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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언 김미화씨가 책을 하나 발간했다고하네요

기린 조회수 : 1,190
작성일 : 2012-11-11 17:14:08
코미디언이자 방송 진행자인 김미화(48)씨는 이명박 정부들어 신문의 문화면보다는 사회면에 더 자주 등장한 대표적 연예인이다. 좌파, 친노 연예인으로 낙인찍혀 방송출연이 어렵게 되고, 진행을 맡고 있던 시사프로그램에서 중도하차했다. 그 과정에서 그는 거대 지상파 방송의 고소, 국정원의 고소위협 등 코미디보다 더 웃기는 일이 벌어지는 세상에 맞서 싸우는 '강단'을 보여주었다. 아무리 유명세를 타도, 또 세월이 좋아졌다고 해도 '을'의 입장에서 좀처럼 벗어날 수 없는 연예인 처지에 굴하지 않고 자기 목소리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김미화이기 때문에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올 들어 김제동씨 등과 함께 이명박 정부의 척결대상 좌파 연예인 명단에 올랐다는 언론보도도 나오고. 그 이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에 대한 검찰 재수사 과정에서 그와 관련된 문건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달초 나온 그의 첫 에세이집 <웃기고 자빠졌네>(메디치미디어 펴냄)는 7년여전 재혼한 가족들을 통해 다시 발견한 삶의 기쁨과 행복을 담은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이면서도 이명박 정부의 '소설테이너 잔혹사'를 기록한 다큐멘터리로도 읽힌다. 그의 투쟁기는 그때그때 언론보도를 통해 대부분 알려진 이야기이지만, 방송사 고위간부들의 집요한 회유공작 등 잘 안 알려진 뒷이야기도 상당부분 담겨있어 읽는 재미는 더한다. 그리고 단편적이고 파편적으로만 전해진 유명연예인의 인간적인 면모를 종합적으로 재구성해볼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지난 1일 오후 5시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김미화씨를 만났다. 지난해 문화방송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세계는 지금 그리고 우리는>에서 중도하차한 이후 새로 맡고 있는 기독교방송 라디오 <김미화의 여러분>의 방송을 마친 뒤, 현재 다니고 있는 성균관대 대학원 박사과정(동양철학) 수업시간까지 빈시간을 이용해 학교가는 길목에서 1시간 40분가량 이야기를 나눴다.

코미디의 풍자와 해학 정신을 학문적으로 규명하고 심화시키는 마음에서 박사과정까지 진학했다는 그의 왕성한 학구열 못지 않게, 1983년 방송데뷔 이후 80곳이 넘는 사회복지 단체에서 30년 가까이 계속해오고 있는 각종 봉사활동은 잘 알려지지 않은 그의 또다른 얼굴이다. 인터뷰 내내 웃음을 곁들여 씩씩한 목소리를 들려주던 그는 어려울 때 옆에서 격려와 지원을 아끼지 않은 남편(윤승호 성균관대 교수) 이야기할 때는 살짝 눈물을 엿보이는 평범한 아줌마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인터뷰/김도형 선임기자

aip209@hani.co.kr

-책을 쓴 동기는 어떤 건가요

"저에게 어떤 일이 있을 때 '저는 이래요' 라고 한번도 주체적으로 이야기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고요. 그리고 많은 분들이 '마음 아프다 용기내라'고 걱정해주시는데 저는 혼자서 못 삭히는 게 아니라 많이 삭히는 편입니다. 그래서 웃자 희망을 바라보자는 이런 이야기 하고 싶었죠. 할 이야기 많다 보니 애초 원고가 400페이지가 넘었는데 출판사에서 피로감이 올지 모른다고 해서 권유한대로 200여페이지로 줄였습니다. 줄이다 보니 책 너무 얇은 것 같아 아쉬운 마음도 드네요."

-민감해서 뺀 부분도 있나요

"징징거린다는 느낌이 있는 부분은 뺏어요. 한국방송 블랙리스트 사건이 일어났을 때 간첩 김미화 사건이 일어났어요. 그때 엄마가 '네가 왜 간첩이 됐냐' 울면서 전화해왔는데요. 그래서 트위터에 그 내용을 올렸는데 사람들이 재미있어 해 원고에 썼는데 출판사쪽에서 징징거린다는 느낌이 있다고 해서 뺏어요. 사람들이 유쾌하게 읽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사진에다 말풍선도 달았고…."

-책을 보면 진행하고 있던 문화방송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에서 하차설이 나돌 때 문화방송 사옥 엘레베이터에서 우연히 만난 김재철 사장이 시사프로그램 말고 다른 프로그램을 맡아달라고 이야기했다는 대목이 나옵니다. 그때 왜 시사프로그램은 안 되느냐고 묻자 대꾸가 없었다고 했는데 그 해답을 얻었습니까?

"그때 당시에는 어렴풋했었는데 국무총리실에서 만든 사찰문건이 나오면서 '아 그래서 그랬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얼마전 검찰에서 재수사하는 과정에서 김미화 등 좌파연예인 작성 문서가 나왔다고 한다. 2009년에 시작했다고 하는데 윗 분들은 다 (그 정보를) 공유를 했겠죠. 누구를 위해 그렇게 한다고 말 못할 고민이었겠죠. 김 사장에게 9시뉴스를 달랄 걸 그랬어요(웃음) "

2009년 KBS 블랙 리스트 고소뒤
간부들 16차례 "관계 좋게하라" 회유
내가 아끼는 코미디·대중예술 위해
아닌 건 아니라 말해야겠다 생각


-김재철 사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사장이란)자리가 그렇게 좋은가 하는 생각이 들고…. 저는 사람은 잃는 게 인생에서 가장 실패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항상 하거든요. 사람을 잃고 싶지 않아요. 사람을 잃었을 때 가장 큰 충격을 받았어요. 직원들이 가장 소중한 내 가족이잖아요. 가족들이 그렇게 아파하면서 가장인 아버지에게 '이렇게 행동을 바꿔주면 행복하겠어요'라고 하는데, 아버지가 자식이 잘못됐다고 엄동설한에 내쫓은 거잖아요. 저 같으면 저를 바꾸겠어요. 그분이 나중에 뭘 하겠어요. 권력을 가지고 있으면 끝까지 갈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문화방송 노조의 퇴진압박을 받고 있는 김 사장은 8일 문화방송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해임안 표결에서 여당쪽 위원들의 찬성을 얻어 재신임됐다.

-최근 몇년간 여러가지 고초를 겪으면서 상당한 심적 압박감도 있었을테고, 주변사람 걱정도 많았을 텐데요. 그런 것을 어떻게 견뎠습니까?

"자연(경기도 용인)으로 이사 간 게 정말 잘한 것 같아요. 농부들은 항상 느긋해요. 농부들과 이야기 나눠보면 씨앗이 발아되고 싹트는 과정을 묵묵히 지켜 본다고 이야기 해요. 그래서 농부들은 늘 기다리 줄 아는 거죠. 농부들에게 배울 게 엄청나게 많다고 생각해요. 저도 83년 이후 한 번도 쉼 없이 방송일을 해왔거든요. 어떻게 보면 행복한 사람이고, 어떻게 보면 저를 소진했다고 생각이 들었거든요."

MBC 라디오 프로서 하차설 나돌때
김재철 사장, 시사 외 프로 맡으라해
왜 시사프로 안되느냐 묻자 묵묵부답
행동 안바꾸는 모습 보니 안타까워


-그래도 방송을 계속하면서도 꾸준히 학교 공부를 계속했어요

"방송일을 너무 일 열심히 했고, 잘하고 싶어 학교를 다닌 세월도 있어요. 중대 야간대학원에서 연극영화와 방송을 공부를 했거든요. 앞서서 2001년부터 성균관대에 정식으로 들어와서 사회복지도 공부했죠. 사회복지 단체와 교류를 같이하면서 돕는 방법을 디테일하게 알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요. 인기가 떨어졌을 때도 그런 분들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에서 사회복지 공부했어요. 광고와 코미디는 짧은 시간에 사람들을 사로잡는 공통점이 있어 광고쟁이와 어울려 석사공부했구요. 그리고 문화방송에서 짤리면서 시간이 너무 남아서 혼자 멍하니 있으니까 남편이 '부인 잡념 같은게 생기니까 공부하는게 어떻냐'고 권유도 있고 해서 박사과정을 다니고 있는데 기독교방송 프로그램을 맡으면서 바빠졌어요. 단순한 생각에서 박사과정 시작했는데 연극 <이>(영화 <왕의 남자> 원작)를 보면 윗사람 풍자하고 부정부패 비판하잖아요, 광대들이 어떻게 당대권력을 비판했는지 공부하면 재미있겠다고 싶어서요. "

-방송에서 잘린 뒤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어요?

"남편이 많은 위로됐고요. 아이들은 제가 방송 쉰다고 하니까 너무 좋아했어요. 그 이야기 들었을 때 가장 가슴 아팠어요. 노숙인들 밥퍼주러 그렇게 많이 다녔으면서 아이들 급식당번 한번 못해준 내가 왜 이렇게 미련스럽게 살았는지라는 내용을 책에도 썼어요. 그런데 아이들에게 '정말 좋니'라고 물으니 그런 게 아니더라구요. '엄마가 좌파로 몰려서 방송을 관두는 거 잖아요'라고 하더라구요. 아이들, 어려도 다 알아요. 어린아이들이라고 해서 함부로 할 게 아니더라구요. 어떤 때마다 아이들한테 지혜를 얻어요. 예를 들면 제가 이혼할 때 아이들 초3. 4학년 때였어요. 그런데도 아이들 어른들 이상으로 바라보는 거 정확해요. 누가 잘,잘못했는지에 대해 정확히 알고 판단을 내려요. 어느 부분은 어른이 판단을 내려야 할 때가 있지만 아이들이 이야기하는 게 더 진실이고 맞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이혼할 때도 아이들이 '엄마가 엄마 의지로 관둬야 행복한 거잖아'라고 말해 가슴 아팠어요"

-책을 보면 한국방송 블랙리스트 파동과 관련해 한국방송 간부들이 김미화씨를 고소한 이후 16차례 회유했다고 썼는데 인간적 갈등이 없었나요.

"주로 그분들이 하는 이야기가, 사장과의 관계를 좋게 해서 사과하면 다른 좋은 프로그램 줄 거 아니냐는 거였요. 타협했었으면 실제 좋은 프로그램 했을 거에요. 그러나 제가 당시 트위터에 쓴 이야기가, 케이비에스에 대해 블랙리스트가 있다고 음해하거나 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잘 읽어보면 고소감이 될 수 없다고 뻔히 알텐데…. 젊은 사람들이 편견 같은 거 가질 필요가 없다고 하소연 한 거든요. 저에 대한 블랙리스트가 있는 것은 분명한 것이지만 말이죠. 한국방송이 공적기관이어서 원래 명예훼손을 주장할 수 없는 주체여서 법적다툼으로 가면 이긴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많았고, 실제 박원순 서울시장과 국정원과 싸움에서 그런 법률적 해석도 이미 나와 있잖아요. 한국방송이 법률적 싸움에서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면 빨리 접어야 하는데 우리 사회는 갑이 우기면 땡이에요. 저는 그렇게 살아왔어요. 그런데 후배가 너무 불쌍해요. 지금도 부지기수로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어요. 이젠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했어요. 저작권이나 연기자의 권리가 지켜지지 않아요요. 연예인노조도 있지만 두루뭉실하게 어려운 연예인 구제 협상하는 것으로 그치거든요. 제가 나이가 어리거나 재혼을 잘못해서 남편이 월급이 없다거나 했으면 제가 용기를 내지 못할 수도 있어요(웃음). 사실 사는 문제가 다 심각한 거 잖아요. 그러나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았고, 어떻게 되어도 운명이라고 생각했고, 이 나이쯤 되면 후배를 위해서나 내가 아끼는 코미디나 대중예술을 위해서 '이것은 아니다'라고 이야기해야 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 거죠. 그러나 제가 한 것이 맞는 건지 올바르게 온 건지 모르겠어요. 왜냐하면 지금도 제 앞날이 불투명한 거니까요. 언제 세월이 바뀔지도 모르겠는거고…. "

-그러나 한국방송과 맞서 싸운 결과가 있었기에 그 이후 김미화씨가 국정원 직원으로부터 사찰당한 일이 있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 국정원의 고소위협에도 굴하지 않을 수 있다는 평가도 있어요.

"어찌보면 욕심을 좀 내려놓으면 편한 거죠. 옛날에는 지상파 방송에서 나를 안 써주면 '한물간 사람아니냐'는 강박관념이 있었어요. 그런데 저는 트위터에 36만명의 트위터리언을 보유한 사장님이에요(웃음). 그리고 공중파 방송 그만둔 뒤 제가 하고 있는 <나는 꼽사리다>라는 팻케스트방송만 해도 우습게 보이지만 방송 1년만에 회당 다운로드가 400만이 된다는 거에요. 어마어마해요. 보수도 없고 녹화장소인 벙커에 가도 김어준씨가 커피도 한잔 안주지만 섭섭하지는 않구요(웃음).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고, 많은 사람들이 듣고 '경제적인 꼼수가 있구나', '정치도 중요하지만 돈 만지는 사람들이 돈만 제대로 쓰면 어려운 사람에게 많이 쓸 수 있구나'라고 슬슬 생각하는 것같아요. 녹화할 때 사람들이 많이 보러 와요. 얼마 전에 성대에서 야외 녹화 때 밤 8시부터 10시 넘어서까지 한 사람도 중도에 뜨지 않아 깜짝 놀랐어요. 그 어려운 경제이야기 듣느라 집에도 가지 않고 있는 것 감동이에요. 젊은 사람 놀랍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선거가 기대돼요(웃음)."

'나는 꼽사리다' 팟캐스트 방송 진행
방송 1년만에 회당 400만 다운로드
사람들 정치 관념 슬슬 바꿔놓아
이번 대통령 선거에 기대감 생겨


-<나는 꼼수다>는 어떻게 시작한 거에요

"그전에 두 경제학 박사(우석훈, 선대인)가 누구하고 같이 했었대요. 첫 녹화를 떴는데 재미가 너무 없다는 거에요. 김어준이 찾아와서 '해줘라'고 해서 간단하게 '그래'라고 시작하게 됐어요."

-책의 내용중 '나는 다시 고통이 따르더라도 진실을 외치는 광대로 남을 것이다. 시대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이들과 함께 기껏이 비를 맞을 것이다'라는 대목이 눈에 띄더라구요. 여기서 이야기한 시대의 고통은 무엇일까요?

"이 시대가 다들 고통스럽다고 이야기하잖아요. 눈으로 보지 않고 직접 말 걸어보지 않으면 모를 고통 들이 많이 있죠. 예컨데 비정규직, 장애, 죽음 등 나에게 닥치지 않을 거야 하는 것들이 현장에 가보면 많이 있잖아요. 반값등록금 외치는 친구들이 500만원 벌금이나 구형을 받은 친구들이 있잖아요. 그들에게 '대학 안가면 되잖아'라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각자 이야기 들어보면 나름 사연이 있는거구. 제도적으로 뒷바침으로 되어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아요.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바꿔줄 수 있는 문제가 너무 많아요. 용산참사 당하신 가족들 만나 보면 참 마음 아프죠. 가게를 잘하고 있다가 갑자기 지붕에 올라가 '내 권리금보장 해다오'라고 데모를 하게 될 줄 아무도 몰랐던 거죠. 용산참사 당한 가족들이 제일 끌탕을 하는 게 '우리를 그렇게 죽음에 몰아넣고 강제진압을 해놓고 3~4년 지나도록 공터를 만들어놓은 거'라는 거에요. 그렇게 할 거면 타협점을 찾을 충분한 시간이었는데…. 쌍용차문제도 마찬가지에요. 강정마을의 아름다운 구럼비가 하루아침에 없어지잖아요. 힘을 가졌다고 그런 자연을 파괴할 일이 아닌것같아요. 그런게 다니면서 보이게 되니까 시대의 아픔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것 풀어줄 수 없는 사람들이 대통령 후보라고 나와서 손만 잡고 표밭이라고 생각에서 돌아다니는가 답답함이나 원망 같은 게 있어요. 앞으로 시대가 바뀌어도 과연 그런 문제가 풀릴지…. 제가 이런 말을 한다고 해서 운동가라고 하는데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니구요."

-그렇다면 어떤 대통령을 희망하시는가요. 투표할 후보 정했나요

"진심이 느껴지는 후보를 원해요. 제가 오프라 윈프리를 좋아하는데 그는 언행일치를 하는 사람이에요. 사람의 본성은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수많은 대통령을 통해서 우리는 알고 있잖아요. 이런 예가 있어요. 제가 아는 어떤 사람이 너무 못된 사람인데 말기 암에 걸려서 사람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그런데 완치된 뒤 원래 성격으로 돌아왔어요. 그게 사람이에요. 대선 후보도 마찬가지에요. 언행일치하면서 살아왔느냐가 첫 번째 덕목으로 꼽아요."

-어느 시점에서 공개지지할 의사는 있나요.

"제가 맡고 있는 시사프로그램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공개지지는 못하죠."

-요즘은 일부 유명인들이 공개지지를 하기도 하더라구요

"그런 사람들이 오해를 받지 않더라구요. 저같은 사람들이 오히려 오해를 받아요. 이쪽이야 저쪽이야(웃음)"

-과거 친노연예인이라고 오해를 받기도 했는데요, 노무현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사회를 보는 등 인연이 남다른데요. 노 전 대통령은 어떤 사람인가요.

"사회를 보기 전 노 대통령이 보자고 해서 독대를 했는데요. 할 말이 없어서 주스만 마시고 있는데 그분이 뜬금없이 '정치가 없는 세상은 어떨까요' 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 굉장히 깊은 이야기거든요. 그분은 이상을 가지고 있던 거에요. 모든 게 정치인데…. 퇴임 1년 전에 태평성대의 세상을 꿈꿨던 게에요."

-뭐라고 답했어요

"저는 별 답을 안했어요. '그런 꿈을 꾸시는 군요', '곧 그렇게 되겠죠'라고만 짧게 말씀드렸는데 속으로 무지하게 놀랐어요. 정치안에 있는 분이 정치가 없는 세상을 꿈꾸다니 너무 어마어마한 꿈을 꾸는 구나. 정치적으론 미숙하고 주변에서 보좌를 잘 못해 아쉬운 점이 있지만, 굉장히 순수한 분이고 따뜻한 분이라고 느껴졌어요. 그런 순박한 오빠같은 대통령이 필요한 것 아닌가요. 우리 시대 너무 메말라있구. 제가 누구 편이냐고 하는데 왜 유독 노무현 대통령 일이라면 너무 쌍심지를 켜고, 다른 대통령과 인연 있을 때는 아무 이야기안하다가 이 사람과 같이 사회를 보는 일 가지고 공격을 당해야 하는지…."

-친노연예인이라고 비난한 한 인터넷 매체와의 7년간 재판과정에서 결국 승소한 일도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정부의 사찰부분은 미워하지만, 내가 인간적으로 미워할 일은 없죠. 하지만 사람을 귀하게 여기지 않은 것은 김재철 사장님과 똑같아요. 대통령의 어떤 부분에 대해서는 스스로 평가가 있을 수 있는 것 아닌가요? (대통령에 대한 제 판단은)그이상도 이하도 아니에요. 제 재능을 가지고 시사진행자로 진행한 것뿐인데 저에 대해 왜 비난하고 잣대를 들이대는지 이해가 안돼요. 이명박 대통령 프로그램에 진행한 아나운서, 기자들이 수두룩 한데 그들도 비난받아야 하나요? "

친노라고 비난하는 사람들 있지만
참여정부때 파병반대 1인시위도 해
1980년대 유니세프 후원활동 이후로
호주제 폐지 등 사회운동 줄곧 펼쳐


-소설테이너라는 용어가 최근 몇년전부터 회자되고 있습니다. 본인은 어떻게 받아들이나요?

"저는 그냥 코미디언이라고 불러주는 게 제일 좋다고 생각하며 살아왔어요. 코미디언 꿈을 이룬 뒤 저는 어려운 이웃과 함께 하겠다는 언행일치의 삶을 살아가겠다고 다짐을 했고, 지금껏 한번도 벗어난 적이 없어요. (그 다짐이)비툴어 살거나, 무너지고 싶을 때도 제자리로 돌아오게 하는 힘이 된 것같다. 소설테이너라는 말이 에스앤에스의 영향을 받아서 갑자기 활발해진 것같은데요, 저는 그 이전에도 노무현 정권 때 이라크 파병반대 1인시위도 했습니다. 그리고 효순이 미순이 사건 때 소파협정(한미행정협정)에 항의하는 연예인 집회도 열고, 시사프로그램 맡기 전에도 제 의지로 호주제 폐지 운동도 했습니다. 지금은 시사프로그램 진행하면서 프로그램 영향을 끼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서 조심스럽게 살아왔다. 트위터도 상당히 절제하고 있어요."

-연예인이 울타리를 뛰어넘어서 사회적 문제 관심갖고 행동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인데요.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제가 적극적으로 생각하고 있으니까 적극적으로 끌려 들어온 거죠. 맨 처음 인연을 맺은 게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이에요. 1980년대 초중반 방송사 피디와 기자들 등과 함께, 독거노인과 혼자사는 어린아이를 연결해서 '사랑의 삼각끈'이라는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이게 언론에 보도되고 소문이 났어요. 유니세프에서 카드후원을 해달라고 해서 20년 넘게 인연을 맺고 있어요. 지금은 특별대표이에요. 그러다보니 여러 단체에서 도와달라는 연락이 많이 오고, 저는 뿌리치지 않아 현재 인연을 맺은 곳이 80여곳이 넘어요."

-대게 1년 홍보대사하고 인연이 끊어지는 게 대부분인데요

"과거에는 단체들도 연예인들을 반짝 이용하고 말아서 관계가 소원해지는 경우는 많았던 게 사실이죠. 저는 그러지 말라고 해서 단체들도 생각을 많이 바뀌어가고 있어요. 어떤 사람은 한군데를 꾸준히 하는 게 어떠냐고 하는데 저는 그냥 다니면서 같이 호흡하고 싶은 거에요. 그게 제 성격에 맞아요. 제가 대통령 사회도 잘 보지만 동네 노래자랑 사회도 잘 봐요. 7년 넘게 해온 시사프로그램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도 청취자분들이, '김미화씨는 우리에게 고자질해주는 것같아 좋아요'라는 반응을 많이 보여주세요. 다녀보면 코미디언을 좋아해요. 어느 사회도 다 되니까요. 어마어마한 국가적인 행사의 사회도 되고, 전국노래자랑처럼 까불어도 되고, 어디가든 좋아해주고 해서요. "

-<웃기고 자빠졌네>라는 책 체목은 어떻게 지었나요?

"사실은 그게 저의 묘비명이에요. 무대에서 웃기다 쓰러지고 싶다는 의미인데 요즘 세상이 하도 웃기는 세상이라 여러가지로 해석되고 있는 거 같아요. 저는 죽은 뒤 화장을 할 것이지만 묘비명을 보고 한번 더 웃었으면 좋겠어요."

-재혼한 남편 이야기도 많이 나오는데 남편은 책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였나요?

"부인, 술술 잘 읽히네라는 반응이었어요. 어느 부분에서는 울컥했다고 그 정도였어요."

-책을 읽어보면 결혼 잘 했다는 느낌이 드는 이야기가 많더군요.

"실제로 결혼 잘 했어요. 너무 좋은 사람 만났고….젊은 시절 뭔가 이기심이 있었을 때 만났으면 이야기 달라졌을텐데 서로 아픔이 많았고 서로 위로가 되는 친구가 된 것 같아요. 눈빛만 봐도 '저 사람이 지금 어떤 힘든 것 가지고 있구나', 너무 힘들면 이야기 안시키구. 서로 조심하고 배려하구요. 남편은 무한한 사랑을 보여주는 사람이에요. '자기는 주는 게 더 고귀하다'고 말을 많이 하거든요. 실제로 받기보다 주려고 해요. 그래서 고마워서 저도 잘해주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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