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가정적인 남편입니다.
왠만하면 밖에서 술도 거의 안마시고, 집에서 저와 도란도란 얘기 나누며 술 마시는 걸 즐기는 사람이예요.
한 순간의 쾌락때문에 가정 깨는 거 싫고,
업소녀든 뭐든..다른 사람이랑 몸 섞는 거 냄새나고 더러워서 싫답니다.
남편을 믿고, 남편이 제게 하는 말이나 평소의 언행을 믿기 때문에 외도에 대한 의심은 없습니다.
(여기 보면 남잔 99% 다 바람핀다고 하니 100% 믿는다고 하면 거짓말일 수도 있겠지만요..)
근데, 남편이 외박을 좀 자주 하는 편입니다.
어찌어찌하여 근무처가 짧은 기간동안 세 번 정도 바뀌었습니다.
근무처는 강남-송파-강남 ..그러는 동안 집은 용인-일산-일산..
용인에 살 때도 그렇고 지금 일산 살고 있으면서도 그렇고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외박할 때도, 한 번 정도 외박할 때도 있어요.
외박하는 이유는,
너~~무 피곤해서입니다.
아침잠이 많고 잠을 못이기는 타입이예요.
주말에는 느즈막히 일어났다가 꼭 낮잠을 한 번 자줘야 하고요.
항상 졸리다, 피곤하다 입에 달고 살아요.
사람 많이 만나고 말 많이 해야 하는 직업인데, 잠을 충분히 못 자면 말도 제대로 못하겠답니다.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겠대요.
그럴때는 오후에 꼭! 사우나 가서 잠깐이라도 눈 붙이고 나오구요.
(사우나 사랑이 지극합니다..)
보통 직장 출근 시간이 8시~8시 반인데
제 시간에 출근한 적 거의 없습니다.
혼자서는 죽어도 못 일어나고요. 제가 깨워도 잠을 못 이겨 일어나지 못 할 때가 다반사예요.
그간의 직장 상사들 모두, 남편 이기는 사람 없었습니다.
일 하나는 잘 하기 때문에 남편이 딜을 해요. 출근 시간만큼은 터치하지 말아달라..
남편은 말합니다.
대한민국에서 자기보다 더 열심히, 많이 일하는 사람 없다고..
자기는 학연, 지연, 빽, 줄...다 형편없기 때문에 죽을둥 살둥 일해야 우리 식구가 잘 먹고 잘 살수 있다고..
**씨(저를 부르는 말입니다)도 지지부진하게 근근히 먹고 사는 삶을 원하지는 않을거라고..
남부럽지 않게 하고 싶은 거 하면서, 부족하지 않게 살려면 미친듯이 일해야 하고,
여태껏 자기는 그렇게 한 점 부끄럼없이 일해왔고, 앞으로도 그럴것이라고..
그런데 너무너무 피곤하고,
11~12시(퇴근시간은 이 사람이 일하기 나름이라 들쭉날쭉해요) 다 돼서 집에 와서
8시까지 강남으로 출근하려면 5시 반, 늦어도 6시엔 일어나야 하는데
잠도 충분히 못 자고, 다음 날 꼭 늦지 않게 일어나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잠을 제대로 못 자기도 하고, 어떤 날은 잠을 청했다가 도저히 불안해서 안 되겠을땐
새벽 일찍 나갑니다. 회사 근처 사우나에서 자고 출근하려고요.
어제도 8시까지 출근하느라 새벽 일찍 나가서 그런지
저녁 7시 쯤 전화가 왔는데 목소리가 다 죽어가더라구요.
말 하는 거 보니 외박하고 싶어하는 눈치길래 버럭하면서 전화를 끊었습니다.
제가 볼 때 남편은 외박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회사와 집이 가깝다고 해서 외박을 안할것이라는 생각이 안 드네요.
가까우면 가깝다고 일거리 더 만들어서 밤늦도록 일하고 왔다갔다 귀찮으니 사우나나 사무실에서
자겠다고 할 것 같아요.
돈 벌면 제일 먼저 회사 가까이로 이사가고 싶다고 하는데 강남 집값 만만치않고,
만약 그러다가 근무지가 강남 아닌 다른 곳으로 바뀐다면 또 그 가까운 곳으로 이사하자 할 사람입니다.
(결혼 8년차에 이사만 5번 했네요...ㅜ.ㅜ)
언제 한 번 남편 회사 동료들과 같이 하는 자리에서 그런 얘길 했더니,
그렇게라도(외박하고 사우나에서 자는 거) 제 시간에 출근하려고 하는게 얼마나 대단한 노력이냐며
두둔을 하는데 속 뒤집어 지는 줄...ㅜ.ㅜ
가진 거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고,
누군가가 자기 통제하는 거 싫어하고, 욕심도 많은 사람이라서 평범한 샐러리맨은 태생적으로 못 하는 사람입니다.
지금 하는 일도 어찌보면 자영업? 사업? 이나 마찬가지인데,
만만치 않은 세상이라 남들보다 몇 배는 노력하고 일해야 왠만큼 먹고 살 수 있고
그렇게 살기 위해서 이 세상 누구보다 제일 많이, 열심히 일하기 때문에
이 피곤함을 잘 다스리고 컨디션 조절 잘 하려면 외박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제가 이해하길 바랍니다.
아는 사람이든 지나가는 사람이든 붙잡고 한 번 물어보라고 했어요.
당신처럼 빈번하게 외박하는 거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 몇이나 될 것 같냐고..
그러면 이럽니다.
그들이 내 인생 대신 살아주는 것도 아니고, 그들 누구라도 나만큼 일 많이 하는 사람 없다...
남편도 외박한다는 말을 쉽게 하는 건 아니겠죠.
제가 싫어하는 걸 아니까요.
근데, 아무리 봐도 이건 정말 아니다 싶어요.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는 피곤해서 쩔쩔매게 하느니 조금이라도 잠을 더 자게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가도
강남-일산 거리 출퇴근은 남편 하나뿐도 아니고 많은 사람들이 다 하는데 혼자 유난떤다 싶기도 하고..
어제 서로 말도 거의 안 나누고 자러 들어갔으니 알아서 알람맞춰 일어나겠지 하고 안 깨웠는데
아침 7시 넘어서까지 자고 있는 남편 깨우며 못 일어나는 걸 보니 그냥 외박하게 놔둘 걸 그랬나 싶고...
하아~~모르겠어요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