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이 지나가고 표면적으로는 평화를 찾은듯 담담한 일상입니다.
결정적인 증거를 잡지는 못했지만 가끔씩 주고 받는 문자를 저장하고 몇달을 퇴근시간 꼼꼼히 적어가며
나름 증거 수집해서 터뜨렸습니다.
상간녀도 유부녀였고 자주 만나는것도 아니고 무슨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간간히 서로 그리워하는 문자
주고 받고 서로 잘 살길 항상 기도 한다 뭐...이런 지럴들을 하던중에 한번만 만나자는 문자를 보게 됐고
그날밤 상간녀 만나고 온날 그 간 모은 증거들 다 풀고 이혼하자 했습니다.
다음 날 상간녀에게 소송 시작하니 위자료 두둑히 준비하고 그쪽 남편한테 전쟁준비 하라고 통보했습니다.
남편놈 며칠을 눈물로 빌고 다시는 안하겠다 둘이서 차만 마셨다(불륜한것들 교육 시켜주는곳이 있나봅니다 하..)
원하는데로 다 해줄테니 애들봐서 한번만 용서 해 달라고 빌고 또 빌더만요..
아무튼 두 년놈들한테 각서 받고 통화조회부터 위치추적까지 남편이 스스로 다 알아서 해 놓고 부동산 명의 옮기고
제가 할 수 있는 조치는 다 해 놨습니다.
그렇게 표면상 일단락 짓고 그냥 데면데면 시간이 흐른지가 이제 3개월 됐습니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제가 미쳐가는것 같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용서가 안되고 아무것도 바라는것 없이 오직 남편 하나만 보고 결혼해서 17년을 살았는데
지난 세월이 다 거짓인것 같고...
바람이라는게 한번도 안핀놈은 있어도 한번만 피는 놈은 없다는데 어찌 믿고 살아야 할지 막막합니다.
하루에도 수십번 몇년후 또 이런일이 생기기전에 한살이라도 젊을때 내 살길 찾아야 되는게 맞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가 몇달을 숨소리도 크게 내지 않고 눈치보며 납작 엎드려 평생 죄씻음 갚는 심정으로 헌신하며 살겠다고
하루같이 빌고 있는 남편을 보면 어쩌면 앗 뜨거워라 데였으니 다시는 안 그럴듯도 하고....
신뢰가 깨져버린 부부사이가 이렇게 살아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가도 한창 사춘기 접어든 아이들 보면 저것들 대학 갈
동안만이라도 몇년만 참고 살다 싶다가도.....그러기엔 내 삶이 너무 억울하고....
사실 이혼이 두려운게 아니라 아이들에게서 아빠를 뺏는다는게 너무 두렵습니다.
저 역시 어릴때 부모님이 이혼하시고 엄마랑 살았기 때문에 애들에게는 그 아픔 물려주고 싶지 않은 마음도 크고
남편이 애들한테는 정말 너무너무 잘 합니다. 애들도 어릴때부터 워낙 자상한 아빠라 남다른 유대관계가 있구요..
그런데 제 마음이 하루하루 지옥입니다.
더 이상 아무런 의심할만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데도 언젠가 또 바람 필것 같고 바람은 평생 못 고친다는 말을 볼때
마다 조금씩 다져 가던 마음이 한순간 무너져 내립니다.
정말 한번 바람 핀 남자들은 절대 한번으로 끝날 수는 없는걸까요...?
그럼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