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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3년 후에 이루고 싶은 꿈... 이 있으신가요..?

꿈꾸시나요 조회수 : 1,106
작성일 : 2012-11-19 13:06:30

제가 다이어리를 하나 선물 받았어요.

저는 서른 여섯 아이 둘 키우는 전업이고

선물해 준 친구는 전문직으로 아직 미혼이에요.

큰 아이 출산 전까지 친구와 비슷한 직종에서 열심히 일하다가

출산 - 육아 - 둘째 임신 - 출산 - 아이 둘 육아.. 이 코스로 전업이 된거에요.

고등학생 때 부터 저를 자주 봐 왔고 비슷한 일을 해서 제 성격이나 일에 있어서 제 능력 정도를

객관적으로 잘 알고 있는 친구라 늘 저에게 언제 다시 일 할거니, 계속 주부로 남을거니, 조심스레 묻곤 해요.

 

그러던 차에 연말 안에는 바빠서 새해에나 봐야겠다고 지난 주말에 저희 집에 잠깐 놀러오면서

저희 애들 소소한 장난감 두어개랑 저를 위해 샀다며 3년 다이어리 라는걸 전해 주네요.

3년 뒤의 목표를 정해놓고 꾸준히 매일 노력하면 정말 이뤄진다는 뭐 그런 의미의 다이어리에요.

이게 3년짜리 5년짜리 이렇게 있는데 내년에 저희 나이가 서른 일곱, 삼년 후면 마흔이 되니

마흔살에는 뭔가 이뤄도 이루자고 그런 뜻으로 제 생각하면서 골랐대요.

 

워낙 바쁜 친구라 이번에도 간단히 차만 금방 마시고 일어나면서

저를 보고 하는 말이... 나는 니가 참 아까워, 뭐라도 했으면 좋겠어, 너도 좀 챙겨. 그러네요.

그렇다고 이 친구가 전업주부인 제 위치를 낮게 보거나 하찮게 생각하는건 아닌데요.

언제나 제가 좀 긴장을 잃을 때 쯤이면 늘 옆에서 저렇게 저를 일깨워 줘요.

 

제 아이들은 네살, 두살이에요. 큰애는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고

작은애는 적어도 세돌은 채워서 어린이집 보내려고 생각 중이에요.

그래서 잠정적으로 제 마음에 앞으로도 거의 2년 정도는 이렇게 살림 육아에 매진하려고 해요.

그런데 3년 후를 생각하니 갑자기 마음이 무거워지면서 답답해지더군요.

친구 말마따나 뭐라도 그 동안 해 보려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노력을 해 보려고

밤새도록 곰곰히 생각해 봤는데 저는 당장 다음달의 일들만 생각날 뿐

3년 후, 저의 모습을 그릴 수가 없더라구요. 그냥 지금과 비슷한 나, 더 늙고 더 나이먹은 마흔살의 나만 그려져요.

 

제 계획을 세우려고 하면서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는 것도 참 우습지만

지난 3년, 거의 4년이 다 되어가도록 살림하고 큰애 작은애 하루하루 커가는 것만 신경쓰고 살아서 그런지

제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고 제가 진짜 바라는게 뭔지, 뭘해야 잘 할지 모르겠는거에요.

직장다니며 하던 일은 영어교육 관련 일이었고 어학쪽으로 재능이 있는 편이었고

자잘한 손재주가 있고 책 읽는거 좋아하고 지금도 짬을 내서 한달에 두어권 정도는 책을 읽는데.

그렇다면 그 기반으로 이전에 하던 일을 다시 시작할 계획으로 집에 있는 동안

영어 공부도 더 해 놓고, 책도 다양하게 읽으며 시간에 뒤쳐지지 말고, 돌쟁이 작은 애 좀 컸으니 운동도 좀 하고.

그러면 되겠지만, 저는 그게 참 지루한 느낌이에요. 결국 또 같은 시간으로 돌아가는건가.

비슷한 일 하면서 비슷한 목표 세우면서 그렇게 사는건가, 그냥 그렇게 살면서 나이드는건가..

게다가 남편이 학원을 운영하니 주변 사람들은 열이면 열, 모두 애 좀 키우고 남편 일 도우면 되겠네. 합니다.

아마 내심 제 마음속으로는 그 의견들에 대한 반발심이 있어서 더 그러는 것도 같아요.

왜? 내 부모님이 애써서 공부시켜주고 내가 애써서 쌓은 내 경력을 남편 '도와주는데' 써야 하는거야? 하는 그런 마음요.

 

대학 4학년 때 어학연수를 갔다가 운도 잘 따라주어 현지에서 직장 생활도 좀 하고

그렇게 한 3년 정도를 외국에서 자유롭게 살다가 한국에 와서 다시 한국식 생활을 하고

평범한 결혼을 하고 여느 전업 주부들과 같은 일상을 보내고.. 그렇게 사는데도

제 마음은 여전히 꿈이 헤매고 있는지 내 3년 후? 내 10년 후?

여행도 다니고 사람도 많이 만나고 살거야.. 그런 생각만 들어요.

현실적인 감각이 무뎌지기도 했고 현실을 직시할만큼 마음이 급하지도 않고 그런 모양이지요.

 

어떤게 현실이고 어떤게 제 꿈일까요,

3년의 시간이 주어지고 그 3년 후에 뭔가 이룰 계획을 세우라면 어떤 꿈을 꾸실건가요.

제 나이 마흔에, 그때는 여덟살 여섯살이 되어있을 아이들의 엄마,

그리고 그때는 마흔 중반에 들어서 있을 남편의 아내, 그 모습 외에는 딱히 꿈을 그릴 수가 없는

어떻게 보면 지극히 평온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론 조금은 서글픈 그런 날이네요.

 

저.. 몇 분이나 제 글에 소소하게 의견을 나누실지는 모르겠지만

주로 저녁시간에 많은 분들이 읽으시곤 하시니까 이따 저녁에도 같은 글을 올려보고 싶어요.

다들 무슨 꿈을 꾸며 사시는지.. 그 꿈들을 엿보며 제가 꿀 수 있는 꿈도 한번 그려보고 싶어서요..

 

이제 곧 2013년, 3년 후면 2016년.. 그때 다들 어디에서 뭘 하면서 있고 싶으신지요...?

(음.. 그때 대통령은 누구일지 그게 제일 궁금하긴 하네요.)

 

 

IP : 121.147.xxx.224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2.11.19 1:09 PM (222.121.xxx.183)

    원글님의 3년 후는 뭔가를 막 시작하고 있을것 같습니다..
    저는 아이가 5살인데.. 올해 뭔가를 시작해서.. 3년 후 저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자리잡고 싶어요..

  • 2. ..
    '12.11.19 1:23 PM (180.70.xxx.90)

    원글님과 동갑이에요. 내년에 서른 일곱. 삼년 꽉 채우고 나면 정말 곧 마흔을 맞이하겠네요.
    왠지 저도 번쩍 정신이 들면서 눈에 힘이 들어가는 말이네요.
    잠깐 생각해보니, 저는 작년부터 새로 시작한 일을 본 궤도에 올려놓고 싶어요.
    그리고 중년에 들어선 내 남편과 앞으로 무엇을 하며 어떤 생활을 할지 새롭게 목표를 잡고 싶네요.
    꿈은 이뤄가는 과정도 힘들지만, 진짜 힘든 건 꿈을 찾는 일인 것 같아요.
    원글님도 현실적인 제약이 많으시겠지만, 때로는 나를 중심에 놓고 큰 줄기를 잡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요.
    나머지는 어떻게든 상황에 맞춰가는 것도 나쁜 방법은 아니니까요.

  • 3. ..
    '12.11.19 1:39 PM (113.216.xxx.12)

    3년후엔 님처럼 전입주부가 되어있길 소망합니다

  • 4. dd
    '12.11.19 1:39 PM (219.249.xxx.146)

    원글님 참 좋은 글 올리셨어요~
    덕분에 저도 내 3년 후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네요
    인생에 별 불만 없고 큰 욕심 없고 크게 모자라는 것도 없다... 생각하면서
    늘 멀리를 못 내다보고 그날그날 그럭저럭 살아온 것 같아요~
    저도 다른 분들이 어떤 댓글을 올릴지 참 기대되는데요.
    저도 3년후 어떤 모습이고 싶은지 뭘 이루고 싶은지 오늘 밤에 곰곰 생각해봐야겠어요~
    내년 계획 세울 땐 그 첫 걸음이 되겠죠? 그 생각만으로도 맘이 조금 설레네요~
    그리고 원글님 참 좋은 친구 두신 것 같아 부러워요
    친구를 아깝다...고 말해주는 그 마음. 참 예쁘고 따뜻하네요

  • 5. 3년이라.....
    '12.11.19 1:43 PM (203.252.xxx.121)

    좋은 친구분을 두셨네요.
    저런 친구 두신 것도 원글님 성격이나 인품덕, 복이겠지요.
    저 역시 원글님 덕분에 제 3년후를 그려보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남에게 꿈을 주신 것만으로도 일단 덕을 하나 쌓으신거고요. ^^
    아기들 예쁘게 키우시는 동안 분명 뭐든 준비하실 것 같아요.

    다만 친구분과 단순비교로 너무 조급하게 생각치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아이 둘 키워내고 살림하는 것만으로도 위대한 일이니까요.
    전 3년후 (저 윗님처럼) 전업주부가 꿈인(ㅋㅋ 농담이고요) 스뎅미스입니다.

  • 6. ...
    '12.11.19 2:10 PM (112.167.xxx.232)

    꼭 인생이 뭘 이루고 성공하고가 중요한게 아니잖아요.
    미래는 어떻게 될지 모르니 긴장 늦추지 말고 준비하고 지내라는 거겠죠.
    님의 인생이 지금까지 그렇듯이 운도 있고, 기회도 잘 잡으신 것은
    그런 준비를 잘 하고 계섰던게 아닌가 싶네요.

    전업에 빠지는 것도 미혼인 친구에겐 행여 나태하고 사회에서 멀어지는 것처럼 보여도
    그건 그 친구가 미혼이라 그럴거에요.
    님처럼 전업이든 직업을 갖든 어느 면에서나 열심히 하는 분이면
    언젠가 기회가 생기면 또 꽉~~ 움켜쥘거예요.

    너무 조급하게 생각지 마시구요,
    이럴때 여건이 생기면 직업과 상관없이 알고 싶은거, 하고 싶은거에 재량껏 투자하세요..^^;;
    나중에 도움이 될지 안될지 모르지만, 그런 것들이 전업들에겐 많은 도움이 되는거 같아요.

    3년후면 어떻게 5년후면 어떤가요~
    남들에게 성공으로 비춰지는 것보다는 당사자가 만족해야 하는거 아닐까요~

    친구분의 마음도 고맙고, 그걸 곱게 받아들이시는 님도 아름답습니다.
    전업도 엄청 중요한 "직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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