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입니다.
요즘 학교에서는 참 속상한 일이 많은데요, 한 가지 풀어놔 보고 싶습니다.
교실에서 기본적인 예절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가르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우리반 아이들도 아무리 가르쳐도 일년내내 바뀌지 않는 아이들이 있더군요.. 2명 정도... (그래도 담임교사이기에 다그치면 교사라는 권력에 잠시나마 굴복하는 정도..)
그런데... 가끔 다른 교실로 보결을 하러가는 날이면... 부모님들이 왜 이렇게 아이들을 기본적인 예의범절도 없이 교육시키시는지 정말로 이해할 수 없을 때가 많습니다. 담임교사가 아니어서 본모습을 보이는 것이겠지요.
하나의 예를 들자면...(며칠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5교시 보결을 들어갔는데, 마치 교실을 전세라도 낸 것처럼 너무나 큰소리로 떠드는 아이들이 있어서 조금만 조용히 하라고 수차례 주의를 주었습니다.
그런데도 더 큰소리로 떠들길래, "이 교실을 너 혼자 전세낸것이 아니지 않느냐?" 고 조용히 얘기 했더니, "제가 전세 낸거 맞는데요." 라고 큰소리로 대답을 하더군요.
너무 화가 나고 일부러 교사를 무시하려는 의도가 보여 모욕감까지 들어서 일으켜 세워 교실 뒤에 세워두었습니다.
남학생들은 "쟤 왜 저래요? 누구 아는 사람?" 자기들끼리 재미있다고 킬킬거리며....
그 반 학생중에(초등 3학년 입니다.) 교사에 대한 기본 예의범절이나, 교실에서의 기본태도를 지키려는 사람은 몇 안되어 보였고(어느정도 기본을 지키려는 남학생은 총15명 중에 대략 5명쯤..)... 제 머릿속에서 드는 생각은 온통... 부모는 어떻게 저런 아이들을 그냥 내버려 둘까..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15명의 남학생 중에 5명을 제외한 10명의 아이들은 온통 나쁜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차 있는 사람같았습니다.
그날은 사회시간이어서 다양한 나라 사람들의 다양한 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거든요.
다양한 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 아이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차마 듣기에도 거북한 말들 뿐이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이 말입니다....
제가 못 들은 척 하고 넘어가지 않으면 수업자체가 진행이 되지 않을 정도...
일일이 지적했다가는 40분이 다 갈 것 같아서 다른 이야기로 넘기고 또 넘기고...
15명 중에 10명의 남자아이들이라면 75%가 넘는다는 것....
그래서 더욱 절망이었습니다.
지금 1학년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것도 고학년들의 세계가 제게는 감당하기가 너무나 힘이 들더군요...(저 그닥 나약한 교사는 아닙니다. 호락호락하지도 않고 아이들에게는 어느정도 카리스마 있는 선생님입니다.)
작년에는 4학년을 가르쳤는데. 여자화장실에는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들이 도배되고,(주로 성적인 욕입니다. 어른들도 잘 쓰지 않는 욕들....) 너무도 끔직해서 밤잠을 설친 날도 많았습니다.
어떤 경우엔 제 아이디를 훔쳐내서 온 학교의 학급홈페이지에 제 이름으로 욕을 도배했구요...(아이들과의 관계는 좋았습니다. 그냥 재미삼아 하는 행동인것 같지만, 제가 느낄 때는 정신병이 아니고서야 할 수 없는 행위 같았습니다. 문제는 그런 아이들이... 겉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멀쩡하고 순진해 보입니다. 그래서 더 충격이구요...)
부모님들은 물론 선생님이 잘못가르쳐서 그렇다고 하실 지 모르지만, 수업시간 동안에는 수업진도를 나가기도 벅찹니다. 방과후에 남겨서 상담이라도 하려고 하면 학원간다 뭐한다... 수업시간에는 수시로 지도를 합니다.(해마다 6월 정도 되면 많이 고쳐지고요...)
그런 기본예의범절은 가정에서 가르치는게 맞다고 봅니다.
아니 어쩌면, 가르치지 않아도 본인이 깨달아야 한다고 생각이 되는데, 그런 아이들은 대부분 고학년으로 갈 수 록 더욱 심해질 뿐,(제가 그런 아이들을 지도해 보니 한 해 뿐이더군요... 엄격하게 한다고 해도 그 선생님을 벗어나면 다시 똑같이 돌아가구요...) 결코 개선되지 않습니다.
그런 아이들이 방과후나 학원은 꼭 다닙니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것도 아니고, 가정에 큰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부모님들은 왜 아이들을 이렇게 키우고 방관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아직 아이가 없어서 그런지,(교사 생활 10년이 넘었는데 아직 아이를 갖지 않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매일 시달리다보니 아이 낳고 싶은 마음이 없어요.) 부모들의 심정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그 아이 부모에게 일일이전화해서 물어볼 수 도 없고, 심한 아이들의 경우 전화를 해서 여쭤보곤 하는데, "집에서는 잘한다. 학교에만 가면 이상해진다." 이런 대답뿐입니다. 부모님 눈에는 그런 것이 괜찮아 보이나 봅니다. 친척들이 모이거나 다른 어른들께도 어떻게 할 지 안봐도 뻔한데 말입니다....
학부모님들께 여쭤보고 싶습니다. 도대체 문제가 무엇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