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대를 잇는다는 것... 아직 한국에선 그렇게 중요한가요??

삐리리 조회수 : 1,675
작성일 : 2012-11-09 14:28:29

저는 임신 7개월입니다.

다른 병원에서는 3-4개월이면 성별을 알려주지만 제가 다니는 병원은 성별을 25주에나 알려준다고 하더라고요

전 궁금하긴 했지만 그 기다림도 행복한 기다림이라 생각하며 지냈어요.

 

지난 수요일이 입체 초음파를 보는 날이었고 그날이 병원에서 제 뱃속 아이의

성별을 알려주는 날이었어요. (병원 예약을 1달 전에 했어요) 또, 우연히도 시할머니 제사와 겹쳤어요

(아, 저는 홀시어머니 모시고 살고 맞벌이하는 결혼 만 2년에 임신7개월 여성입니다.)

 

평소 같았으면 반차를 내고 와서 어머님이 제삿상 준비하는 걸 도왔겠지요.

그러나 그날은 4시에 병원예약을 했고 임신 초기 때 입덧을 심하게 한 터라 연차도 거의 다 썼기도 했어서

남은 연차도 거의 없었고요 회사엔 미리 양해를 구하고 조퇴를 하기로 되어있었고요..

 

그 날 아침에 출근 하는데 어머니께서는 서운하단 듯이 <그래서 오늘 늦는다고??> 이렇게 물으셨고 (이 물음은

반차내고 안 오냐 그 뜻이겠지요,) 전 <아니요 병원 갔다 오면 한 6시 되겠는데요> 이렇게 대답하고 출근 했어요.

 

병원 갔다 집에 오니 작은어머니가 1시간 전 쯤에 오셔서 전을 부치고 계셨고 다른 음식들은 어머님이 혼자서

다 장만하신 후였어요. 절 보자마자 < 나 오늘 이것들 장만하느라 죽을병 났다. 힘들어 죽겠다.> 계속 우는 소리를

하시는 거에요 그 말 속 뜻은 넌 왜 하필 오늘 병원예약을 해서 제사를 안 도우냐 이쯤 되겠지요..

 

그리고 궁금한 것. 제 뱃속 아이의 성별이셨어요.

평소에도 항상 하시는 말씀이 난 아예 딸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련다.. 그래야 나중에 진짜 딸 낳아도 실망 안 하지...

딸이어도 괜찮아... 병원 갔다 올 때마다 아들이래냐? 물으시고 아들 낳면 크게 본인이 크게 한 턱 쏘고 딸이면

니가 크게 쏴라.. 그동안 아들 아들 아들.. 아들손주 바라는 말씀을 많이 하셨어요..

 

그도 그럴것이 시어머니가 저희 남편 낳기 전에 딸만 3을 낳았거든요.. 오직 아들 낳기 위해 낳은 딸들이었죠

그래놓고 얼마나 귀하게 아들을 키우셨는지 제 남편 그 나이 먹도록 형광등 한번 갈아끼운 적이 없어요

어버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어머님이랑 둘이만 15년 넘게 살아와 놓고도요...

 

신혼 초에 (한 3개월이나 됐을까) 왜 늬들 애 안 갖냐면서 은근히 절 들볶았고(아들한테는 한 마디 안 하심)

나보고 너도 아들 낳아야 한다 대를 이어야 하니까 이런 말씀도 하셨고 암튼 그런식으로 절 스트레스 주신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어요..

 

어쨌든,,, 저에게 성별을 물으셨고.. 아들이라고 대답해드렸더니

덩실 덩실 춤을 추시면서 자기는 이제 죽어도 한이 없다고 눈물을 뚝뚝 흘리시는거에요

전 솔직히 아들 딸 상관없었지만 시어머니가 저렇게 아들을 원하니까 반감이 생겨서 그런지 은근 딸을

기다렸거든요...

 

그렇게 제사를 끝내고 저녁을 먹고 있었는데

기분이 너무 좋으시다며 술을 드시고는 취하셔서 술 못하시는 작은어머님께도 술을 권하시고 남편의 사촌 형인

시아주버님께도 계속 술을 따라드리면서 너무 좋아하시는 거에요

전 그 모습이 너무 너무 너무 싫었어요.

아들손주를 바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정말 이정도 일줄은 몰랐거든요. 진짜 이러다 딸이었으면 어쩔뻔 했나

싶기도 하고.. 아들 뭐가 그렇게 중요한가 싶기도 하고요..

 

진짜 그래요

어머님은 딸을 셋을 낳았지만 아들보다는 딸들이 어머님께 훨씬 잘합니다.

딸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전화해서 이얘기 저얘기 하는데 반면 아들은 같이 살면서도  하루에 어머님이랑

딱 두마디 해요 출근할 때와 퇴근할 때 인사만요..

어머님 생각하는 것도 딸들이 훨씬 깊고... 그런데도 그렇게 아들이 좋으시답니다.

당신 아들 보시곤 아직도 내가 이거 안 낳았으면 어쩔뻔 했냐면서... 흐믓해 하십니다.

 

암튼 전 그냥 아들이라 든든하다고 생각 하시는 줄 알았는데  대를 안 끊기게 한 것에 대해 엄청나게

크게 생각하시더라고요... 

근데 저는 왜 이렇게 제 뱃속 아기가 벌써부터 안쓰럽죠?? 물론 이 아이가 커서 결혼 할 때 즘이면

우리 사회도 많이 변해서 대를 잇는 것, 제사를 지내는 것 등에 많이 해방 되어있겠지만

그런 부담을 안고 살아갈 것 생각하면 벌써부터 참.. 그렇네요

 

저희 남편이 7대 장손이에요

전 기독교 집안에서 자랐고 아빠도 장남도 아니셨고 명절 때에만 큰집 가서 차례 지내는 거 보기만 해 왔어요.

그래서 그런지 대를 잇는 것, 제사를 지내는 것 등 이 한국의 유교적인 사상이 이해가 안 되거든요

제일 이해가 안 되는 거는 제사에요..

피도 전혀 섞이지 않은 남의 집 귀한 딸들은 조상을 모신다는 명목 하에 전혀 뵙지도 못한 분의 제삿상을 차리기 위해

부엌에서 하루종일 일을 하고, 그 조상들의 후손인 남자들은 다 차린 제삿상 앞에서 절만 몇 번 하고 의무를 다 했다고

하는지 이해도 안 되고요..

 

시어머니 말씀으로는 노인네들은 다 그렇다

다 아들 바란다

라고 하는데 다른 분들도 다들 그러시나요?

대를 잇는 것, 아직까지도 그렇게 중요한 건가요?

제사를 지내는 것이 정말 그토록 중요한 건가요?

 

자라온 환경이 너무 달라서 그런건지, 아님 아직까지 한국사회에선 그런 것들이 중요한 건데

저만 유독 쿨(?)하게 생각하는 건가요??

 

 

 

 

 

 

 

IP : 210.219.xxx.133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그런데 원글님이 아들을
    '12.11.9 2:32 PM (218.48.xxx.210)

    기어이 낳아도 그 아들이 아들을 꼭 낳아서 대를 이을 확률은 점점 떨어지게 되어 있어요.

  • 2. 그런사람
    '12.11.9 2:36 PM (121.186.xxx.147)

    그런사람,안그런 사람 섞여 살지요
    딸하고 같이 사시는분들도 많구요
    아예 독립해서 사시다
    노인시설로 가시는 분들도 계시구요
    님 시어머님은 아들하나 낳아서
    노후에 아들과 함께 살고
    제사도 모시니
    자신의 소신대로 살고 계시잖아요
    그러니 당연히 아들이 꼭 있어야 한다고 믿는거구요

  • 3. 아..
    '12.11.9 2:37 PM (218.152.xxx.206)

    다른건 몰라도 홀어머니 모시는 맞벌이 며느리라니 정말 착하신것 같아요.
    어머님의 평생의 한이겠죠. 딸을 3 낳을때 온갖 구박과 눈치는 다 봤을텐데
    아들 하나 낳으서 본인이 가정에서의 입자가 생긴거잖아요.

    그 아들 안 낳았음 쫒겨날수도 있었던...

    그 시대의 한명의 피혜자라고 볼수 있죠.
    아무 상관없는 누군가가 봤을때는요.

    그리고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것 자체가 요즘은 대단한거에요.
    시어머니는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시나 봐요.

  • 4. 아들좋죠
    '12.11.9 2:43 PM (218.37.xxx.4)

    당장에 딸로 태어난 원글님 사는것만 봐도 아들이 얼마나 좋은가요

  • 5. 아들아들은 아니지만...
    '12.11.9 2:47 PM (203.248.xxx.229)

    저희 부부는 난임으로 고생중이예요~ 어느날 어머님이 너희들은 뭐가 좋냐고 물으시길래...
    제가 찬밥 더운밥 가리나요? 건강한 애 하나면 되죠~ 했더니...

    큰 며느리가 아들 욕심이 없다며 ... 그래도 아들을 낳아야 한다고 하셨어요 ㅡㅡ^

  • 6. ...
    '12.11.9 2:48 PM (122.36.xxx.75)

    원글님 홧병안생겼어요..?
    얘기만들어도 답답한데 당사자는 얼마나 힘들지 ... ㅜ
    저희시모께서도 조선시대 발언잘하시거든요.. 며느리,사위한테는 조선시대 아들,딸한테는 현대씩으로 ㅎㅎ
    며느리회사도 직장인데 그렇게 생각못하시는지 제사때는 반차내서라도 오길바라시는데 저희회사는
    반차이런게 거의 불가능했거든요 워낙바쁜회사라.. 첨엔 빨리안오니,서운하니 하시드만 이제는 알아서
    하세요 결혼생활하면서 느낀점은 아닌점도 맞춰주다보면 나중에 당연하다 생각한다는점....

    나이드신분들은 아직 대를 잇는것에 중요하게 생각하는데요.. 그게 제사지내는거랑 아들이면 왠지 노후
    책임 져줄거같아서 든든해서 그런거같아요.. 요즘 아들,딸 역활이 구분이 없다는거 아시는분은 아들
    대를잇는거에 집착은 안하시더라구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75089 날씨는 좋았는데.. ㅠㅠ 중독 2012/11/09 640
175088 저녁에 남산 가면 주차는 어디에. 1 oldlee.. 2012/11/09 1,303
175087 연금 보험이 생각보다 수익률이 높은거 아닌가요? 6 보험 2012/11/09 1,593
175086 열흘후에 둘째 출산하는데 첫째가 입원해야할 것 같아요. 15 돌돌엄마 2012/11/09 2,347
175085 오늘은 웬지~ 치킨이 떙기는데.. 추천좀요.. 5 xx 2012/11/09 2,118
175084 저도 워커 사고 싶어요 1 예쁘고 편한.. 2012/11/09 859
175083 고3 엄마 계신가요? (수능성적 문의) 11 ㅇㅇ 2012/11/09 3,075
175082 가이타이너 스테인레스 영이네 2012/11/09 848
175081 딸이 군만두 좋아하는데..맛있는 군만두.. 24 .. 2012/11/09 3,563
175080 검은콩 뻥튀기 (서리태) 온라인 구매할 곳 추천 좀 해주세요~ 1 선배님들 2012/11/09 866
175079 배꼽잡는 동영상 보고 싶어요. 2 ... 2012/11/09 895
175078 휴~~~~~~~ ㅠㅠ 2012/11/09 582
175077 눈이 계속 아픈데 왜 이럴까요? 7 ㅇㅇ 2012/11/09 2,756
175076 딸이 불안해한데 어디 병원에.... 8 병원 2012/11/09 2,759
175075 갤럭시3 3g 모델 34000원 30개월약정 괜찮은건가요? 5 스마트폰 2012/11/09 1,640
175074 시중판매하는 가정용 커피머신들 순 엉터리에요.. 9 VvvvV 2012/11/09 4,354
175073 현대 기아차 미국에서 더 큰거 터졌네요 - 엔진폭발 가능성 나똥차몰아 2012/11/09 1,885
175072 시어머니의 전화. 18 어휴 2012/11/09 6,151
175071 국민감시단에서 박원순시장 아들 병역법위반으로 고발했네요. 4 제2의강용석.. 2012/11/09 965
175070 수도권에서 압구정까지 출근..어디가 좋을까요? 3 .. 2012/11/09 712
175069 지마켓소셜쇼핑 11%쿠폰 받아가세용 릴리리 2012/11/09 659
175068 드디어 문재인 처마게이트 터질 모양입니다. 15 .. 2012/11/09 4,320
175067 콧등 핏줄은 고집선? ^^ 4 엄마 2012/11/09 6,475
175066 아들못생겼단 할머니 못봤어요 3 wwww 2012/11/09 973
175065 일본 방사능.. 대체 얼마나 위험한 건가요? 3 궁금해요 2012/11/09 1,4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