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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감정이 이성을 앞서네요.

눈물만... 조회수 : 1,259
작성일 : 2012-11-23 22:29:05

내일이 시댁제사라 퇴근후 시댁에 와있습니다. 저는 하나뿐인 며느리라 이것저것 도와드려야 해요.

여덟시 좀 넘어 아기 재우고 있는데, 시어머니께서 방에 들어오셨어요.

"안철수가 대선 사퇴한댄다! 어쩌니!"

 

헐.

시어머니께서 잘못들으신 줄 알았는데...

잠시후 카톡이며 문자메세지로 회사 동료들, 친구들....비슷한 생각들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에게서 메세지가 쏟아지네요.

저와 저희 회사 사람들, 안철수 교수님 대선 출마 기자회견을 보며 사무실에서 다들 환성을 질렀었고, 펀드에 십만원씩 넣으면서 서로들 장난삼아 '동지'라고들 하며 좋아했었습니다.

30대 초반에서 중반이 대부분인 울 팀 직원들....오늘 점심시간에 함께 직원식당에서 밥먹으면서도 지난 대선처럼 찍을 사람이 없어서 고민했던거에 비하면 얼마나 행복하냐며 한마디씩 희망을 꿈꿨었는데....

지난 대선때 이명박을 찍었던 손가락을 잘라버리고 싶었다며 고백하던 팀원, 찍을 사람이 없어서 와이프랑 제주도 갔었다던 직원, 문국현을 찍으며 정말 될 줄 믿었다던 직원, 이회창이 명박이보단 낫겠다고 찍었다던 직원, 정말 싫었지만 그래도 최악은 막아야 할것같아서 정동영을 찍었다던 직원.....

모두들 이번에는 같은 희망을 보고 있었는데....

 

 

글쎄요.

전 82에서 꽤 오래전부터 회원이었고, 개인적으로 기쁜일, 궁금한 일, 넋두리 기타 등등 많이 올리기도 했었고, 도움도 정말 많이 받았던 회원이지만, 최근엔 여기 들어오는게 겁이 날 정도였습니다.

지금 이글을 쓰다보니 바로 옆에 떠 있는 최근 많이 읽은 글의 제목들만 봐도 또 울컥하네요.

기자회견 하겠다던 발표에 ㅋㅋㅋㅋㅋ날리며 비웃는 글, 망가졌다고, MB아바타라고, 박그네 스파이라고....기타 등등 온갖 할말 못할말 다 퍼붓던 분들.....

정말 어쩌다 댓글로 한번 편들다가 순식간에 머리털나고 단 한순간도 좋아해 본 적 없는 새누리당 알바 취급을 당하질 않나....

최근의 82는 정말이지 무서웠습니다.

 

고백하건대, 저는 여기서 '알바', '회색분자'로 몰리는 흔한 중도보수입니다.

뭐, 중도층 따위는 어차피 투표장 안갈거니 필요없다고 하셨던 분도 계셨었지만, 그래도 꼬박꼬박 제 나름 소신껏 투표는 해왔습니다. 어떤 한 당을 지속적으로 지지해 본적도 없고, 정치인 누군가를 후원하거나 특별히 좋아한 적도 없지만, 나름의 원칙과 제 기준에 맞는 후보에겐 대선이든 총선이든 투표를 해왔습니다.

 

기권하는건 누구만 좋게 해주는 일이라고, 정신차리라고,

이성은 그렇게 말하는데....

감정은 따라가질 못하네요.

계속해서 욱욱 치밉니다. 알바에 무뇌 소리까지 들어봤는데, 내가 왜 표를 줘야하지 하는 격한 생각만 들고....

 

정도껏 깠었어야지......그 말만 아까부터 신랑은 계속 하고 있네요.

 

시댁은 원래 민주당 성향이 강하지만, 친노 성향과는 거리가 먼 분들입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쪽이라고 해야할까요) 시아버지는 계속 '아깝게 됐다'고만 하시고, 시어머니는 침울해 지셨네요.

친정은 원래 한나라당 성향이었습니다. 이번 대선에서 처음으로 친정아빠가 '새누리당 후보 말고 다른 사람을 뽑아볼까 한다'고 말씀하셔서 급 딸들과 정치 얘기가 통했었더랬죠....

과연 시부모님, 친정부모님의 무너진 기대는 어떻게 될지...

 

심란한 밤에 두서없이 주절주절하고 있네요.

며칠 지나면 이성을 찾겠지요.

 

 

제 딸에게 상식이 통하는 나라와 그런 나라를 만들 대통령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조금 슬프긴 합니다....

 

 

IP : 124.54.xxx.14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토닥토닥..
    '12.11.23 10:30 PM (203.142.xxx.88)

    단일화 후보에게 무조건 표를 주려고 했던 사람입니다.

    안후보를 지지했던 분의 마음 충분히 압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 2. 님 ...
    '12.11.23 10:30 PM (203.130.xxx.37)

    지금 슬퍼하는 글 올리면 알바로 몰려요...

  • 3. 글게요
    '12.11.23 10:31 PM (14.63.xxx.109)

    사실 회색지대 스윙보터가 가장 소중한 사람인데 여기선 무뇌충 취급 당하죠.
    저도 비슷합니다.

  • 4. ,,,,,,,,,,,
    '12.11.23 10:34 PM (58.236.xxx.221)

    MB아바타라고...........정말 이건 충격적인 발언이었죠들....ㅜㅜ

    조금만 쉬시고,,,,,,, 힘 냅시다~
    그분.......... 좀 미뤄지는 거라고 하셨쟎아요~
    전 지금 술잔 그득히 찰랑찰랑 흔들어가면서 마시고있습니다.오늘은 밤이 길 듯 해요~ㅠㅠ

  • 5. 이렇게 말하면
    '12.11.23 10:36 PM (115.139.xxx.10) - 삭제된댓글

    다 박근혜 알바라고 몰아 붙이는 인간들이 문재인과 그지지자들입니다. 이제 신물납니다. 문빠들

  • 6. 이해합니다.
    '12.11.23 10:36 PM (39.112.xxx.208)

    문재인 지지자인 저도 마음이 쉬 잡히지 않습니다.
    그래서 못 먹는 술...하고 있어요.
    먹먹하고 찹착합니다.
    이럴줄 알았으면 원망도 의심도 하지말것을...
    왜 저분 진심을 읽지 못했나...
    미안하고 미안해서....그렇습니다.

  • 7. 님의
    '12.11.23 10:38 PM (122.34.xxx.59)

    복잡한 마음 이해합니다
    저도 비슷한 마음이거든요.
    얼마나 상처가 깊으실까 걱정도되구요.
    근데 소위 안철수를 깐 글들을 82화원님들이 다 올리셨다곤 생각안해요.
    우리가서로 물고뜯어서 분열되길바라는사람들이 상당 수 있겠지요.
    단일화 두려운사람들이 엄청난 돈과인력을 들여서 일을 했다고 생각해요.
    평소 82자게압지않은 무서운댓글들, 무서운글들이 많아 자게에 요며칠 들어오기도 겁났었어요.
    님, 마음 이해해요. 저도 맘아파요.
    우리 잘 추스르고 독재자읭딸이 대통령되는건 막아봐요.
    지금도 이지경인데, 앞으로 오년을 더 이런세월을 어떻게 견뎌요.

  • 8. holala
    '12.11.23 10:46 PM (14.39.xxx.16)

    처음부터 단일화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누구든 원망 하고 싶네요.

  • 9. 받으셨을
    '12.11.23 11:02 PM (182.216.xxx.9)

    상처 충분히 공감이 갑니다.
    저도 안후보님 진심 모르고 실망했다고 댓글도 달았는데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사죄하는 마음입니다.
    저도 원글님 못지않게 안후보님 좋아했는데 단일화진통이 심해지면서 단일화 의지가 없으신 걸로 판단하고 있었는데 오늘 생각지도 못단 사퇴 기자회견 보고 죄송한 맘이 제일 먼저 들더라고요.
    지지했던 후보가 하루아침에 사퇴했으니 상실감이 크셨을거 충분히 짐작 갑니다
    그것도 모자라 알바로까지 매도당하신 것도 어이없고 억울하셨겠네요.
    제 사과가 조금이라도 억울한 맘에 위안이 되셨으면 좋겠어요. 정말 죄송합니다.
    그리고 안후보님의 사퇴는 새로운 정치인생의 시작이기도 하니 앞으로 웅원하고 지지하려고 맘 먹었네요.
    안후보님의 결단 정말 높게 평가하구요 갠적으론 안후보님에게서 무너졌던 신뢰가 더욱 단단하게 굳어진 계기가 되어서 감사하고 죄송하고 그렇네요.

  • 10. ...
    '12.11.23 11:04 PM (121.144.xxx.151)

    처음부터 민주당 저것들 소굴에 발 들여놓지 말았어야 했어.
    못된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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