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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이 이틀 앞이네요.

고3담임 조회수 : 2,787
작성일 : 2012-11-06 21:22:22

힘들게 지낸 한 해 였습니다.

아직 아이들이 어린데 새벽 6시 40분에 매일 집을 나서서 12시간 꼬박 근무후 6시 넘어서야 집에 들어오는 생활..

자주 돌아오는 야간 자율학습감독, 아침 자율학습감독에 이어 점심시간에도 30분씩 꼬박꼬박 학생들 곁을 지켰네요.

방학에도 3일 정도 쉬고 매일 오전에는 보충수업, 오후에는 면담..

정말 강행군이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저녁을 거르고 잠들기도 하고, 배달음식, 라면 등으로 숱하게 끼니를 해결해야 했지요.

그래도 책임감으로 타이레놀을 먹어가며, 홍삼을 먹어가며 버텼습니다.

 

8월 초부터 이어지는 추천서 세례, 무려 40장 정도를 썼네요.

생애 최초의 고3담임이었지만 도움 받을 곳은 없더라구요.

학교라는 집단 자체가 모든 것을 각개격파식으로 맨땅에 헤딩하듯 개개인이 헤쳐나가야하는 시스템으로 돌아가니까요.

그래도 입시 설명회에도 열심히 쫓아다니고 책도 많이 사서 읽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집안은 늘 폭탄 맞은 듯..

주말에는 늘 쓰러져 자기 바빴습니다.

 

성격이 꼼꼼한 편이라 학생들 자소서의 비문을 못보고 지나쳐 모두 수정해 주었고요.

추천서도 주어진 글자수를 꼬박꼬박 다 채웠더랬습니다.

 

드디어 얼마전부터 입학사정관제로 하나둘 합격하기 시작했습니다.

중앙대, 성균관대, 인하대, 지방 국립대

수능 성적으로는 어림도 없지만 약간의 스펙과 자소서의 도움인지 본인의 역량보다 훨씬 높은 대학에 합격이 되었네요.

면접하러 가는 전날에는 제 수업이 비는 시간에 한 명 한 명 불러 모의 면접을 실시해 주었습니다.

심지어 어떤 학생은 면접하러 가는 날 지하철 타고 간다길래 전화로 전공관련 지식을 일러 주기도 하였네요.

 

그런데요.

이 학생들 중 고맙다고 문자를 보낸 학생은 딱 한명이네요.

평상시에도 늘 예의바르고 진실된 학생..

나머지 학생들은 고맙다는 말한마디 없어요.

부모님도 마찬가지구요.

자소서, 추천서가 한꺼번에 몰려 정말 두통으로 머리가 깨질 지경에서 마감시간을 맞추고.

미리 입사제 쓸거라는 말 한마디 없다가 갑자기 모두 입사제 쓰겠다고 하여 정말 눈알빠져라 컴퓨터 화면 들여다보며 어떻게 하면 호소력 있는 자소서, 추천서가 될지 한 문장 한 문장 고민하였었는데..

 

학생들이 합격하니 그 기쁨을 부모님들과 같이 나누고 싶고 한 마디 감사의 인사라도 건네실 줄 알았는데..

이런 걸 멘붕이라고 하나요.

제 오지랖이 넓었을 수도 있지요.

면접 안 봐줘도, 추천서 그렇게 정성을 기울이지 않았어도 되는데 말이에요.

 

저의 순수한 노력과 마음은 이 우주 어딘가에 기록되어 있겠지요.

감사의 마음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뭘 기대한다는게 욕심이리라 봅니다.

 

섭섭함과 서운함 지우고 앞으로는  먼저 해달라고 하기전에 제가 먼저 나서서 해주고는 어설프게 기대하는 일 따윈 만들지 않을래요.

그래도 진심으로 합격을 기뻐해줄래요.

IP : 14.34.xxx.94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선생님
    '12.11.6 9:31 PM (119.64.xxx.91)

    너무나 고생 많으셨어요^^
    이젠 좀 내려놓고 쉬세요

  • 2. 제가
    '12.11.6 9:32 PM (14.52.xxx.59)

    고개숙여 감사드릴게요
    아이들이 철이 없어서 그래요,아이들도 시간이 지나면 감사함을 느낄겁니다
    생각해보면 저도 그 나이때는 선생님 감사한걸 몰랐는데 아이 키우면서 새삼 느끼거든요
    1년 동안 정말 고생하셨어요.감사드립니다

  • 3. 감사
    '12.11.6 9:33 PM (14.37.xxx.55)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수능 끝나도 또 정시원서 때문에 골치 아프시겠지만 당분간 푹 쉬세요.
    상장 드리고 싶습니다.^^

  • 4. 오일리
    '12.11.6 9:34 PM (59.25.xxx.18)

    댓글 달려고 로그인합니다
    너무 수고 하셨어요.
    감사드립니다.

  • 5. 원글
    '12.11.6 9:40 PM (14.34.xxx.94)

    댓글 달아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수고하셨다는 말씀에 눈물이 납니다. 많은 위로가 됩니다.

  • 6. 작년에
    '12.11.6 9:46 PM (211.234.xxx.124)

    우리 아이도 입사제로 원하는 대학에 갔는데요
    자소서든 생기부든 다 선생님들의 관심과 노력이 엄청 중요한더라구요 학부모들은 정작 교내 활동의 중요성과 담임선생님의 노고를 간과하는 경우가 많아요ᆢ 최일선에서 수고하시는 고삼 담임샘님들 수고많으셨습니다 짝짝짝

  • 7. 고3맘
    '12.11.6 10:08 PM (211.246.xxx.13)

    세상 고3담임샘들이 다 샘만 같았다면... 박수쳐드려요.

  • 8. 작년 고3맘
    '12.11.6 10:22 PM (220.86.xxx.221)

    저는 작년에 고3 담임한테서 아무런 도움 받지 못했지만(정시 상담 해준것도 조금 관심있는 학부모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는 정보) 원글 선생님 같은 분만 계시다면 보통학부모 적어도 맨땅에 헤딩 안해도 되겠네요.

  • 9. 고2맘
    '12.11.6 10:40 PM (175.201.xxx.205)

    저도 내년에 꼭 샘같은 담임샘 만나길 기도해요 진심은 항상 통하구요
    그 애들 나중에 샘 고마워서 다 찾아와요 저같은 아줌마도 학창시절에 잘해준 샘
    못 잊어요 표현을 못할 뿐이에요

  • 10. 박수 짝짝짝
    '12.11.6 11:45 PM (180.71.xxx.86)

    고3맘입니다. 우리애 담임샘도 정말 너무 고생하시네요. 추천서 하나하나 아이들 불러다
    차분히 정성들여 써주셔서 우리반도 입사결과가 상대적으로 다른반보다 좋다고 해요.
    40대 중반 남자 선생님이신데 ,둘째가 초5 딸인데 아빠 언제오냐고 맨날 전화하고
    토요일도 출근하시니 어린아이들 있는 선생님들은 정말 힘드실거에요.

    그럼에도...원서 쓰는 끝무렵에 마지막에 눈치로 미루다가 아이가 인터넷으로 지원 못한
    어떤아이 (집이 아주 부자고 엄마가 학교임원)는 담임샘을 교문앞으로 오라가라 불러서 따지더군요.
    토요일이고 우리아이 원서 입력하는거 힘들어 보여 남은 아이들 음료,간식 들여보내주러 갔다가
    그 광경을 보고 참 어이가 없고 이기적이란 생각에 제가 얼굴이 다 화끈거렸고 민망했어요.

    선생님, 그동안 고생 많으셨어요.울아이는 논술전형이 대부분이라 오래 갈듯 합니다.
    과감하게 입사 못쓴게 지금와서 후회되네요.

  • 11. 이해하세요
    '12.11.7 9:21 AM (58.125.xxx.96)

    그 땐 아이도 학부모도 정신없어요. 선생님은 당연히 그 정도는 해 주시는 걸로 알죠.
    특히 첫 아이인 경우는 더더욱 학교에 맡기는 경향이 강하죠.
    선생님의 개인적인 희생까진 생각 못해요. 그 시기가..
    그렇지만 좋은 결과가 있고 난 후 선생님이 제일 먼저 생각 날 거에요. 저희 애같은 경우 그랬어요.

  • 12. 새벽
    '12.11.7 9:30 AM (175.223.xxx.113)

    새벽 고3맘이지만 이글 읽고 선생님들에 노고에대해서 생각해보게되네요
    1년 동안 너무 수고 많으셨습니다.
    지금 학생들이랑 부모님들 잘몰라서 그렇지 시간지나면 알게될거예요.
    저희도 결과에 상관없이 꼭 선생님께 감사 인사 드려야겠어요.

  • 13. cheminex
    '12.11.7 12:30 PM (114.207.xxx.19)

    선생님 글 읽으면서 제가 다 눈물이 나네요....선생님의 진심과 정성이 느껴져서....
    에구...우리 하나밖에 없는 아들도 고3때 선생님같은 담임선생님만나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한해동안 너무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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