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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우리 별이 이야기

... 조회수 : 2,195
작성일 : 2012-11-05 10:30:04
임신해서 버려진 말티즈 기사가 있네요.
그 사진을 보니 지금 제 옆에서 몸 돌돌 말고 자고 있는 별이 이야기를 하고 싶어 졌어요.

별이도 말티즈 잡종으로 저희 집앞에 버려졌었어요.
별이만 버려진 게 아니었죠. 같이 살던 다른 두 녀석과 함께였어요.
동네 어르신들 말로는 마을회관앞에 차가 서더니 한 박스에 한 마리씩 세박스를 회관앞에 놓고 떠났다고 해요.
잘 키워달라는 쪽지와 함께요.
그때 살던 집이 회관 앞집이라 별이가 저희 집앞을 배회하게 된거죠.
전 이미 큰 개 세마리를 키우던 때라 갑자기 나타난 조그만 세마리 개가 불쌍했지만 데려올 엄두를 낼 수가 없었어요.
유기견 센타엔 신고하기 싫었고, 동네가 다 주택이고 할머니 분들이 계시니 적적해서라도 거둬 주시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어요.
아마 버린 주인도 그래서 여기다 두고 간 거겠지요.
그 세녀석들, 참 눈물 나더군요. 하얀 푸들은 알고 보니 눈이 아예 안보이는 백내장이라서 버려진 그 길만 뱅뱅 돌았고,
뚱뚱한 슈나이져는 길 한쪽에서 앉아 있기만 했어요. 별이가 그나마 제일 팔팔해서 동네를 돌아다니는 눈치였어요.
집안에서만 살던 아이들인지 차가 비키라고 빵빵거려도 길 한가운데서 비킬 줄도 모르더군요.
그렇게 며칠이 갔고, 어느 어스름한 저녁에 그 슈나우저가 길 한가운데 누워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더군요.
어디가 안 좋아 보였지만 저희 집 세마리도 무리해서 키우고 있는 터라 남편한테 미안해서 데려갈 생각도 못하고 
그냥 슈나우저를 안아서 그나마 길 한쪽, 지붕있는 쪽으로 다시 눕혀 줬어요.
낯선 사람이라 저를 물면 어쩔까 무서웠는데 그 녀석, 너무 이쁜 큰 눈으로 말끄러미 저만 바라봤어요.
그 다음날, 나아졌는 지 예쁜 눈동자를 굴리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는군요. 그래서 괜찮은가 했죠.
그런데 한 순간 슈나우저가 보이질 않아서 마침 지나가던 할머님께 여쭤보니 죽었다, 하시더군요.
마을 분들이 묻어 줬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할머님들이 좀 키우실 분이 안 계시냐 했더니
다 늙는 개를 왜 키우냐고 반문하시더군요. 참 그땐 속상했어요. 저도 막상 엄두가 안나서 모른 체 하기가 며칠인데,
제발 누가 거둬가서 제 맘을 좀 편하게 해주길 바랬죠. 제 맘 편하자고 그 어르신들을 원망했어요.

여름이라 장마가 시작될려는 듯 비가 심하게 내리는 하루였죠. 비 맞으며 바깥을 떠돌 그 녀석들 생각이 났어요.
마음만 구만리였는 데 남편이 먼저 우선 비라도 피하게 해주자고 말을 꺼냈어요. 남편도 편치는 않았겠구나 싶었죠.
하얀 푸들만 있어서 우선 그 녀석을 집으로 데려왔어요. 별이는 동네를 헤집고 다니는 지 며칠 후에나 다시 보이더라구요.
놀러나갔다 집에 왔는 데 집이 텅비어서 무서운 것 마냥, 그 자리에 푸들이 없으니 별이가 너무 놀랬나봐요.
회관 계단 밑 구석에 들어가서 맛난 음식으로 나오라 꼬셔봐도 바들바들 떨기만 하고 나올 생각을 안하더군요.
어쩔 수 없이 집에 있던 그 푸들 녀석을 데려 나와서야 겨우 데려 올 수가 있었어요.
흠, 그 때 별이가 또 생각나니 짠하네요, 하하..

그렇게 우여 곡절 끝에 집에 온 두 녀석들, 제가 계속 키울 수 밖에 없었어요.
자세히 보니 푸들은 눈이 완전히 멀고, 나이가 너무 많이 들어 보여서 주변에 입양을 권할 수도 없었습니다.
며칠 후 푸들은 저희 집에서 하늘 나라로 갔어요. 마당에 깊이 잘 묻어주고 그 위에 꽃 한송이 심어 주었죠.
별이는 병원에서 최소 11살 이상은 된 거 같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아직 팔팔하게 제 껌딱지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죠.
그게 4년 전 쯤이니까, 별이는 진짜 호호 할머니인 셈이예요.

그런데 별이는 세워진 차를 그냥 지나치질 못해요. 특히 까맣고 큰 세단 차를요.
세워졌던 차가 자기 눈 앞에서 출발한다던가 하면 죽자 사자 그 차를 따라가곤 하죠.
남편이 저와 별이를 내려주고 출발하다가 되돌아온 일도 있었어요. 별이가 차도까지 따라가서 저도 너무 놀랬죠.
어제도 산책 나갔다가 길가에 주차된 까맣고 큰 세단을 빙글빙글 돌며, 까치발을 하고 운전석에 있는 사람을 확인하길래
차가 출발할까봐 얼른 안아들고 집으로 바로 들어와 버렸어요. 
아직도 자신을 버리고 차타고 떠난 주인을 잊지 못한 거겠죠, 우리 별이는. 세월이 몇 년이 지났는 데..........
별이가 나쁜 기억을 잊었으면 하지만, 저랑 지금 행복하니까 그 쯤은 괜찮겠죠?
그저 이젠 모두에게 가족으로 받아 들여진 우리 별이가 이렇게 건강하게 앞으로 십년만 더 살았음 좋겠어요.
저랑 오래오래 아주 오래 살았으면........
IP : 210.222.xxx.77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
    '12.11.5 10:36 AM (119.199.xxx.89)

    정말 세상에 그런 나쁜 사람이 있네요...
    오래 키운 것 같은데 어떻게 버릴 수 있는지 정말 화가 나네요
    불쌍한 강아지들...하늘나라 간 두 강아지...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원글님 정말 감사합니다...별이랑 언제나 행복하게 사시길 멀리서 기원합니다..
    저희 집 강아지도 별이에요..^^유기견 어미가 사람을 무서워해서
    절대 가까이 오지 않았는데요 저희 집에 밥만 먹고 떠돌아다녔대요..(생전 어머니 말씀이)
    그러다가 저희 집 마당에 새끼를 놓고 다음날 집 앞에서 차에 치어 죽었어요
    그 새끼를 데려다 키우는데 이 아이가 별이에요...

    강아지들 돌보는거 힘드실텐데 감사합니다 정말

  • 2. ...
    '12.11.5 10:37 AM (1.252.xxx.141)

    원글님과 윗님 글보고 눈물 줄줄 ㅠㅠㅠㅠ

  • 3. ㅠㅠ
    '12.11.5 10:39 AM (119.197.xxx.71)

    복많이 받으실꺼예요.

  • 4. 아...
    '12.11.5 10:39 AM (220.118.xxx.219)

    전생에 어떤 인연이었을까요..

    눈물이 나네요..복 받으세요...

  • 5. ....
    '12.11.5 10:40 AM (223.33.xxx.228)

    마음이 아프네요.
    그래도 슈나우져도 동네분들이 잘수습해 주셔서 고맙고 푸들도 님께서 잘묻어 주셨고 그리고 지금 님곁에 있는 별이는 행복할테니 제가 감사해요.

  • 6. 000
    '12.11.5 10:54 AM (210.115.xxx.46)

    전 개 키우는 사람도 아닌데... 눈물나요. 정말 잘 해주고 계시네요.

  • 7. 제가 결혼할 때
    '12.11.5 10:57 AM (218.54.xxx.186)

    결혼할 때 10년만에 남동생 보고 친정의 깜둥이는 꼬리치고 난리였어요. 그 때 벌써 나이 12살이라 살짝 관절염도 있고 그랬는데...개에게도 어려서의 행복했던 좋은 기억은 오래 가는 것이겠지요.
    유기견 보고 항상 마음이 무거워 외면했는데...부끄럽고 감사하네요..

  • 8. ...
    '12.11.5 11:28 AM (210.222.xxx.77)

    따뜻한 축복의 말씀들, 너무 감사합니다. 별이는 데려온 첫날부터, 저를 무척 의지하고 따랐어요.
    지금도 남편은 거들떠도 보지 않는 제 껌딱지예요. ^^ 별이랑 행복하게 오~~~~~래 잘살께요.
    고맙습니다!!!

  • 9. ㅠ.ㅠ
    '12.11.5 11:49 AM (218.236.xxx.82)

    슈나우저 키우고 있어서인지 더 마음이 아파요.
    그 활달한 녀석이 꼼짝 않고 있을 정도면 정신적 충격이 너무 컸던것일까요!
    슈나우저가 무척 영리한 녀석이거든요. 사고도 없었는데 숨을 거뒀다니 그 녀석에게 주인과의 분리가 감당하기 힘들었나봐요. 너무 불쌍해서 눈물이 나요.
    원글님 정말 좋은일 하셨고, 별이랑 항상 행복하세요. 꼭 복받으실거예요.

  • 10. ㅜㅜ
    '12.11.5 3:42 PM (211.115.xxx.79)

    저도 이글 읽으며 계속 우리 슈나우저 껴안네요
    너무 슬퍼요ㅜㅜ

  • 11. 보라장
    '12.11.5 5:37 PM (125.131.xxx.56)

    진짜 더러운 인간들 많아요!!

  • 12. ㅠㅠ
    '12.11.5 6:27 PM (211.58.xxx.222)

    계속 눈물이...
    원글님 저도 별이랑 오래오래 행복하시길 빌게요~~
    복 듬뿍 받으세요~~

  • 13. 천벌 받을 인간들
    '12.11.5 11:48 PM (71.172.xxx.98)

    원글님 글 보고 눈물이 줄줄 ㅜㅜ
    복 받으실거에요.
    저도 유기견 ,길고양이들 생각만 하면 마음이 너무 아파서..
    별이랑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세요.
    가엾은 동물들이 좀 편하게 살수잇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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