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삐용이는 아주 큰 일을 하나 저질렀어요.
열심히 자고 놀다가
늘 그렇듯 (하루에 큰일 세번은 보는데요)
큰 일 보러 화장실에 들어가길래
그냥 그런가보다 했지요.
그전에는 모래도 얌전히 파헤쳤는데
덩치가 커진 이후로는 모래 파는 소리도
어찌나 우렁찬지
나 지금 일 보러 모래 파요~ 하고 일부러 알리기라도 하는 듯
정말 무지 무지 열심히 파헤쳐요.
그런 세찬 소리를 내며 모래를 파헤치길래
너는 일 보렴 엄마는 공부 좀 하련다. 하고 있었는데
그러다 삐용이가 화장실에서 나와서 열심히 놀길래
큰 일 잘 봤나 보군. 하고
화장실 쪽을 슬쩍 보았더니만
삐...삐용이가 글쎄
화장실 앞에다 지 똥떵어리를 떨어뜨려 놓은 거에요.
그래놓고도 좋다고 장난치면서 놀다니.
짐작컨데
화장실에서 볼 일 보고 아직 다 나오지 않은 진행중인
응가를 똥꼬에 매단채 화장실 앞에 나오면서 떨어뜨린 모양이에요.
삐용이 붙들고 설교했어요.
삐용아 그래도 니가 고양이 족보인데
그 깔끔하다는 고양이가 어찌 화장실 앞에다
이런 실수를 할 수가 있니.
니가 평소에 응가하고 똥꼬 깨끗히 정리하지 못해서
아직도 엄마가 휴지 들고 너 응가 할때마다 니 똥꼬
닦아줘야 하는 수고로움은
니가 좀 더 크면 달라질 거라 기대하고 참고 있다만은
그래도 이건 아니잖니?
열심히 털고르기 하면 뭐하니?
열심히 고양이 세수하면 뭐해
그런거 다 소용없다
한순간이야
니가 그리 깔끔 떨어도
오늘처럼 이런 실수 하나에 고양이 체면 다 깎아먹은 거야...
하면서 저 혼자 신나게 설교 했어요.
뭐 삐용이는 그러거나 말거나 고개 돌려 외면하면서
발버둥 치느라 바빴고요.
욘석 요새는 제법 털고르기도 하고
고양이 세수도 열심히 하는데
눈꼽은 안떨어지고.ㅎㅎ
응가하고 똥꼬도 안닦아서 늘 닦아줘야 하고요.
똥꼬 정리는 언제쯤 하려나요?
참 고양이들 항문낭은 냄새가 날때만 짜주어야 하나요?
항문낭 냄새 나는거 자주 있는 일인지.
한달 전에 삐용이 처음으로 항문낭 냄새 때문에 병원 의사샘이
짜주시고 그 이후엔 괜찮았는데...
삐용이는 빨려고 내놓은 제 양말 가지고 온 거실을 휘젓고 다니면서
한바탕 놀고 나더니
지금 또 자고 있어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