는 날이.. 4 이상 2012/12/25 2,478
199029 방금 올라온 문재인님 트윗 52 0000 2012/12/25 12,0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