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올려다보니, 바람을 잔뜩 머금은 어두움이 가로등 한두개 켜진 가난한 우리 골목길주변으로 무겁게 내려앉았네요.
음식물쓰레기통을 내리러 계단을 내려가니까, 컴컴한 계단 아래, 동그랗게 나와앉은 플라스틱 그릇한점.
단무지접시랑, 나무젓가락이 나란히 놓여있는 그 짜장면 그릇은 깨끗이 비워져놓여있네요.
가끔 바람이 이렇게 많이 부는날이면 어디선지 날아온 듯한 커다란 나뭇잎들이 여기저기 놓여있는 우리 빌라.
그런 빈그릇을 보면 갑자기 한개이상은 더 가져본적이 없는 제가 살아온 인생들이 떠오릅니다.
밥통도 한개, 가방도 한개,베게도 한개, 이불도 각각 한개씩이다보니, 더 욕심내고 살아올것도 없고, 물건들을 어디에 두고 지내야할까 궁리해본적도 없이 살아온 날들.
그런 제가, 저오기만을 기다리면서 이불속에 누워 서럽게 우는 딸아이말고 한명을 더 임신했네요.
입이 미어터지도록 엄청 먹는 아홉살짜리 딸이 걱정되지만, 그래도 둘까지는 괜찮아라고 스스로 위로하면서 창밖을 내다보니, 이미 쌀쌀해진 이 골목길엔 인적이 끊겨지고 담벼락마다 스산한 전단지들만 달랑거리고 있군요.
평수도 좁고 한적한 빌라라서 그런지 혼자사는 사람들이 외롭게 tv를 보며 먹은 짜장면 한그릇들이 심심찮게 나와있는 모습을 봅니다.
그러고보니, 한번도 그 집 문이 열려있는 모습을 본적이 없네요.
밖에 나온 빈그릇들을 보면 이상하게 맘이 차분해지고 위로가 됩니다.
아, 나처럼 마음이 늘 외로운사람도 있구나.~
하고요..
하지만, 저는 밖에 나가면 무척 씩씩한 척하면서 세상을 살아갑니다.
마치도 자음과 모음으로 이루어진 자판을 열손가락으로 신나게 먼지가 일세라 내달리는, 한마리 말처럼.
왜 그런걸까요.
왜 외롭다고 하면 왜 사람들은 공감해주긴 커녕 가르치려 들고 훈계하려 드는걸까요.
나도 그래~하면서 공감한마디 해주면 되는건데.
누가 내옷깃을 잡았다!라고 말해주는 예수님만큼 기대하는 것도 아니고
나도 그래~하면 되는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