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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초등 1학년 딸, 반 친구 문제로 힘들어하네요..

캔다 조회수 : 2,248
작성일 : 2012-12-04 13:05:13

초등학교 1학년 딸아이, 체격도 여리고(120cm 18Kg) 마음도 여립니다.

요즘 부쩍 짜증에 신경질 부리기 일쑤. 참다참다 못해 제가 아이를 붙잡고 하소연하듯 물었습니다.

너 요즘 왜 그러느냐, 무슨 문제가 있는 거냐, 엄마하고 얘기 좀 해보자.

그랬더니  녀석이 갑자기  '마음이 너무 안 좋다.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이 없다' 면서 서럽게 울면서 털어놓은 이야기는 이랬습니다. 바로 앞 자리에 앉은 여자친구가 1학기때부터 딸아이의 물건을 말도 없이 마음대로 가져가서는 돌려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나중에 딸아이가 돌려달라고 하면 그 친구는 '내가 가져가지 않았다'고 했고 그런 일이 여러 번 있었다고 합니다.(이 사항은 딸이 이야기를 해서 저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찜찜하게 생각했는데 또 막상 하교시에 데리러 가서 보면 그 아이와  자주 놀고 있어서 그래도 나름 서로 잘 지내고 있나보다 여기고 심각하게 생각하진 않았었죠.

그런데 딸애가 말하기를 그 아이가 이젠 수업시간에도 자기 물건을 빼앗아가고 딸아이 남자 짝에게 "야, 장하성(실명 아님) 너 ㅇㅇ  공책 뺏어서 네 가방에 넣어" 라고 시킨다고 합니다. 그러자 그 남자 짝은  시키는 대로 하고- 나중에 돌려주었다고는 합니다-

또 그 아이가 좋아하는 같은 반 남자애가 있어 딸에게 'XX가 널 좋아한대'라는 내용의 쪽지를 써서 그 아이에게 주라고 시켰는데 딸이 쪽지를 써주고 나서 주는 건 네가 하라고 하자 그 아이가 주먹으로 딸아이의 배를 때렸다고 합니다.

결국 그 쪽지는 그 아이가 다른 아이를 시켜서 전달했다고 해요.

그 애가 때린 횟수와 부위를 물어보니 발로 다리를 찬 건 5~6회, 주먹으로 배와 가슴을 때린 게 각각 1회씩, 팔이나 등을 때리는 일은 여러 번 있었다고 합니다. (딸아이 말로는  장난으로 때린 건 절대 아니었다고 합니다)

자기 말대로 안 한다고 딸아이 앞섶을 잡고 '죽는다'는 말도 했다고 합니다.(놀라서 그래서 넌 어떻게 했냐고 물었더니 손으로 확 그 아이 손을 밀쳤다고 하고, 전 '잘했어 잘했어' 하고..이게 뭐 하는 건지 참..)

또 같은 반 다른 여자아이들에게 귓속말로(하는데 다 들렸어, 엄마.라고  ) OO랑 놀지 말라고 딸 앞에서 말했다고 합니다.  그 아이 말때문에 친구들이 너하고 놀지 않았느냐고 물었더니 그러지 않았다, 얘들이 걔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신경도 안 쓴다고 대답해서  그나마 다행이었고...

아이들끼리 해결할 문제는 이미 아닌 듯 생각되어서 담임 선생님께 상담 신청을 해서 그 내용을 다 말씀드렸습니다.

그 아이가 다른 친구들 물건을 뻣어서 쓰는 건 선생님도 이미 알고 계셨다고 합니다.

수업시간에 자꾸 낑낑대는 소리가 나서 돌아보니 그 아이가 뒷 자리의 아이(저희 딸은 아니었다 합니다)지우개를 가져다 쓰려고 하고 있었는데 뒷자리의 아이가 뺏기지 않으려고 손에 지우개를 꽉 쥐고 안간힘을 쓰고 있더라 합니다. 낑낑은 바로 그 뒷 자리 아이가 내는 소리였고요.

선생님께서 "XX야, 친구가 싫어하는데. 넌 지우개 안 가져왔어?" 하시니 그제서야 자기 책상 서랍에서 그 아이가 지우개를 꺼냈다고 합니다. 선생님이 깜짝 놀라서 "뭐야? 너 네 것도 있는데 친구 걸 억지로 가져다 쓰려고 한 거야?" 하셨더니 그 아이가 울먹울먹하길래 거기까지만 하고 말았다고요.

그러면서 아이들을 한 해정도 보니까 나중에 저 애가 어떻게 되어있겠구나 대충 감이 오는데(선생님이 연세가 꽤 있으십니다) XX는 나중에 파벌을 형성할 법한 아이라고, 하지만 그 아이가  OO에게 그런 행동을 하는 지는 전혀 눈치를 못 챘다고 합니다.

선생님이 내리신 결정은 일단은 두 아이를 떼어놓고 반 아이들 전체에게 주의를 주겠다, 어머니도 OO에게 부담가지 않게 상황을 가끔 물어보시라는 것이었습니다.

다음 날 두 아이 자리를 최대한 떨어뜨려 놓고( 딸아이는 1분단 , 그 아이는 4분단) 주의 사항도 말씀해주셨다고 하고

그 아이 뒷 자리에는 그 애와 친한 아이를 앉혔다고 합니다.

그걸로 상황은 일단락 되는 듯 해서 마음을 놓았는데..

어제 급식실가려고 한 줄 기차로 섰는데 그 애가 딸아이 뒤에 서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애가 또 발로 제 딸 다리를 찼다고 하네요. 얘길  자세히 들어보니 교실에서 아무래도 자리가 머니까 부딪힐 일은 적은데 가끔 마주치면 그 애가 제 손으로 제 목을 긋는 시늉(외국영화에서 가끔 애들이 해보이는 그런 행동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죽는다'의 동작형인가 봅니다) 을 한다고...

저는  그 말 듣고 흥분해서 엘리베이터 안에서 시뮬레이션 가동 들어갔습니다.

"그러니까 네가 하지 말라고 애기했는데도 또 때린다, 그럼 두 번째부터는 너도 맞지말고 때려. 그건 폭력이 아니라 널 지키기 위해서 하는 거니까 괜찮아. "

"엄마, 내가 발로 차면 걘 목 졸라."

"목 조르면 넌 발로 차, 아님 팔로 때려."

"그럼 걔가 손으로 때려."

"야, 걔가 문어야. 팔이 둘인데 어떻게 목도 조르고 때리기도 해. 그러니까 목 조르면 네가 팔로 이렇게...또 이렇게..알았어?"

남편은 이야기 듣고 흥분해서 리철진식 무술지도 들어가 주시고 속없는 딸은 옆에서 좋다고 깔깔대고,

저는 또 옆에서 "못된 행동 하는 애들은 2학년때도, 3학년때도 분명히 있다, 절대 당하지 말고 맞서서 싸워야 된다, 너는 강하다. 지금은 작아도 넌 강하고 말랐어도 넌 강하다.." 흥분해서 계속 정신교육하고.. 뭔가 링에 오르기 전의 락커룸같은 분위기.

그러면서도 머릿 속에 계속 맴도는 말은 "강한 자가 살아남는다" 였습니다. 저와 남편이 딸아이에게 지금 가르치려고 난리치는 게  바로 이 말인 걸까요? 아이들이 학교에서 무사히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렇게 말해줘야만 하는 건지..

남편은 저보고 너무 고지식하게 원리원칙대로 교육시켜서는 안된다고 신신당부 합니다.

기말고사 준비로 들여다본 딸아이 교과서에 붙임딱지가 잔뜩 붙어있어 못 쓰게 된 페이지가 눈에 띕니다.

딸애에게 물어보니 그 아이가 그전 남자 짝에게 시켜 그렇게 해놓으라고 했다고 합니다.

속이 상해서 넌 왜 가만히 있었느냐고 하니 하지 말라고, 하지 말라고 했다고, 너무 떠들면 선생님한테 혼나니까 하지말라고, 하지말라고 얘기만 했다고..

그 이야길 들으니 너무 속이 상하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지금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선생님을 또 찾아가야 할까요?

아님 맞지 말고 너도 같이 때려라, 선생님한테 혼나더라도 당하지 말고 싸워라 계속 딸을 단련시켜야 하는 걸까요?

내가 학교 다닐 땐 그렇지 않았은데, 왜 아이들이 이렇게 되어버린 건지..

제가 나이를 먹어서 그런 걸까요?

학교가 전쟁터입니다, 정말로.

IP : 110.12.xxx.185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2.12.4 1:13 PM (117.120.xxx.132)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죄송해요
    너무 걱정되고 심란하실텐데 일단 화이팅하시구요
    근데 중간 중간 너무 재밌어서 넘 웃었어요

    야, 걔가 문어야

    여기서 빵터졌네요

  • 2. ..
    '12.12.4 1:13 PM (110.14.xxx.164)

    그 정도 아이면 보통 아니고 가정교육도 잘 안되나봐요- 이런말 쓰기 그렇지만 질이 안좋아 보여요
    초 1이 그렇다니 참 한숨나옵니다
    엄마가 나서서 등하교길에 만나 좀 엄하게 그런 행동은 하지 말라고 얘기 하시는게 어떨지요- 야단치거나 하진마시고요
    내 아이뒤엔 부모가 있다는걸 보여주세요

  • 3. 운동시키세요
    '12.12.4 1:23 PM (123.111.xxx.41)

    태권도학원이나 합기도 추천. 대항을 하긴 하는데 힘이나 기술(?)이 딸리는듯.

  • 4.
    '12.12.4 1:33 PM (114.203.xxx.176)

    1학년이 벌써 그런다구요
    그것두 여자애가요?
    이런 아이는 정서치료 받아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섭네요

  • 5. ..
    '12.12.4 2:19 PM (14.33.xxx.158)

    요즘 아이들 예전이랑 틀리죠.
    아이의 기질이 순한 아이는 아무리 훈련을 해도 안되요.
    요즘 선생님들이 예전의 스승은 아닌듯 싶어요. 단순히 직장인일뿐이죠.
    내 반에서 문제 일으키는것 싫어하고 어쩜 알면서도 그냥 눈감고 넘어가죠.
    너무 강한 아이와 자리를 오랫동안 같이 하거나 할때는 자리변경 요구 정도는 할수 있을것 같습니다.
    아이 많이 사랑해주시고 자기의 생각을 표현하게 하시고(친구들에게 싫으면 싫다 좋으면 좋다) 선생님께 혼나는것에 대해 두려워하지 말고 마음껏 행동하게 하세요.
    부모가 아이들 혼내줄거면 눈물이 쏙 빠지게 아주 혼구녕을 내주시고 그렇지 않으면 그냥 지켜보세요.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가 스스로 헤쳐나가야 문제가 해결됩니다. 그래야 아이들이 다시는 그러지 못할거예요.

  • 6. 킬리만자로
    '12.12.4 3:06 PM (203.252.xxx.121)

    세상에
    제가 다 속상하네요.
    따님이 그렇게까지 당하고(?) 있는데 계속 지켜만 보지 마시고 개입하세요.
    선생님께도 곧장 알리시고요.
    따님이 스스로 방어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럴때 내가 부모에게 보호받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것도 중요하니까요.
    그 여리디 여린 아이가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못된것 같으니. 버르장머리를 싹 고쳐놔야겠군요. 아오....제가 다 열이 받네요 아주

  • 7. 캔다
    '12.12.4 4:50 PM (110.12.xxx.185)

    그렇죠, 이건 좀 심한 게 맞죠? 저도 놀라서 상담갔는데 선생님은 좀 놀랐다는 반응정도.. 전에 들은 얘기로는 선생님이 그 애를 싫어하신다고, 또 저한테 말하시는 태도로 보아도 그 아이에 대한 비호감정도가 느껴져서 그 애라면 그럴 수도 있다 고 생각하신 것 같기도 하고..
    위 ..님 말씀처럼 아이에게 말할까 생각도 했는데 저희 언니가 아이가 되바라진 경우에는 부모에게 알려서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고 해서 참았어요.
    남편도 무도학원에 보내라 해서 생각 중인데 아래 ..님 말씀처럼 딸아이가 기질이 워낙 순한 아이라 걱정이 많습니다.
    그러지 않던 아이가 짜증과 신경질이 늘어서 성격 나빠질까 걱정도 되고요.
    어제도 저한테 생짜증을 부리길래 왜 그러냐 했더니 걔때문에 맘이 안 좋다고 신경질..
    저도 참다가 걔한테 당한 걸 엄마한테 짜증부려서 풀려고 하지 말고 걔한테 당한 건 걔한테 다 풀라고 혼내고는 후회했어요.

  • 8. 캔다
    '12.12.4 5:17 PM (110.12.xxx.185)

    그리고 맨 위의 ...님 웃으신 것 미안해 하실 것 없으세요. 실은 어제 저와 딸아이도 그 문어 대목에서 빵 터졌어요. 얼마 전에 딸아이가 텔리비젼을 보다가 "와, 맛있겠다" 외치더라구요. 워낙 음식에 초연한 아이인지라 그 말에 번쩍해서 남편하고 같이 화면을 보니 문어가 딱~
    남편은 "그래, 문어가 맛있지"하며 끄덕끄덕
    저는 "얘가 맛을 알아"하며 흐뭇해서 끄덕끄덕
    그날 제 머리 속에 들어앉은 문어가 어제 튀어나와버린 것 같아요, 난데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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