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사는 아파트는 지은 지가 20년이 다 된,
그래서 늘 재건축이 큰 이슈인 아파트입니다.
복도식이고요..
겨울되면 수도 계량기 얼어서 터지기도 하고요.
녹물이 나오기도 하고..
주차장이 협소한데다가 차에 흠집도 많이 나 멀쩡한 차가 거의 없을 정도지요.
제작년 태풍왔을 때 베란다 유리창 깨진 집도 엄청 많았고, 벌레도 많습니다.
여기 사는 주민 누구나 빨리 재건축이 돼서 넓고 비 안 맞는 주차장과 깨끗한 집과 환경에서 살길 소망하죠.
그런데,, 재건축이 되어 버리면 잃어버릴 소중한 것들이 참 많아요.
늘 오시는 트럭 장사하시는 분들, 떡볶이며, 두부 과일 야채..
지나다니며 마주치는 반가운 이웃들,
먹을 거 자주 나눠 먹는 옆집 할머니, 눈인사라도 자주 건네는 이웃 젊은 엄마들
그리고 가끔 옥수수도 드리고 찐빵도 갖다 드리는 우리 라인 경비 아저씨,
학교가는 딸 쳐다 보며 잘 다녀 올라고 손도 흔들어 주고, 멀리 보이면 소리쳐도 다 들리는 아파트.
도란도란 모여 얘기 나누시는 할머니들, 애기 엄마들과 파라솔 펼쳐진 학습지 홍보며 기타 등등..
오래된 아파트의 풍경과 어우러져 키가 저층 아파트 높이 만큼이나 자란 나무들,
계절마다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는 아파트 화단과 가을에 어김없이 열리는 감, 살구
노란 은행잎과 단풍들...귀여운 청솔모, 이름모를 새들..
근방에 새로 지은 근사한 아파트에 가니, 참 멋지고 근사해요..
근데 그 속에 사람사는 풍경이 별로 없어요..
사람끼리 모여 도란도란 나누는 재미도 없고 그저 문닫고 쿵 들어가 버리면 알 길 없는..
트럭 장수도 올 수 없고, 시장터에서 만나는 이웃같은 훈훈한 맛도 없어서 아쉽기만 한..
편하고 깨끗해서 참..좋을 것 같은데 왠지 아쉬움도 많이 남을 거 같아요.
곧 우리 아파트도 근사하게 재건축 되겠죠..
놀이터에서 노는 우리 아이에게 창문 열고 '밥먹으러 들어와' 할 수 있었던 날들이
참 그리워 질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