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종 후 몸이 안 좋아졌던 '시'는 어제 오후부터 다시 날라다녀요. 오늘 아침에 침대로 뛰어올라와 장난치는 걸 보니 이제 정상으로 돌아온 듯 하네요. 일시적인 거 였으면 좋겠어요.
입양하기로 했던 집에서 아침에 연락이 왔습니다. 제가 못 받아 음성을 남겼는데, 그냥 주위에 있는 길냥이와 그 새끼들을 키우겠다고 하네요. 제가 '시'가 좀 아픈것 같고 X-ray 검사까지 해 봐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거든요. 좀 부담스러웠나봐요.
여하튼 전 그 집에 안 보내게 된게 사실 너무기쁘네요. 정말 사람들은 좋아요..어려운 환경에 살지만, 아이도 막 놔서 키우는 거 같지 않았고, 어려운 중에도 길냥이 먹이를 주는 걸 봐서 인정이 있는 사람들 같았거든요. 그런데, 이게 호기심이라고 해야 할 지..어차피 그 집에 한번 가보려고 했던 터라, 오후에 그 집에 가 봤어요. 차로 한번 둘러본 거죠.
그런데 제가 미국에서 이 도시만큼 어려운 사람이 많은 걸 본적이 없어요. 어떻게 저런데서 사람이 살수있을까 싶은 집도 많고요..그런 집들은 왜 모든 물건을 또 밖으로 다 내 놓는지..냉장고도 내 놓고 뭐 별별 걸 다 내놔서 지저분하죠. 집이 좁아서 그렇다 해도 잘 가릴 수 있을텐데요. 가난한 건 그럴 수 있는데 정리정돈 안 하고 곧 귀신나올 것 같이 해 놓는게 좀 이해가 안 가더군요. 쓰레기는 널려있구요. 어려운 동네를 가 보면 창문이 깨져있어도 그냥 비닐로 막아 둔 집도 많아요. 유리값이 없어서 그런 걸 까요. 그런데 또 그런집 앞에 앉아 담배를 피거나 맥주 캔을 마시는 사람들이 많아요..전 그런걸 보면 담배를 끊고 그 돈으로 뭘 어떻게 하면 나을텐데 이런 생각이 스치죠.
이 전에 알던 화가 한 분도, 가난과 별개로 휴지 아무데나 버리고 집 외부를 너저분하게 해 놓는걸 이해 못하더라구요. 없어도 깔끔하게 정리는 할 수 있을텐데말이죠. 그리고 또 그런 동네엔 목줄없이 밖에 돌아다니는 고양이과 개가 그렇게 많아요. 중성화 안시켜주고 무조건 낳게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죠. 제가 이곳 동물보호소에 TNR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보니, 이곳 사람들에겐 안 통한다고 하더군요.
여하튼, 이 집도 창문에 비닐이 붙어있고 정말 열악해 보였습니다. 어쩌면 전, '시'와 '레'를 이 집에 입양 보냈다면 평생 이 녀석들 걱정을 안고 살았을거예요. 보낸다고 결정하고, 이 집을 가 보기 전에 캔과 사료 장난감 등등을 사놨거든요. 그리고 캣타워도 주문해 주려고 랬구요. 길냥이가 새끼들 두마리를 데려오긴 하지만 화장실을 못가린다고 하기에, '라' 이야기를 했어요. 턱시도 암놈 '라'가 한달되고 집안으로 처음 들이던 날, 계속 마루에 오줌과 큰 일을 봐요. 처음엔 누군지 몰랐고 걱정했어요..계속 이러면 어떻게 하나 하구요. 그런데 수의사가 화장실이 두개면 세개로 해 보라고 하더군요. 깔끔떠는 고양이들은 화장실이 마음에 안 들면 그럴 수 가 있다고 하면서요..그래서 당장 하나 더 마련했더니 정말 밖에 일을 안 보더라구요.
제 말을 들은 후 엄마와 딸이..아마 우리도 화장실이 더 필요한가보네..그런말을 주고 받아요. 길냥이 어미와 새끼들이 집 안으로 들락날락 한다고 했거든요..전 사실 저 때도 조금 걱정이 됐었어요..드나드는 고양이와 새끼들이 있는데 두마리를 더 데려가서 어떻게 하나 했죠. 그런데 저와 입양을 상의할때 입양해 가는 녀석들만 집 안에서 가둬 키울거라고 했거든요.
오늘 사실 그 집에 가게되면, 생활이 어려운데 나중에 아프면 병원비는 어떻게 하겠냐고 묻는대신, '시'가 아무래도 중병인거 같다고 말을 하면서 길냥이와 새끼를 정식으로 키우면 어떻겠냐고 ..'레'만 또 데려가겠다고 할까봐 아무래도 둘을 같이 보내는 곳에 보내는 게 나을거같다고 말하려고 했어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세마리지만, 마음이 훨씬 놓입니다. 애완동물 사랑과 관심도 제일 중요하긴 한데..아무래도 심하게 어려운집은 좀 피해서 보내려고 해요. 먹는것과 해마다 접종이야 저소득층 할인으로 어떻게 해 주겠지만, 어디라도 아프면 제 생각에 병원에 못데려갈 것 같거든요.
지금 글을 쓰고 있는데 보미가 와서 문을 열어줬는데요..밖에서 무슨일이 벌어진 걸까요..한 깔끔하는 녀석인데 온몸에 시큼한 냄새와 어디에서 굴렀는지 목걸이가 온통 검은 흙에 범벅이 됐어요. 다른 고양이와 싸운걸까요..다른날과 달리 새끼들도 갑자기 다 덤벼들어 어미를 마구 핥아주네요. 보통땐 반갑다고 꼬리만 바짝 세우고 졸졸 따라다니거든요. 이상한 일이네요. 어디 갖혀있다 나오려고 발버퉁 친 걸까요. 털이 온통 뻗뻗해요. 여튼 지금 목욕탕에 데려가서 다 씼겼는데요..아직도 새끼들이 어미에게 달려드네요. 보미는 나비와 같지않고 행동반경이 너무 넓어서 제가 늘 걱정이예요.
참..레오는 어제밤 10시쯤 나타나 늦은 저녁을 먹고 오늘도 또 찾아왔어요. 뭐든 아는 사이라는게 이렇게 신경이 쓰이고 걱정을 보태게 되는 일인가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