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급 검사장이 되면 관용차가 딸려나온다. 서울 이외 지역 보임 시 관사도 제공받는다. 정부는 검사장 1명당 연간 3억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기형적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김영삼정부 와 김대중정부 시절 검사 임용 직급을 낮추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검찰의 강한 저항에 유야무야됐다. 노무현정부 시절엔 차관급 자리가 되레 8개나 늘었다.
이 같은 급여, 의전상 혜택을 누리는 검사는 막강한 업무권한까지 손에 쥐며 더욱 깊은 특권의식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검찰은 독점적으로 영장청구권과 공소권을 행사하고 타 수사기관인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갖고 있다. 국정원을 한참 능가하는 막강한 정보수집력도 지녔다. 거대악을 소탕하기 위해 정부와 국민이 부여한 이런 권한이 일부 부패한 검사에겐 개인 영달 수단으로 오남용되고 있다는 게 검찰의 뼈아픈 현 주소다.
검사의 본격적인 특혜와 특권은 사실 현직에서가 아니라 옷을 벗고 나와 변호사 개업을 할 때 주어진다. 바로 전관예우다. 전관예우로 얻는 금전적 수익을 따지면 검사시절 겉으로 드러난 대우와 혜택은 미미한 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5월 이른바 '전관예우금지법'으로 불리는 개정 변호사법이 시행됐지만 서울과 재경지검 부장검사급이 퇴임하고 변호사 개업 후 1~2년만에 100억~200억원의 수익을 거두는 경우도 흔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 변호사법은 판검사 출신 변호사가 퇴직 전 1년간 일했던 법원과 검찰 소관 사건을 1년 동안 수임하지 못하도록 못박고 있지만 편법에 의해 철저히 농락당하고 있다. 퇴임 후 다른 지역에 개업하고도 같은 로펌의 다른 변호사 이름으로 사건을 우회 수임하는 것이다.
실제 법무부가 마련한 전관 변호사 수임 제한 신고센터는 개점휴업 상태다. 지난 1년간 접수한 신고 및 질의는 인터넷과 전화를 합해 7건에 불과했다. 그나마 그 가운데 실정법 위반이 인정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사법 불신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정신적ㆍ육체적으로 힘든 검사생활을 감내하는 것도 퇴임 후의 한방 때문이란 말이 나올 지경이다.
전모(30) 검사의 성추문 사건이 터지자 도의적 책임을 지고 최근 사임한 석동현 전 서울동부지검장은 "지금 이 시점에서 검사를 비롯한 전 검찰 구성원이 시급히 추진해야 할 것은 법령 정비나 제도적 개혁이 아니다"며 "만연한 특권의식, 수사나 사건처리 인사제도 등 업무전반에 걸친 낡고 구태적인 관행의 혁파, 부패행위 근절에 대한 노력"이라고 지적했다.
석 전 지검장은 "이는 새 대통령도, 법원도, 국회도, 국민도, 언론도, 그 밖에 외부 어디도 도와줄 수 없는 일로 검찰 구성원이 직접 자성의 자세로 하나하나 실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