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잠깐 휴가 쓰느라고 아주머니도 없고 저 혼자 아기랑 집에 있어요.
그냥 슬렁슬렁 이틀에 한번 빨래 해서 널고 개고
하루에 한번 아기랑 밀대 청소 하고
아기 자면 설거지 집안 정리 반찬 하고 저도 좀 자고 그래요.
근데 전체를 보면 참 좋은 점이 많아요.
일단 애가 더 밝아지고 엉덩이 발진도 없어지고
남편도 아무래도 마음이 편할거고
집에 와서 옷 맘대로 입고 거실에 늘어져서 제가 한 밥 먹고 방귀도 맘대로 뀔수 있고ㅎ
아기한테도 좋고 남편도 참 좋아하네요.
근데...
제가 넘 답답해서
지금 육포랑 맥주 마셔요.
낮에 아기랑 놀면서 라디오도 듣고 잠깐 친구랑 카톡도 하고 하긴 했지만
하루종일 제일 많이 말한 단어가 아마, 주세요. 랑 그거 뭐야? 랑 자장자장. 이었던거 같아요.
그러니까, 이렇게 지내면 정말 제 일상적 정체성 자체가 엄마, 하나밖에 남지 않을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은 엄마이기도 하지만 하루동안 제가 상황에 따라서 직원이기도 하고 친구이기도 하고 손님이기도 하고 아는 언니, 친한 동생, 협력자, 조언자, 거래처 사람, 동창, 선배... 여러가지가 되잖아요.
물론 집에 있어도 친구와 선후배 등은 남겠지만
만약 거의 늘 매일을 이 아이와 동반해서 모든걸 해야 한다면... 생각하니까 가슴이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답답해졌어요.
그걸 몇년을... 해야 한다면...?
친구한테 얘기하니 (그 친구는 이미 애 둘의 엄마예요) 자긴 이미 엄마 정체성이 무엇보다 지배적이 된지 오래라며 포기하라고 고3이 고3 외의 정체성을 가지는 거가 advisable하지 않듯이 엄마가 엄마 정체성 외의 다른 것을 더 우선시 한다면 그것도 advisable하지 않은거라고 했어요. 아 너는 늘 왜 이리 변화기마다 이행 시간이 길고 생각이 많으냐며
대세를 따르라며 (친구의 표현은 go with the flow)...
82쿡의 어머님들, 그런가요??? 엄마 정체성이 그 무엇보다 강하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