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생 네살이니 거의 꽉찬 09년생 네살 여자아이에요.
잘 먹고 잘 자서 체격이 좋으니 밖에 나가면 크게는 여섯살까지도 봐요.
말도 잘 해서 자기 생각한 바를 아주 논리적으로 ;; 또박또박 다 말하구요.
그런데 저희 딸아이의 단점이랄까 뭐랄까..
이건 뭐 낯가림이라고 하기도 그렇고.. 문제가 좀 있는데요.
사례를 들어볼께요.
1. 어린이집에 올 봄부터 다녔어요.
아직까지도 일주일에 두어번은 엄마(혹은 아빠)와 떨어지기 싫다고 울어요.
그런데 어린이집이 싫다거나 선생님이 무섭거나 친구랑 못 놀거나 그것도 아니고,
저희 부부가 번갈아가며 어린이집 교실 앞까지 데려다 주는데
딱 교실 문 앞까지 즐겁게 손 잡고 룰루랄라 가다가 선생님이 유리창으로 보시고 마중나오면
그때부터 애가 딱 얼음! 그러다 울기도 하는데. 나중에 왜 울었니 물어보면 엄마(혹은 아빠) 보고싶어질거 같아서 그랬대요.
그래놓고 교실 문턱 넘으면 또 순식간에 표정이 싹- 바뀌면서 아주 초 흥분모드로 친구들과 뛰어놀아요.
이 문제로 원장선생님과도 몇 번 상담해 보고 여기저기 물어도 봤는데
아~무도 답을 못 찾겠는거에요. 이건 뭐 싫다는 것도 아니고, 순식간에 기분이 딱 바뀌어서 하루종일 잘 놀고
기껏 한 네다섯시간 어린이집에 다녀오는건데 하원하면서는 또 막 방실방실 웃으며 돌아와서
재잘재잘 하루 종일 뭐하고 놀았는지, 점심은 뭘 먹었는지, 어떤 친구가 어땠는지 막 수다를 떨어요.
그래놓고 다음 날 아침에 등원하면 또 교실 문 앞에서 얼음! 그게 거의 계속 반복되요.
2. 일주일에 한번 미술 수업을 다녀요.
그런데 저희 아이 단계에 공교롭게도 맞는 아이가 없어서 저희 애가 몇달 째 선생님과 1대1로 수업을 해요.
그러다가 스케일이 좀 커지는 수업일 때는 다른 아이들과 합쳐야 할 필요가 있어서 다른 날 듣기도 하지요.
저희 아이 성향을 아는지라 그렇게 다른 아이들과 수업을 듣게 되는 날은 그 전에 제가 충분히 잘 설명을 해 줘요.
이런이런 이유로 다른 친구들도 같이 미술놀이 할건데 선생님도 똑같고 교실도 똑같고 어쩌고 저쩌고..
그러면 저희 애는 또 잘 알아듣고 끄덕끄덕 이해했다가 역시 또 미술교실 문 앞에서 딱! 얼음.. 울어요 ㅠ.ㅠ
그래서 미술 수업은 다른 날 할 때는 제가 같이 들어가서 한 10분쯤 앉아있다가 애가 진정되면 나오지요.
그럼 또 저희 애는 언제 울었댜는 듯 문 밖에 앉아있으면 저희 애 깔깔대는 목소리만 들려요.
미술이 싫으냐, 그러면 그건 또 아니래요. 그럼 왜 우니, 낯설어서 우니 하면 엄마 사랑해서 그랬대요 ;;
이런 상황이 아주 많아요. 처음엔 아이가 버거워하나 싶어서
어린이집을 그만 보낼까, 외부 사람들 만나는걸 일절 다 끊을까 생각도 해 봤는데
이게 아이 기질인것 같아서 지금 겪으나 조금 더 커서 겪으나 적응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같은거 같고.
아기 때 부터 낯가림이 심했던건 아닌데 뭐랄까.. 탐색하는 시간이라고 하지요? 그 시간이 아주 길었어요.
짐보리류의 센터나 문화센터 수업을 가도 애가 그냥 시큰둥 뾰로퉁 해서 싫은건가.. 하지말까..해서 보면
사실 애가 속으로는 호기심도 나고 막 만져보고 막 돌아다녀보고도 싶은데,
애 기질상 막상 그렇게는 못하고 한참 앉은 자세 그대로 자기 주변을 점점 넓혀가며 관찰하는 그런 분위기에요.
돌 무렵에 그렇게 딱 얼음! 되었던 그 시기에 비하면 그래도 많이 나아진거지만
요즘 애들이 워낙 뭔가 접하고 적응하는게 빠르니까 우리 큰애는 언제쯤에나 수말스럽게 잘 적응할까 싶기도 하구요.
어제 미술 수업 들어가서는 유난히 길게 앙앙 울어서 달래주다 보니 애 체격은 커서 남들은 다 여섯살짜리가
왜 저렇게 우나 하는 분위기였더라구요. 선생님이 분위기 눈치 채시고 아이고 네살짜리가 덩치만 커 갖고~ 해 주셔서
그나마 좀 끄덕끄덕 그럴 때도 있지.. 하는 그런 분위기로 바뀌었구요.
내일 아침도 어린이집 교실에 들어서면서 딱 교실 문턱에서 제 손 꼭 잡고 긴장할 아이 생각에.. 휴.
유난히 이런 시기가 길게 가는 아이들을 키우셨거나 주변에서 보시거나 한 분들 계시면 의견 좀 들어보려구요.
분명히, 아이가 위의 사례에 든 상황, 어린이집이나 다른 수업을 듣는 것에 대해선 거부감은 없어요.
그런데 아이에게는 그 반복되는 상황들이 아주 익숙한건 아닌지 그 순간이 되면 긴장하고 겁을 먹는? 그런 상태에요.
크면서 차차 나아지리라 생각하고 저 역시도 매번 그 상황들에서 달래주고 기다려주면 되는지.
아니면 다른 좋은 방법이 있을지.. 이 밤도 또 다른 고민이 이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