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4월-5월에 혼자 스페인을 갔어요. 4주 잡고 아주 쫘악 훑고 다녔어요.
전에도 한달 다녀온적있었는데 그때는 박물관 위주로 보고 2년전에는 지방도시 다니면서 먹는거,인형축제, 뭐 이런거 볼거리 찾아다녔어요.
그중에 목표한가지가 플라맹고 댄스를 배우는 거였어요. -이쯤되면 제가 춤 좀 추는 여자라는 걸 아시겠죠? ^^
찾아보니 단기간에 배워주는 곳이 있더라고요.
근데 막상 가보니 높은 굽신고 계속 뛰는게 ....관절이 다 나갈것 같아서 포기하고 그냥 플라맹고 공연만 여러번 보는것으로 대신하기로 했어요.
도시마다 플라맹고 공연이 조금씩은 다른게 또 재미도 있고해서 도시마다 가면 공연을 비교하며 보는 즐거움도 크더라고요.
이미 플라맹고를 여러번 보고, 나름 춤 좀 추는 제가 어느 도시의 유명한 공연을 보러 갔는데 거기 댄서가 춤이 다 끝나고 관객들을 한두명 불러서 가벼운 동작을 가르치고 춰보라고 하는거예요. 주로 남자 관객을 부르더라고요. 재미있으라고.
그때 관객들중에 동양인은 오직 나와 우연히 만난 대학생 남자아이 ( 대학교 2학년인가 그랬던거 같네요. 저보고 누나누나 하면서 그날 졸졸 따라다녔죠 ^^).
저는 눈마주치기 싫어서 고개 푹 숙이고 있었고 제 옆에 대학생 남자아이가 앉아있었는데
갑자기 불길한 예감이 스치면서 그 스페인 댄서가 제앞에 와서 서더니 저를 무대로 끌고 가는거예요.
사람들은 갑자기 여자가 올라오니 소리 지르고 난리났고.
이 댄서가 관중을 쓰윽 보고서 반주하는 사람한테 뭐라고 하더니 갑자기 고 난이도의 동작을 하면서 저보고 해보라는 거예요. 사람들은 우와~~~~ 이러고.
근데 제가 갑자기 외투를 벗어서 그 대학생한테 던져주고 정확히 따라하고 턴을 한번 더 해줬죠. 물론 표정연기와 함께
ㅋㅋㅋ
그랬더니 사람들 난리나고 휘파람 불고,
그 댄서는 놀란듯 또 동작을 하고, 나는 또 따라서 하고 ,,,한 세번 반복하고 그만하겠다고 내려가니 그 댄서가 안붙잡더군요.
제 외투 받아든 대학생남자아이 놀래서 눈 똥그래지고 " 우와...누나 완전 짱이예요.!!!!"
"동영상 찍었냐? "
" 아...뇨.. 너무 놀라서 찍을 생각도 못했어요..."
그래서 너무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돌아왔고 증거사진이 없는걸 통탄하면서 ( 그 띨한 남자 아이는 그 날로 안 데리고 다님 ㅎㅎㅎ)
다른 도시에서 궁정을 구경하고 있었죠.
근데 갑자기 어떤 백인 아저씨가 저를 보더니 ,
" 나 너 봤다." 면서 말을 거는거예요.
"나 여기 처음인데 나를 어디서 봐?"
" 너 며칠전 어디에서 춤추던 그 여자 맞지?"
"......너 거기 있었냐??? ㅡㅡ;;"
그러면서 자기 카메라에 그날 공연을 다 찍었는데 제 모습도 찍었다는 거예요.
그래서 그자리에서 이메일 주고 받고 꼭 동영상 보내달라고 해서
나중에 보니 정말 보내주었더라고요.
그 영상을 보니 어찌나 뻔뻔스럽게 춤을 잘 추는지..ㅋㅋㅋ
엄마가 그 영상을 보시더니 너 진짜 춤배우러 간다더니 잘 배웠구나 하시더군요...^^;;
그래서 지금도 스페인하면 저는 그날 무대가 떠오릅니다.
스페인 구경가시는 분들 꼭 플라맹고 구경가세요 ~~~!!!
신나는 기타연주에 높은 하이힐, 화려한 의상과 쭉쭉빵빵한 요염한 여인의 정렬적인 플라맹고 적극 추천합니다.
이 야밤에 갑자기 이미지 화일 뒤지다가 그 동영상 발견하고 혼자 ㅋㅋ거리며 글 올려봤어요.
그때 나랑 다니던 꼬맹이 남학생 이제 군대 있겠네....추운데 잘 지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