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딸 밥상을 차려주고 전 잠깐 ..뭘 했었는지 모르겠어요.등교하는 딸 배웅하고 식탁 위 내버려두고 신문부터 읽고 나서 설거지를 하려고 보니 사골국에 알타리무김치 김 이렇게 차려줬는데 밥과 알타리 김치를 말끔히 먹었네요.평소엔 밥도 두 세숟갈 겨우 먹던 아이가 맛이 든 알타리김치맛에 반해서 밥을 다 먹고 간것 같아요.
배추김치를 맛있게 담그게 된 지 두 어해 라서,알타리무 김치는 이번에 새로 담궈봤어요.82를 알지 못했더라면 아직도 못담아먹었을 듯 ㅎㅎㅎ 간도 삼삼하니 맛있게 들고,무가 좀 말랑하지 않게 ,새콤해졌는데도 뻣뻣한 거 빼곤 제가 먹어도 맛있게 담궈지긴 했어요.
제가 딸 만한 나이일 때 저도 그렇게 새큼하게 익은 알타리무김치를 좋아했었어요. 결혼해서 레시피도 정확하지 않은 알타리무 김치를 담궈봤다가 완전 실패하고 자신감을 상실한 후..여태 담지를 않았어요.그러다가 혹시나 싶어 담아봤는데 딸이 그때의 제 나이가 되니 맛있나봐요. 참 신기한게 아들은 그냥 제가 맛있다고 하면 예의상 한입 먹어볼 뿐이지 그닥 안좋아하거든요.아들은 오로지 고기만 맛있다고 하는 고기가진리교 신자이죠.
딸이 중학생이 되고나서부터 잊었던 저의 옛식성이 떠올라요.지금은 눈물이 나서 못먹을 정도로 신 귤인데 딸은 너무 맛있다며 냠냠 먹는 거 보면 저도 그땐 신 게 왜 그리 맛있던지,푹 익은 귤이나 사과 먹는게 싫었던 것도 기억나구, 여름이면 아이스 음료에 담긴 얼음을 오도독 깨먹는 게 좋았는데 딸도 이번 여름내내 그러더군요.
아들만 있었다면 오이지를 무쳐먹는 것도,깻잎절임도,시래기를 된장과 멸치에 푹 지져내는 것도 다 못먹었을 거에요.열심히 준비해봤자 남편이나 아들은 손도 안대니 저 먹자고 하다가 보면 지쳐서 안하게 되거든요.여름내내 오이지 무치면 딸과 경쟁하듯 먹었어요.여태까진 삭힌 오이지 사다 먹었는데 내년엔 오이도 한번 삭혀봐야겠어요.
그나저나 알타리무김치 딱 한달 먹을 정도로만 담궜는데 한번 더 담아야될 것 같아요.나름 입맛 예민한 딸이 제가 한 음식들 맛있게 먹으면 왜 그리 기분좋은지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