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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사이 안 좋은 부부 보면..이란 글 보고.

바른생활 조회수 : 3,602
작성일 : 2012-11-29 10:03:44

 

저도 제 사정을 툭 터놓고 말하고 싶어지네요.

제 사정을 아시는분이 볼까봐.. 퇴근무렵엔 지우겠지만..

 

제가 그 원글님 부부랑 똑같은 부부생활을 11년 했어요.

저는 그래도... 그래도 애 아빠인데.. 애 생각해서.. 참은 세월이 10년이고요.

 

제 남편도..맞벌이 임에도 불구하고, 근처에 사시는 시어머님이 아이들을 케어해주신다는 걸로

일년내내 어깨에 힘주고 본인은 회식.운동.기타등등으로 가정에 소홀했고요.

그럼에도 항상 모델하우스같이 정돈된 집. 먼지 하나 없는 집을 부르짖었고요.

아이들이 아프면 약하게 낳은 제탓이고, 집에 먼지가 많아서 게으르다며 제탓을 했고

정신적으로 어머니로부터 독립을 못해

늘.. 우리어머니, 고생하신 어머니, 불쌍한 어머니. 대단한 어머니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었죠.

 

아이 돌잔치날 친구들과 새벽세시까지 술먹다 들어와서는

장인 장모도 와계신데 좀 일찍 들어오지 그랬냐는 말에

니가 좋아서 결혼한게 아니고 엄마가 너랑 하래서 한거다. 니가 베란다로 떨어져 죽었음 좋겠다던 사람이었어요.

 

남편의 장점은.. 회사는 빠지지 않고 잘 나간다는것.  남들이 보면 좋은 사람이라는것.

아이랑 관계는 좋다는것.. (제가 그렇게 만들어 준것이지만.) 이것 뿐이었습니다.

 

다른 사람한텐 더없이 호탕하고, 성격좋고, 인간관계 끝내주는 괜찮은 남자였지만

저한텐 늘 도끼눈을 뜨고 집에만 들어오면 말투도, 표정도 싹 바뀌는 사람이었습니다.

술먹던 유리컵을 던져 박살내고. 리모콘을 던졌다가.. 이혼하잔 소리에 그이후 던지는건 안했었지만

새벽까지 술먹고, 카드쓰고는 그다음날 설거지한번. 청소한번 해주면 당연히 다 풀려야 한다고 생각했고.

하도 자주 그러다보니.. 본인이 매우 가정적인 남자이고, 본인같은 남자는 세상에 없다며..

상 받아야한다고 합니다.

 

 

저를 향한 미혼인 시숙의 일방적인 시비와 욕설. 그럼에도 울타리가 되어주지 않는 남편.

무릇 여자란 퇴근하고 오는 남편발까지 닦아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고.

저랑은 지적인 수준도. 사소한 대화조차도 통하지 않아 저는 결혼생활내내 늘 외롭고 힘들었어요.

 

자격지심도 굉장히 심했고, 나중엔 의처증 증세까지 보이고..

술먹고 들어오면 자는 저한테 쌍욕을 했어요.. 처 잔다고..

그러다 술에 취해 정말 못 볼꼴을 두번이나 보고나서..

시어머니 생신날도 새벽에 들어와서는 생일상 앞에서 쌍욕을 하며 숟가락을 던지고 일어서길래..

 

야쿠르트 한병을 10분이나 걸려 겨우 마시고, 하루 한끼 겨우 먹을까 말까,

라면 반개를 끓이면 그것조차 남기고 버리는..

아이 옆에 자면서도 자꾸 베란다 빨래줄이 눈에 보이고,  그냥 베란다로 걸어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저는 모든걸 접고... 준비를 해서 집을 나왔습니다.

 

아이요..? 

시어머니와 남편은 지 새끼. 손주만 귀하지 저는 밖에서 돈벌어오는 보모 역할밖에 하지 못했었습니다.

시어머니는 너 왜 내 새끼한테 반찬을 이렇게 대충 해주냐고?

아이 앞에서 저를 때리는 시늉도 몇번이나 하셨던 분이니까요.

아이 앞에서 너네 엄마는 웃긴다 그치.. 냉장고 정리를 뭐 이렇게 하고 사냐..? 엄마 오면 혼내야겠다..그치..

내내 이런식으로 아이한테 삐뚤어진 사랑을 쏟는 분이셨고..

남편은 니가 없어도 엄마있으니 아이는 문제없다며..  애 데리고 가면 내가 너 찔러 죽인다며.. 협박했었어요.

 

결국.. 아이는 두고.. 저 혼자 나왔습니다.

아이 버리고 나온 년이 되었지만.. 저는 제가 자살할까봐.. 제가 살고싶어서 그랬어요.

정말 절실했어요.

아직은 아이 문제도, 이혼도 제대로 되지 않고.. 어정쩡하게 그 사람들 얼굴 안보고 사니 그걸로 족해서 삽니다만.

앞으로도 첩첩 산중이 남아있어요.

 

제가 회사그만두고 이 도시를 떠나야만 이혼 해준다고하고,

제가 나온거니 아이는 볼 생각도 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제 코가 석자인데... 제가 남한테 조언 할 처지는 아니지만..

저랑 비슷한 상황을 겪고 계신다 생각해서.. 두서 없이 막 적어 내려갑니다.

 

비슷한 고통을 겪고 계신분들 많으실거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남은 인생을 그런 남편이랑 힘들게 살지.

그냥 나혼자 이런거 저런거 감수하고 살지. 잘 생각 하셔야해요..

 

IP : 211.193.xxx.3
1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2.11.29 10:08 AM (115.21.xxx.7)

    정말 힘들게 사셨네요.....
    꼭 안아드려요.

    그리구 님 직장도 있고 아이도 어리니
    님이 양육권 가져오실 수 있어요.
    소송하세요. 몇백으로 된다고 들었어요..
    상담이라도 받아보세요. 꼭이요.

  • 2. 가슴아파요
    '12.11.29 10:10 AM (121.157.xxx.155)

    그 사람들. 아이를 내줄거 같지 않네요. 어째요.원글님 속이 숯덩이겠어요.어째요..

  • 3. 어쩜 그렇게
    '12.11.29 10:12 AM (114.200.xxx.253)

    상황이 그림처럼 그려집니다.
    얼마나 힘드셨을지...
    사람의 힘으로 어찌 할 수 없는...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정말 상상할 수 없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부디 지혜롭게 현명하게 극복하시고 잘사시기 바랍니다.
    마음으로 위로 드립니다.

  • 4. 처칠이
    '12.11.29 10:17 AM (69.117.xxx.101)

    처칠이 그랬대요. 지금 걷고있는 곳이 지옥이라면 계속 걸어서 나가야 한다.고. 그 집을 털고 나오셨으니, 조금씩 빛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운 차리시고, 법적인 상담부터 받으셨으면 합니다. 필요한 서류니 증거니 필요하겠지요. 아이, 그냥 두고 올 수는 없으니까요.

  • 5. ....
    '12.11.29 10:18 AM (110.14.xxx.22)

    그나마 애비노릇 한다니 불행중 다행이네요. 돌봐 줄 사람도 있으니
    황폐해진 님의 몸과 마음을 추스리는게 우선인 것 같아요.
    건강해지고 전투의지가 생기면 그때 액션을 취하셔야지
    지금은 때가 아닌 듯. 저 상황이면 애도 보는게 있고 듣는게 있는데
    어느정도 나이되면 옳은거 그른거 다 구별해요.
    몸도 마음도 강하게 만드세요.

  • 6. 바른생활
    '12.11.29 10:29 AM (211.193.xxx.3)

    따듯한 답글들 감사합니다.
    변호사 상담을 했었는데 일단 외도의 확실한 증거가 없고, 진단서도 없는 가운데
    제가 가진 소소한 증거(카톡내용/시숙의 전화횟수/싸울때 녹음등) 으로는 확실치 않다고 합니다.
    또한 판사앞에가서 본인은 절대 이혼하고 싶지 않고. 아직도 저를 사랑한다는둥..
    그렇게 말하면 안된다고 하더라고요.. (저희 부모님 앞에서 그렇게 말함)

    아이들은 전화통화 매일 두세번씩 하고있고. 한달에 한두번 휴가내고 가서 만나고 옵니다.
    그런데 아빠 몰래 엄마 만나면 혼낸다고 하도 겁을 줘놔서..애들이 많이 불안해해서 자주 가지도 못해요.ㅠ

    어쨋든. 몸과 마음 잘 추스리는중이고.. 다시 한번 맞서 싸울 힘을 비축하고 있습니다.

  • 7.
    '12.11.29 10:43 AM (110.47.xxx.176)

    왜 꼭 엄마가 애를 키워야만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모르겠네요.
    내자식도 되지만, 남편자식도 되잖아요.
    다행이 봐주실 시어머니도 계시고, 전화통화도 하시니까
    그냥 그인간족속들이 키우라고 냅두세요.
    원래 그런사람들일수록 자기핏줄은 잘챙기니까 알아서 키워줄겁니다.
    지금 무엇보다도 중요한건 내가 먼저 바로서고, 건강해지는거예요.
    애들과의 관계...걱정하지마세요.
    커서 즈네들이 사리판단할때면 다 엄마찾습니다.
    어줍잖게 양육권 가져오시려하지말고 내가 내자리 바로 세우세요.
    그게 순서라고 봅니다.

  • 8. 22
    '12.11.29 10:45 AM (180.68.xxx.90)

    토닥토닥 잘하셨어요.
    괜찮아요.
    본인을 위해 한발 한발 걸어 나아가세요.
    저도 이혼한고 10년이 넘었네요. 가장 잘한 선택...아라는 생각에 늘 감사합니다.
    안아드리고 싶어요. 등 두드려 드릴게요. 아이는 그쪽이 보살핀다니 염려 마세요. 꼭 같이살아야 하는건 아니에요. 만날수 있을 때 사랑한다고 확인시켜 주면 충분합니다...요즘은 초등학교때 유학보내는 집도 있고...기숙사 보냈다 생각하시고...괜찮아요

  • 9. ok
    '12.11.29 10:50 AM (59.9.xxx.177)

    니가 좋아서 결혼한게 아니고 엄마가 너랑 하래서 한거다....
    모든문제의 근본이 그거네요
    마마보이들 문제있어요
    엄마에대한 애착관계가 이상하게 변질된거죠.
    가장 사랑해야할 사람이 배우자인데, 엄마의 희생양이되어 그 분노를 배우자에게
    투사하고있어요.
    겉으로는 아무 문제없어보여도 정신병적 징후입니다.
    잘 선택하셨어요
    자신의 인생을 소중히 여길줄 아는 현명한 분이시네요

  • 10. ...
    '12.11.29 10:59 AM (203.255.xxx.22)

    마음이 아프네요 어려운 결정이셨을텐데 잘 결정하신듯 합니다 힘내세요

  • 11. ..
    '12.11.29 11:16 AM (125.177.xxx.30)

    잘하셨어요.
    뒤돌아보지 마시고,회사도 그 지역도 떠나오세요.
    새출발 하세요!
    충분히 행복해지실 수 있어요.
    행복해지길 응원할께요.

  • 12. ..
    '12.11.29 11:19 AM (175.112.xxx.155)

    괜찮아요.
    맘편히 먹으시고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평온해지고 문제가 해결될거예요.
    님이 가만히 있어야 그쪽에서 몸달아 쿡쿡 찔러볼겁니다.
    애들도 다 느끼고 있었을 겁니다.
    다 괜찮아질겁니다.^^

  • 13. 빨리
    '12.11.29 11:21 AM (125.188.xxx.152)

    상처 치유하고 새출발 하세요. 조건이 좋아 전업주부 노릇 하게 만들 처지도 아니면서 남편분 정말 아니올시다에요.

  • 14. 정말 맘이 아리네요
    '12.11.29 11:39 AM (61.82.xxx.151)

    맞아요
    본인이 죽을것 같은데 일단 자식은 좀 있다 생각하자구요 본인이 살아야지 자식도 있잖아요
    그리고 끝까지 힘내시고 잘 대처해가시기 바랍니다

    이상한 집안과 집단이 원글님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 땅을 치며 후회하게 되길

  • 15. .....
    '12.11.29 1:08 PM (211.202.xxx.139)

    님 글 보면서 정말 살기 위해 죽지 못해 혼자라도 애 두고 집나가는 여자를 함부로 욕하는 사람들 입조심할 일이다 싶습니다. 애를 두고 나가는 애 엄마 맘이 제일 찢어지는 것을, 앞뒤 사정 알지도 못하고 무조건 죽일 년 만들어버리는 무책임한 입들 말이죠.
    정말 남편이나 시집 인간들 천하의 나쁜 인간들이네요.
    님, 일단 나왔으니 님이 살 궁리만 먼저 하세요. 님이 기반 잡히고 안정되면 어떻게든 또다른 길도 나오지 않겠어요.
    혹시 아이들이랑 못 살게 되더라도 이런 글, 일기에 짬짬이 꼭 써두세요. 나중 아이들이 엄마가 어떻게 살았다, 내 새끼들 너무 사랑한다는 거 알게끔요. 아이들을 향한 편지식이라도 좋고요.
    님, 용기 잃지 마시고 좀만 더 버틴다 생각하고 힘내세요. 좋은 날 올 겁니다.

  • 16. //
    '12.11.29 1:40 PM (121.163.xxx.20)

    글로만 읽어도 눈물 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처가 옅어질 겁니다. 힘 내세요.

  • 17. 바른생활
    '12.11.29 3:05 PM (211.193.xxx.3)

    아휴... 다들.. 정말 감사합니다..ㅠ
    그동안 있었던 일들 일일이 친언니한테 하듯 고자질한것도 아니고.. 큰 사건만 몇개 적었는데도
    마치 전후사정 다 아는 친언니마냥 이해해 주시고 감싸주시네요..


    더 열심히 살고, 더 열심히 자기계발하고, 악착같이 돈 모아서
    나중에 아이들에게 도움되는 엄마 되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 18. 푸딩
    '12.11.29 3:10 PM (113.30.xxx.84)

    이혼도 하려고 애쓰지 마시고 회사도 그만 두지마시고 그 지역을 떠나지도 마시고 그대로 사세요.
    아이들도 데리고 오려고 하지마시고 지금처럼 전화하거나 가끔 만나면서요.
    아이들이 커가면 상황에 맞추어 님의 상황을 이야기해주고요 담담하게...
    그냥 지금처럼 사세요. 그 인간들이 애가 타서 먼저 항복할 수도 있어요. 2222
    내비두세요. Let it be.... 굳이 님이 애 데려오려고 애 타하지 않아도 될 거 같아요.
    님이 몸에 좋은 거 드시고 님 자신 추스리면 애들은 크면 엄마 찾을 거 같아요.
    다시 합치시는 건 아니죠? 사람 쉽게 변하지 않으니...
    어쨌든 애한테는 좋은 아빠고 할머니라니 불행 중 다행이네요.
    지들이 해 보면 엄마 노릇이 얼마나 힘든 건지 알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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