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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이런 서글픔 느끼신 분 계실까요?

계세요? 조회수 : 2,967
작성일 : 2012-11-30 12:58:26
남편은 자영업자예요. 뭐 그리 힘든 형편은 아니라 검소하게라도 하고픈대로는 하고 살았어요. 남편 나이는 오십대가 되었고요.

올해 갑자기 남편에게 캐주얼하더라도 점퍼가 아닌 코트류가 입히고 싶더라고요. 정장 입을 일이 잘 없는 사람인데도 이제 나이가 있으니 조금이라도 갖춰입도록이요.

키는178이고 여지껏 100사이즈를 입었었어요. 올들어 살이 좀 쪄도 늘 같이 있던 저는 무심했나봐요.

나름 괜찮다고 생각하는 브랜드에서 허벅지 중간쯤 오는 길이의 캐주얼 코트를100 사이즈로 혼자가서 사왔어요. 그런데 저녁에 입혀보고는 기절하도록 슬펐어요.

거기에는 나름 옷 갖춰입은 아저씨가 있어야하는데 할아버지 , 그것도 추워서 남의 옷 억지로 껴입은 시골 할배가 서있는거예요.

이제 내 남편은 자영업 삼십년 되어가는, 예전으로 치자면 복덕방 할아버지 느낌같다고나 할까요.
아무래도 일반 기업체나 학교 근무하신 분들과는 다른 느낌인거죠. 저도, 본인도 모르게 몸에 익은 느낌들이었겠지요.

남편의 변화를 인지도 못하고 살았는데 갑자기 너무 남편도 안되보이고 저도 서글퍼졌어요.나도 할머니겠구나 싶고요.

이건 그냥 늙었구나 하는 것과는 다른 서글픔이었어요. 진짜 짠하게 불쌍한 느낌, 늘 대충 입혀도 괜찮던 사람이었는데 이젠 할아버지 옷이 몸에 더 붙게 되어버린 남편.

이런 느낌 가져보신분 또 계실까요? 서글픔에 그 왕성하던 식욕이 사라져 오늘 커피만 마시다 글 써봅니다. 평생 열심히 일한 결과가 관록있는 모습이 아니고 그냥 불쌍한 느낌의 저런모습으로 남게된다는게 많이 짠하네요.

한편 저만 한껏 꾸며서 같이 다녀도 남들눈에는 참 조화롭지못하겠다 싶기도 해요.

횡설수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혹시 서글픔이 이해되시는 분들 계실까요?
IP : 116.37.xxx.204
1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에고 토닥토닥
    '12.11.30 1:00 PM (112.155.xxx.85)

    어떤 느낌일지 짐작이 가요.
    이제부터라도 코트나 세미정장류 입혀보세요.
    또 달라집니다. ^^

  • 2. 인생사
    '12.11.30 1:02 PM (122.46.xxx.38)

    그렇죠
    어느날부터인가 인생 빡빡하게 살거 없구나 느껴져요
    서글픔
    그냥 뭐랄까 그렇구나 나도 늙는구나하는 싸 한 느낌
    그리고 남편에 대한 감정도 정말 가족애같은 느낌 그래요

  • 3. 원글입니다.
    '12.11.30 1:06 PM (116.37.xxx.204)

    이해해주셔서 감사해요. 할 일 없어서 이런생각이라 비난 받는거 아닌가 했어요.
    우리 어른들 세월이 참슬펐겠다 이해도 더 됩니다.

  • 4. ..
    '12.11.30 1:11 PM (203.226.xxx.228)

    회사에서 보던 대기업 Ceo 체육대회때 캐주얼 입은거 보니 그냥 할배던데요 ㅋㅋ 원래 그래요

  • 5. 옷도
    '12.11.30 1:15 PM (175.213.xxx.248)

    계속 입혀 버릇하면 몸에 익어요 올겨울 코트랑 니트류로 좀만 신경써주시면 체격도좋으시니
    금방 스타일리쉬해질꺼예요

  • 6. 이해해요
    '12.11.30 1:26 PM (125.180.xxx.163)

    저는 마흔이고 남편은 마흔다섯살이예요.
    그런데 저도 원글님같은 느낌을 느꼈어요. 정말 백화점거울에서 본 내 얼굴 보고 느낀 초라한 감정보다
    마음이 더 짠한 것이 어떻게 설명이 잘 안되지만 암튼 마음이 아팠답니다.
    여기서도 여자 나이 40 넘으면 좋은 옷 입어야 한다는 의견들 있었잖아요.
    저도 그래서 남편 옷 좀 더 고급 브랜드로 업그레이드 시켰어요.
    그래야 조금이라도 덜 서글퍼보일 것 같아서요. 이젠 그런 나이가 되었나봐요.
    원글님보다 더 어린 동생같은 저도 느꼈으니 원글님만 그렇게 느낀 건 아닐 것 같네요. 힘내요.

  • 7. 원글입니다.
    '12.11.30 1:34 PM (116.37.xxx.204)

    댓글 주신분들 감사해요.
    제 나름 큰 충격이었답니다.
    이해해 주시고 다른분들도 그렇다해주셔서 진짜 따뜻한 차한잔 기프티콘이라도 보내고 싶습니다.
    여러분 따뜻한 겨울 보내세요.

  • 8. 일반 회사다녔어도..
    '12.11.30 1:41 PM (121.142.xxx.86)

    나이드니 그래요..
    퇴직 하고나니 본인은 아니라 하는데 안되 보여요..
    정장 긴코트는 작년에 이때아님 못산다고 거금드려 사줬는데
    반코트는 몇년되서 초라해보이는거같아
    며칠전 백화점에가서 살려고하니 한사코 있는데 왜사냐고..
    결국못사고왔어요
    내속이 허해선인지 나이들어가는 남편 안되보여서
    좀 좋은옷으로 휑한모습 감춰주고 싶드라구요..
    .

  • 9. 화무십일홍
    '12.11.30 1:41 PM (180.134.xxx.96)

    이라잖아요 나이가 들면 옷도 아무거나 입을 수 없게 되더라고요 얼굴이 초라해지는데 옷까지 후줄근하면 딱 행색을 알아보게 되잖아요

  • 10. 나이들면
    '12.11.30 1:48 PM (180.65.xxx.136) - 삭제된댓글

    나이든 할머니들 옷 보면 색도 화려하고 무늬도 화려하고, 심지어 반지도 이~따만한 거 끼잖아요.
    그게 얼굴이나 손이 너무 초라해 보여서 그런 거래요. 그래서 옷이나 장신구로
    빛을 내보고자... 그 얘기 들으니 어찌나 슬프던지... 저도 그렇거든요.
    단순하고 뭐 그런 옷 입으면 왜 그렇게 없어보이는지...

  • 11. 자영업이어서가 아니에요.
    '12.11.30 2:19 PM (180.69.xxx.60)

    꾸미기 나름이니 열심히 팩도 해 주시고 옷도 약간 캐쥬얼하게 입다보면 괜챦더라구요.
    아는집 남편이 솔직히 비쥬얼이 별로에요. 와이프가 센스가 있어서 젊고 타이트하게 입는데 자꾸보니 괜챦고 젊어 보여요.
    울 남편도 그래요. 나름 지위도 있고 책상앞에만 앉아있는 직업이고 캐쥬얼하게 입어도 되는데... 영 밭의 향이 가시질 않아요. 포기하고 있어요. 나름 친자연적이다 그러면서요.
    40대 중반인데도 그럽니다. 저보고 위안 삼으세요

  • 12. ㅁㅁ
    '12.11.30 2:37 PM (203.247.xxx.126)

    눈에 안익으셔서 어색해보여서 그러실거에요..^^
    자꾸 입으시고, 일이 없을때 부부 모임 가실때나 두분이 데이트 하실 때 세미정장으로 자꾸 입어주시면, 아마 또 그 모습이 눈에 익어서 근사해 보이실거에요..
    양복입는 회사 다니는 사람들은 맨날 양복만 입으니 캐주얼 입으면 완전 안습이거든요..
    너무 서글픔 느끼지 마시고, 눈에 안익어서 그런가보다 자꾸 입혀줘야겠다..하시면 될겁니다..^^

  • 13. 원글입니다
    '12.11.30 2:44 PM (116.37.xxx.204)

    진짜 멀리있는 형제보다 나은 이웃이라더니 오늘 보지 못하는 친구들보다 82이웃님들이 오늘 제친구자매 다 해주시네요.
    모두모두 고맙고 저도 다른사람들께 따뜻한 댓글 달도록 약속드립니다.
    여러분 오늘 잔주름 열개씩 없어지셔요. 수리수리 마수리 얍!!!

  • 14. 요즘 제가 그래요.
    '12.11.30 3:46 PM (116.41.xxx.233)

    사회생활하다 2년부터 자영업을 시작했어요. 예전엔 주로 세미정장이나 원피스류를 즐겨입고, 하이힐을 주로 신었구요..
    근데 자영업을 하면서 세미정장은 오버인거 같고..원피스는 일할때 불편하니 자연히 멀리하게 되더라구요.
    이젠 청바지에 티셔츠, 운동화가 편해져버렸어요..정장에 어울리는 명품가방도 옷장에 눌러앉은지 오래됐구요...그래서 가끔 차려입고 가야 할 자리가 있어서 정장을 입고...거울을 봐도 뭔가 어색해요...왠지 남의 옷 입은 느낌...
    이제 한달있음 40살인데...이제 정말 완전한 아줌마의 모습이 된거 같아 가끔은 슬프기도 해요..
    사회생활하는 친구들만나면 나만 초라해보이는 느낌이랄까...

  • 15. 음...
    '12.12.1 12:06 AM (121.165.xxx.137)

    캠퍼스에서 얼굴 희고 키 큰 바바리가 잘 어울리던 그 사람... 평생 와이셔츠 넥타이 입고 살 줄 알았는데... 아이엠에프의 마지막 벽을 넘지 못하고...자영업.. 지금은 양복은 경조사 참석할 때나 입고... 추레한 잠바 등산복 어쩌다 옷 사서 주면 왜 돈 아깝게 사왔냐고 후유~ 절대 낭비는 안 하는

  • 16. 원글입니다.
    '12.12.1 9:20 AM (116.37.xxx.204)

    요즘 제가 그래요님은 기본이 멋쟁이신걸요. 기본에 깔린 멋도 패션에 중요하던걸요.

    음님 남편분얘기시죠?
    저 어제 남편 끌고ㅎ 가서 긴기장 편한 코트 새로 골랐어요. 혼자 보고 사온것보다는 훨씬 남편에게 어울렸어요.
    음님도 살살 시작하셔서 우리 노년은 나름 멋지게 보내자고요.
    힘내려고요. 저도요.
    겨우내 대여섯번도 못입을 줄 알면서도 멋을 위해서만 남편코트사본것 정말 없던 일이예요. 앞으로는 종종 하려고요.
    멋진 머플러도 둘러주렵니다.
    기분좋은 주말아침입니다. ㅎㅎ스스로세뇌중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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