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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최후의 제국 - 주제는 시의적절, 연출의 한계

깍뚜기 조회수 : 2,301
작성일 : 2012-12-03 20:29:51
어제 청담동 앨리스 (제목 워쩔 ^^;) 보셨나요? 
요즘 지상파 드라마가 고만고만한 와중에 청담동 앨리스는 지루하진 않더라구요. 
드라마의 제왕은 기대했는데 실망스럽고, 전문직 사극도 시들시들...

청담동 앨리스에서 모든 인물들이 다 조금씩은 이상하고, 그러니까 아주 이상하게 이상함 ㅋㅋ 
각자가 자기 방식대로 자본주의가 강요하는 욕망을 외면했다가, 발견했다가, 인정했다가, 거부했다가...
예고편 스틸에니메이션에서 분명히 보여주는 것처럼, 문근영이 '이상한 나라'에서 이런저런 일을 겪는 모양인데,
시후토끼의 똘끼에 깔깔 웃었습니다;;; 마치 메리야스 광고의 박평호의 귀환 같았음 (차마 링크는..팬들께는 죄송하빈다)
하지만 토,일 연출이 다소 혼란스러운 점, 결국 충청도 성골 박시후가 극 전체를 이끄는 수퍼바이저인가? 
김승수와 김승수의 여동생인 성골 상위 0.1%의 삶은 그들의 단선적인 연기 만큼이나 변함이 없는 것일 뿐인가?
작가가 '이거 의미심장하지?' 라고 약간 작위적으로 부각시키는 대사도 좀 흠칫~~
(예를 들면, 문근영의 아버지가 "노력하면 된다가 아니라, 그저 노력하면 된다는 희망으로 사는 것 뿐이다.'
 문근영의 시그너처 불어 대사가 자꾸 나와서 몸을 배배 꼬면서 봤습니다;)
등등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아... 아까 친구한테 이런 얘기했더니, 니가 꼭 안 지켜봐도 된다네요...ㅎㅎ) 

이어서 최후의 제국을 봤습니다. 내용이 뭔가 이어지나요? ^^
스브스가 웬일인지, The Last Capitalism 제목도 멋지구요. 
1%를 위한 부, 구조적인 빈곤, 극소수의 금융 자본과 그와 결탁한 권력이 주무르는 돈의 제국. 
미국처럼 보수적인 나라에서 조차 평범한 사람들이 못 살겠다고 자발적으로 '점령 운동'을 벌이고, 
장기 불황과 더불어 양극화가 더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시의적절한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2부에서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에 미국 중산층이 어떻게 무너졌는지 우리 눈으로 똑똑히 
볼 수 있어서 다시금 충격적이었죠. 미국적 소비를 상징하는 자동차가 그들의 삶의 최후의 보루인데, 
네 식구가 작은 차를 텐트 삼아 지내야 하는 현실. 싸구려 통조림과 정크 푸드부터 유기농 먹거리까지 
식료품이 지천인 나라에서 굶고 있는 아이들... 
르포르타주가 의미가 있자면, 먼 곳의 삶을 생생하게 증언하는 데 있을 겁니다.

그런데 프롤로그부터 걱정스럽더니 흠...
다큐의 품질이 상당히 아쉽더군요. 아마도 연출자가 나름의 일관성을 위해서 매회마다 
자본주의 경제 체제 밖에 있는 공동체를 지금의 현실과 대조하는 기법을 택한 듯한데...
2부에서 파푸아뉴기니에서 이민 온 빅맨 출신 남자가 자기가 살았던 곳의 삶과 미국의 체제가 얼마나 
다른 지를 보여줍니다. 공평한 분배, 공동체의 안정을 최우선시 하는 빅맨의 리더십이 분명 중요하긴 해요. 
그렇지만, 버냉키 같은 인물이 부시 정권 때나 오바마 정권 때나 승승장구하는 현실에서, 
구조적인 금융 협잡을 파헤쳐서 대대적인 현실 개혁을 논하기 보다는 '차칸 리더론'에 그치는 결말은 
아주 많이 아쉬웠습니다. 2부 마지막에 빅맨 출신 그 남성이 추장 복장을 한 채 성조기를 두르고 있는 장면이
다큐의 나이브한(참, 나이브한 단어죠 ^^; 의미와 소리가 잘 어울리는) 인식을 여실히 보여주더군요. 

물론 경제 인류학적 관점에서 자본주의 이전의 경제 체제의 특징을 살펴보고 오늘 날과의 비교는 중요하지요. 
폴라니같은 사람의 말마따나 과거 사회에서는 화폐나 물품의 축적보다는 작은 공동체의 안녕을 극대화하는
교환과 재분배가 중요했고, 이 때 리더는 '평판'을 유지하면서 사회 안정을 꾀해야 했습니다. 
다큐에서도 약간 보여주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리더 개인의 넉넉함이나 능력 만을 강조하는 인상을 주었고, 
미국적 삶에 익숙한 빅맨의 가족이 파푸아뉴기니에 가서 부족 행사를 치르는 장면은 그냥 재연극 같았어요. 
그들은 어차피 미국으로 돌아갈 테고, 아이들에게는 인상적이긴 하지만 여행일 뿐이겠죠. 
그래도 2부는 재밌게 보았습니다. 

작품 전반을 지배하는 '복고주의'는 어제 방영된 현재의 상하이와 현재의 과거인 라다크의 비교에서도 드러나더군요.
'돈과 꽃', 인간의 감정과 관계마저도 상품 교환의 논리에 지배를 당하는 현장을 보여주는데, 
돈과 성공으로 들끓는 신흥 부국 중국의 명암을 보여주기 위해서 덜 극단적인 사례를 선택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아니면 농민공 출신의 가족의 상하이 살이나, 자녀 교육과 일상의 소비 문제 같은 게 훨씬 더 와닿을 거 같아요. 
가끔 인터넷 신문에 나오는 것처럼, 수천억대의 부자가 배우자를 공개 모집한다는 기사는 보았고, 
그건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이겠죠. 그리고 오랜동안 결혼에서 여성은 교환물의 위치를 점하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고, 결혼은 자유 연애와 달리 순수한 사랑이랄지, 감정과는 다른 차원의 사회 제도라는 것도 맞아요. 
그런데 그 반대항으로 라다크의 마을에서 꽃같이 순수한 두 남녀의 삶을 다루는 방식 역시...
공감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들의 결혼 제도가 사회적 합의 바깥의 퓨어한 관계라고 그리는 것도 그렇고, 
2부에서와 같이 주인공 두 남녀의 재연극스러운 연출도 다큐에 어울리지 않게 감정을 강요하는 것 같았어요. 
럭셔리 커플 파티가 끝난 후 새벽이 되어 캐리어를 끌고 가는 지친 상하이의 여성과 (거리의 여인 같은 분위기로 찍음)
고운 꽃을 달고, 작은 장신구 프로포즈에도 감동하는 라다크의 순수한 그녀 
..... 라다크의 풍광은 참 멋졌지만!

다시 한 번, 
'더러운 현재'와 '때묻지 않은 순수'라는 손쉬운 이분법이 이 다큐 전반의 한계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오리엔탈리즘의 혐의와 더불어서...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오래된 미래'를 읽었을 때, 책의 제목처럼 라다크의 삶이 자본주의의 한 대안을 
제시하는구나 감명을 받은 것에 견줘, 어제 본 꽃을 단 여인의 이야기에서는 티없이 맑은 자연만 확인한 느낌...
그러니까 단지 라다크를 다루었기 때문에 문제가 아니라, 그 방식이 핵심이었음을 확인했습니다. 
그나마 2부에서는 분배 방식의 차이를 보여주기 위해서 빅맨을 등장시켰다면, 어제 라다크 청춘 남녀의 에피소드는
그저 상하이 고단한 그녀들의 현실과의 대조를 위해서 깊은 고민없이 끌어들인 느낌. 흠... 

결국 자본주의의 치부를 야심차게 조명하려 했음에도 불구하고, 
복고, 의고주의로 가는 나이브한 대안 제시 때문에 빛이 바랜 느낌이었습니다. 
차라리 굳이 대안을 제시하기 보다는 건조하고 신랄하게 망가진 현실만 계속 보여주어도 좋았을 것 같고, 
아니면 '지금, 여기'에서 신자유주의의 문제를 부분적으로나마 어떻게 극복하고자 실험하는지
최소한 사민주의적인 방법이라도 소개하거나요. 
이렇게 다루면, 보수주의자들에게 '그래서 어쩔건데? 태평양에 가서 살자고?' 이런 비웃음을 살 기회만 주고요.
다음 주 마지막 화에서는 태평양의 작은 섬, 아누타에서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이 화면을 가득 메우겠지요 ^^;;;
예고편을 보니 '연민, 사랑, 협동, 나눔' 이란 표제어를 강조하던데... 모르겠어요. 이현령비현령인 말들이라...

결론은 지상파의 파급력을 생각하면 반가운 주제이나, 
역시 스브스의 한계인지, 연출 방향은 상당히 아쉬웠다는 얘기였어요.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만큼 퀄리티를 더 높였어야 했는데 말이죠! 
우리는 EBS의 지식E나 다큐 프라임의 자본주의를 이미 본 시청자들이니까요. 
그래도 마지막까지 보긴 볼 것 같아요. 

참, 혹시 다큐 '인사이드 잡' 안 보신 분들은 강추합니다. 
멧 데이먼의 서늘하고 똑 떨어지는 내레이션도 굿입니다~~~



IP : 124.61.xxx.87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3부는 아직 못 봤는데
    '12.12.3 8:36 PM (14.40.xxx.61)

    뚜기 온니~!
    제가 뭔가 찜찜했던 거;;...어케 이렇게 설명을 잘 하시는지요...ㄳㄳ

    인사이드잡...지나쳤었는데 찾아 보겠습니다!

  • 2. 깍뚜기
    '12.12.3 8:55 PM (124.61.xxx.87)

    그러게요. 3부는 꾹참고 기왕지사 불편한 심경을 정리해 보려고 끝까지 봤어요 ^^; (변태인가... 흠)
    돈이 무진장 들어다든디, 제 돈은 아니지만... 아숩네요~

  • 3. 해리
    '12.12.3 9:00 PM (221.155.xxx.88)

    이병헌의 '자본주의스러운' 내레이션도 매우 작위적으로 느껴졌어요.

    전 그냥 말 그대로 '꽃' 보는 재미에 봤어요 쿨럭 ;;;;;;

    그래도 스브스의 '시도'는 일단 환영하는걸로...

  • 4. 리브 브릴리언트
    '12.12.3 9:44 PM (211.36.xxx.23)

    속삭이던 중년 돈 많은 배우가 들려줄 화두는 아녔지 싶었어요.

  • 5. 엥?
    '12.12.3 11:22 PM (110.70.xxx.46)

    자기과시적인거 전혀 몰겠고 잼있게 읽었는데요?

    공감 가고,,,

    최후의 제국얘기 딴글에도 리플별로 없어요

    윗님이야말로 반말섞어가며 짧은 리플에서 자기과시

    란말을 세번이나 쓰시고,,,,조언도 아니고 자기과시

    적인 시비같은데요? 글평가까지 받아야하고 82질

    힘드시겠음

  • 6. 특별이
    '12.12.4 12:21 AM (1.241.xxx.54)

    Ebs 가 다큐를 참 잘 만들었었구나 느꼈습니다. 2부에서 gps에도 안잡히는 태평 양 섬을 고생고생 해서 들어가서 한달간 함께 살고 느낀점이 이곳은 함께 사냥하소 공평하게 나눠 먹는다 와 얼마나 정들었다고 헤어질때 진심 울면서 슬퍼하더라.. 이거라니 방송발전기금으로 만들었던데 돈이 아까웠어요

  • 7. ...
    '12.12.4 12:51 PM (121.88.xxx.235)

    뉴스와 보도가 실종된 시절, 이리저리 돌리다가 스브스를 쳐다보기도 한다오..., 웬일이뇨???하고..., '3분을 못 쳐다본다'에 다시 채널을 돌리다가, 끄다시피 산다오... . 요즘은 사는 낙(?)이 없구랴... . ebs 세계테마기행을 좋아라 쳐다보지만, 그것조차 김성곤 교수 3번째 한시기행 전체를 놓쳤다오... . 스브스고 뭐고, 험할 때는 '오래된 미래'조차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되는 현실이요... . 화이팅 하시구랴!!!!!

  • 8. ...
    '12.12.4 12:55 PM (121.88.xxx.235)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넣는 것이 건강에 상책이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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