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섭섭함이 일찍 오리라곤 생각을 못했어요.
삐용이가 집에 온지 한달이 되었던 19일.
한달전에 두손에 쏘옥 들어가던 삐용이는
두배가 넘게 커서 두손으로 감싸도 벗어나고
얼굴도 행동도 표정도 많이 달라졌지만
크게 달라진 점 두가지는
제가 처음에 고민하던 두가지 그거에요.
어린 삐용이가 화장실을 잘 가서 배변은 잘 보지만
처리는 잘 안해서 모래로 덮지 않는다고 걱정했는데
참 희한하게도 한달이 되어가는 즈음부터
삐용이는 배변처리를 너무도 잘해요.
너무 꼼꼼하다 못해 모래로 산을 만들어놔서
나 여기에 큰일 봤어요. 하고 표시라도 하는 듯 해요.
어찌나 열심히 덮어대는지
처음에 그런 행동을 잘 못할때는 일부러 발로 시늉을 해주기도 하고
그랬는데 굳이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다 때가되니 삐용이는 의젓하게 제 할 일을 알아서 잘 하더라고요.
많이 먹고 노는덕에 화장실 가는 횟수가 좀 많다는 것이 조금.ㅎㅎ
또 여전히 똥꼬 뒷처리도 잘 안한다는 것도 좀.ㅎ
그리고 또 하나 달라진 점은
제가 제일 서운한 거에요.
삐용이가 자기 집에서도 안자고 자꾸 남편과 제가 자는
이불속으로 들어오려고 해서 고민을 했었잖아요.
삐용이랑 옥신각신 하다가 겨우 들어가서 자도
새벽 빠르면 5시부터 일어나서 앞발로 저를 톡 건드려 깨우기도 하고
여튼 새벽 6시에는 늘 그런 편이었는데
며칠전부터.
그것도 생각해보면 한달 되는 시점이 맞아요.
3-4일 전부터 그랬으니까요.
그전에는 잠들기전에 이불속으로 들어오려고 안간힘을 다 썼는데
4일전부터는 이불속으로 들어오려고 하지 않고
그냥 놀다가 자기 잠자리로 쏘옥 들어가는 거에요.
예전엔 들어갔다가도 수십번씩 나와서 이불속으로 들어왔는데
전혀 그러지 않고 그냥 자기 잠자리로 들어가서 자더라고요.
첫날은
삐용이가 왜 그러지?
오늘만 이상한 걸꺼야. 하고 넘어갔어요.
근데 이틀 삼일이 지나도 마찬가지인 거에요.
이불 속으로 들어오려고 하지도 않고
새벽에도 깨서 저를 깨우거나 하지 않고
중간 중간 배고프면 사료 먹으러 나갔다가
다시 자기 잠자리로 가서 잠을 자는지 저희가 깨기를 기다리는지
그렇게 너무 얌전하게 있어요.
예전에는 그런 날이 오리라곤 생각도 못했고 그랬는데
정작 삐용이가 그러니까 너무 섭섭한 거에요.
그래서 일부러 삐용이 데려다가 이불속에서 자려고 하는데도
삐용이는 기어코 나가서 자기 잠자리로 들어 가더라고요. ㅠ.ㅠ
혹시 전기장판을 켜고 자는데 미세한 소리가 삐용이는 맘에 안드는걸까?
뭐 그런걸로 말도 안돼는 위안을 삼으면서도
너무 섭섭하고. ^^;
낮에는 무릎에 와서 자거나 품에서 자거나 그러는 거 여전한데
밤에 잠자리에 들어가서 자고
이불 속은 잘 안들어오고 들어와도 기어코 나가려고 하는 삐용이.
아..예전 모습이 이렇게 빨리 그리워 질 줄 몰랐어요.
아니면 제가 너무 귀찮게 안아대고 뽀뽀해대서 그러는 걸까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