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남의 집 문밖에 나온 빈그릇 하나.

가을비 조회수 : 2,685
작성일 : 2012-11-04 21:29:08

 

하늘을 올려다보니, 바람을 잔뜩 머금은 어두움이 가로등 한두개 켜진 가난한 우리 골목길주변으로 무겁게 내려앉았네요.

음식물쓰레기통을 내리러 계단을 내려가니까, 컴컴한 계단 아래, 동그랗게 나와앉은 플라스틱 그릇한점.

단무지접시랑, 나무젓가락이 나란히 놓여있는 그 짜장면 그릇은 깨끗이 비워져놓여있네요.

가끔 바람이 이렇게 많이 부는날이면 어디선지 날아온 듯한 커다란 나뭇잎들이 여기저기 놓여있는 우리 빌라.

 

그런 빈그릇을 보면 갑자기 한개이상은 더 가져본적이 없는 제가 살아온 인생들이 떠오릅니다.

밥통도 한개, 가방도 한개,베게도 한개, 이불도 각각 한개씩이다보니, 더 욕심내고 살아올것도 없고, 물건들을 어디에 두고 지내야할까 궁리해본적도 없이 살아온 날들.

그런 제가, 저오기만을 기다리면서 이불속에 누워 서럽게 우는 딸아이말고 한명을 더 임신했네요.

입이 미어터지도록 엄청 먹는 아홉살짜리 딸이 걱정되지만, 그래도 둘까지는 괜찮아라고 스스로 위로하면서 창밖을 내다보니, 이미 쌀쌀해진 이 골목길엔 인적이 끊겨지고 담벼락마다 스산한 전단지들만 달랑거리고 있군요.

 

평수도 좁고 한적한 빌라라서 그런지 혼자사는 사람들이 외롭게 tv를 보며 먹은 짜장면 한그릇들이 심심찮게 나와있는 모습을 봅니다.

그러고보니, 한번도 그 집 문이 열려있는 모습을 본적이 없네요.

밖에 나온 빈그릇들을 보면 이상하게 맘이 차분해지고 위로가 됩니다.

아, 나처럼 마음이 늘 외로운사람도 있구나.~

하고요..

하지만, 저는 밖에 나가면 무척 씩씩한 척하면서 세상을 살아갑니다.

마치도 자음과 모음으로 이루어진 자판을 열손가락으로 신나게 먼지가 일세라 내달리는, 한마리 말처럼.

왜 그런걸까요.

왜 외롭다고 하면 왜 사람들은 공감해주긴 커녕 가르치려 들고 훈계하려 드는걸까요.

나도 그래~하면서 공감한마디 해주면 되는건데.

 

누가 내옷깃을 잡았다!라고 말해주는 예수님만큼 기대하는 것도 아니고

나도 그래~하면 되는건데...

 

IP : 110.35.xxx.154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2.11.4 9:46 PM (180.229.xxx.104)

    안 외로운 사람이 있을까요? ㅜㅜ
    그래도 애들이 있으니 든든하시겠어요
    둘째 가지신거 축하드려요

  • 2. 축하~
    '12.11.4 9:52 PM (114.206.xxx.184)

    읽다보니 아, 가을이구나... 계절이 느껴지는군요.
    축하 드립니다.^^

  • 3. 원글
    '12.11.4 10:30 PM (110.35.xxx.154)

    나중에, 생활이 여유있어지면, 시강연회도 들으러 다니고 문학수업도 들으러 다닐거에요.
    함민복시인도 그렇게 해서 좋은분 만났지요, 전 늘 그분 시가 좋아요.
    힘들고 어려울때 그분의 시를 떠올리면 다시 힘이 생겨요.
    제가 다른 사람들과 말이 잘 안통하는 편이어서 은따도 은근히 직장에서 당해보기도 했는데 시인들의 수필집이나, 혹은 박범신의 논산일기같은 책들을 읽으면 맞아!하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제가 작가까진 아니어도 좋으니까 옆에 시인이나 소설가같은 친구가 한명쯤 있으면 제가 좀 마음이 시원할것 같아요.

  • 4. 물고기
    '12.11.4 11:08 PM (220.93.xxx.191)

    네 윗분말처럼 글읽으며
    스산한가을바람과 골목어귀의 빌라, 배달그릇,
    창문밖을내다보는 원글님이 머리속에 그려지네요
    글~참 잘쓰시는것같아요^()^

  • 5. ,,,
    '12.11.5 1:36 PM (121.145.xxx.206)

    잘읽었어요^^
    저도 무지 외로워요
    40년가까운 인생에 잘하는것도 없고 남들은 쉬운 그것조차도 안되네요
    글 자주 올려주세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75765 왜 아무런 반응도 없는 걸까요? 4 해독쥬스 2012/11/04 1,247
175764 절 좀 추천 해 주세요. 5 ... 2012/11/04 1,343
175763 중국에 살면서 의외였던것 한가지... 7 .. 2012/11/04 4,427
175762 홈쇼핑 김치 너무 싸네요 -0- 5 ... 2012/11/04 4,188
175761 (방사능) 헤이즐럿 좋아하시는 분들.. 녹색 2012/11/04 1,655
175760 그러고보니 이해찬씨 물러나면 그다음은 추미애라든데;; 16 루나틱 2012/11/04 1,804
175759 행복이 찾아온거라면 좋겠어요... 저질체력극복기 3 다른세상 2012/11/04 2,394
175758 집살림살이 장기보관 어떻게 해야할까요? 3 .. 2012/11/04 1,777
175757 내과냐 이비인후과냐...고민중입니다. 10 콩콩이큰언니.. 2012/11/04 1,514
175756 한겨레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여유있게 앞서네요 13 ㅇㅇ 2012/11/04 2,298
175755 아까 물어보신 분, 제가 미군부대 군무원입니다. 답해드리죠. 4 미군부대 군.. 2012/11/04 59,948
175754 데이브레이크 음악 너무 좋네요! 7 신의한수2 2012/11/04 1,467
175753 유치원 딸아이 절친 엄마를 만났는데~ 28 유치원 2012/11/04 6,808
175752 외국인들이 전형적인 동양인 이쁘다고하는거 7 근데 2012/11/04 8,546
175751 그녀의 지지자를 실제로 만나다. 15 여울 2012/11/04 2,007
175750 위*스크 질문이요...? 6 파라오부인 2012/11/04 1,480
175749 안경 쓰시는 님들..보통 얼마나 잡으시나요? 6 coxo 2012/11/04 1,902
175748 외국인 눈과 우리나라 눈은 완벽히 같지 않습니다.. 9 루나틱 2012/11/04 2,937
175747 코스트코 핫팩이 안 따뜻해요 7 콩콩 2012/11/04 3,406
175746 얼마전 보톡스 맞으러 갔다 못맞고 왔거든요. 제가 2012/11/04 1,548
175745 백화점에 갔는데 완전 잘생긴 외국인 남자가 60 쇼크먹었네 2012/11/04 27,198
175744 귀가 윙윙 거리거나 먹먹한 증세가 이틀째 계속 되면 반드시 치료.. 1 청력손실 2012/11/04 2,644
175743 흥미진진해진 손연재선수 소속사와 체조협회의 제4라운드.. 6 흠... 2012/11/04 3,378
175742 김치냉장고에,,,과일을 넣으려면,온도를 어디에 맞춰야하나요? 김치냉장고 2012/11/04 2,037
175741 친노 지긋지긋해요 76 에혀 2012/11/04 4,2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