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잠깐 휴가쓰고 집에 며칠 있는데 남편이 넘 좋아하네요. 엄마 정체성이란?

포홋 조회수 : 1,991
작성일 : 2012-11-30 01:34:40

지금 잠깐 휴가 쓰느라고 아주머니도 없고 저 혼자 아기랑 집에 있어요.

그냥 슬렁슬렁 이틀에 한번 빨래 해서 널고 개고

하루에 한번 아기랑 밀대 청소 하고

아기 자면 설거지 집안 정리 반찬 하고 저도 좀 자고 그래요.

 

근데 전체를 보면 참 좋은 점이 많아요.

일단 애가 더 밝아지고 엉덩이 발진도 없어지고

남편도 아무래도 마음이 편할거고

집에 와서 옷 맘대로 입고 거실에 늘어져서 제가 한 밥 먹고 방귀도 맘대로 뀔수 있고ㅎ

아기한테도 좋고 남편도 참 좋아하네요.

 

근데...

제가 넘 답답해서

지금 육포랑 맥주 마셔요.

낮에 아기랑 놀면서 라디오도 듣고 잠깐 친구랑 카톡도 하고 하긴 했지만

하루종일 제일 많이 말한 단어가 아마, 주세요. 랑 그거 뭐야? 랑 자장자장. 이었던거 같아요.

 

그러니까, 이렇게 지내면 정말 제 일상적 정체성 자체가 엄마, 하나밖에 남지 않을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은 엄마이기도 하지만 하루동안 제가 상황에 따라서 직원이기도 하고 친구이기도 하고 손님이기도 하고 아는 언니, 친한 동생, 협력자, 조언자, 거래처 사람, 동창, 선배... 여러가지가 되잖아요.

물론 집에 있어도 친구와 선후배 등은 남겠지만

만약 거의 늘 매일을 이 아이와 동반해서 모든걸 해야 한다면... 생각하니까 가슴이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답답해졌어요.

그걸 몇년을... 해야 한다면...?    

 

친구한테 얘기하니 (그 친구는 이미 애 둘의 엄마예요) 자긴 이미 엄마 정체성이 무엇보다 지배적이 된지 오래라며 포기하라고 고3이 고3 외의 정체성을 가지는 거가 advisable하지 않듯이 엄마가 엄마 정체성 외의 다른 것을 더 우선시 한다면 그것도 advisable하지 않은거라고 했어요. 아 너는 늘 왜 이리 변화기마다 이행 시간이 길고 생각이 많으냐며

대세를 따르라며 (친구의 표현은 go with the flow)...

 

82쿡의 어머님들, 그런가요??? 엄마 정체성이 그 무엇보다 강하신가요?

IP : 121.162.xxx.48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2.11.30 2:04 AM (175.194.xxx.113)

    모든 걸 다 가질 수는 없다......는 말 요즘 실감하고 있어요.
    하나를 얻기 위해서는 하나를 잃어야 한다는 것..

    지방에 계신 엄마가 아이를 키워주시겠다면서 한 달에 두세 번만 아이를 만나고
    제 일에 집중하며 살라고 권하셨는데, 도저히 그렇게 할 수가 없었어요.
    아이가 커가는 모습 하나하나를 제 눈에 담고 싶었거든요.
    커리어 쌓기를 포기하고 아이만 키우고 집안일하면서 살았어요.

    그 사이에 저와 같은 출발선상에 있었던 사람들은 쭉쭉 뻗어나가
    이미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위치까지 가 있더군요.

    내가 만약...아이에게 집중하기보다 나 자신에게 집중했다면
    지금 나는 어디까지 가 있을까...를 생각하면 서글퍼집니다.

    그러나 애써 후회하지 않는 척 하죠.
    그 대신 나는 내가 내 아이를 책임졌다는 자부심이 있지 않냐고 생각하면서......

    이제 아이도 학교에 입학해서 제 시간도 어느 정도 생겼는데
    나이는 점점 먹어 어느 새 30대 중반....
    요즘 새로운 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 2. ...
    '12.11.30 10:39 AM (218.234.xxx.92)

    처음에만 그렇고요, 아예 전업으로 하게 되면 그것도 고충 많아요..

    아이가 어려서 전업주부하겠다고 사표낸 후배(여자)들이 종종 한 낮에 메일 보내기도 했어요.
    너무 우울하다고.. 남편 들어오는 시간 되면 시계만 쳐다보고 목 빠지게 기다린다고..
    어린 아이 데리고 할 수 있는 이야기에도 한계가 있고,
    아파트 아줌마들 영 이상해도 그 사람들 아니면 자기 이야기할 사람 없어서
    애 유모차 끌고 나가야 하고...

    아이 어느 정도 키워놓고 (중고교생) 전업주부한 선배들도 일장일단은 있다고 하는데
    단점은 더 잔소리 늘고 싸움이 많아졌다는 거..
    직장 다니느라 바쁠 땐 눈에 안들어왔는데 집에 있으니 그런 게 다 눈에 들어와서
    왜 안 치우느냐, 왜 제자리에 물건 안놓느냐 ... 자녀들이 엄마 다시 직장 나가라고, 잔소리 너무 심해져서 힘들다고 한다고..

  • 3. ...
    '12.11.30 1:14 PM (110.14.xxx.164)

    ㅎㅎ 그래서 전업도 힘들다고 하는거지요
    답답하고 애 딸리니 어디 갈데도 없고
    그러다 다 키워놓으니 일하는 엄마가 더 좋단 소리 하고요ㅡ 간섭않고 돈 번다고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13296 땜에 못살겠어요~어디서들 구매하시는지 팁좀 부탁해요~ 1 13살 딸래.. 2013/01/28 1,022
213295 나를 속이는 사람들 2 장사 2013/01/28 1,174
213294 평택에서 태백 가는 방법 좀 알려주세요. 1 눈꽃축제 2013/01/28 1,544
213293 입으로 숨을쉬고,맨발로 흙을밟고~ nnn 2013/01/28 521
213292 성장영상 액션캠으로 찍는다! 이고캠(ego cam) SD 카드 .. 나이스 2013/01/28 500
213291 치아미백 아무 치과나 가도 되나요? 5 치과 2013/01/28 1,984
213290 귀걸이가 안빠져요ㅠ 도와주세요(미국사시는분들 꼭 봐주세요) 7 부탁 2013/01/28 7,891
213289 자녀성교육...도와주세요ㅠㅠ 12 ㅠㅠ 2013/01/28 3,272
213288 덴비 그릇 식기세척기 돌려도 되나요? 8 살빼자^^ 2013/01/28 2,599
213287 남자들의 이상형 5 딱6가지 2013/01/28 2,988
213286 아파트 1층 관리비 얼마들 나와요? 5 28만원 2013/01/28 2,895
213285 수혈을 받으면 피 기증한 사람의 습관이 옮겨 질수도 있나요? 16 헉.. 2013/01/28 5,570
213284 대리운전 상담사 통쾌해요^^.. 2013/01/28 664
213283 목 어깨안마기 인터넷 최저가로드려용^^ 3 이삐야 2013/01/28 1,213
213282 욕 하는 지인..멀리하는것이 좀 그러네요 10 궁금 2013/01/28 2,024
213281 핫케이크 맛있게 하는 법 아세요ㅠ? 16 혹시 2013/01/28 3,680
213280 찾는 방법 아이폰 비밀.. 2013/01/28 424
213279 영어 질문입니다(사전을 봐도 잘 모르겠기에..) 4 ... 2013/01/28 834
213278 영어특기자로 대학가기 7 ... 2013/01/28 2,201
213277 반전세.. 2 궁금해요~^.. 2013/01/28 1,005
213276 판도라 목걸이 색상 판도라 2013/01/28 1,304
213275 칭찬과 잔소리... 10 친절한아빠 2013/01/28 1,537
213274 너무 답답해요... 5 digipi.. 2013/01/28 1,310
213273 무자식이 상팔자 저의 감상평은요~ 26 김작가 절필.. 2013/01/28 4,603
213272 게시판에서 유명했던 우농닭갈비 주문하려는데 맛 괜찮나요? 15 닭갈비 2013/01/28 2,7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