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연일 야권 단일화를 '꼼수정치', '반칙정치'로 낙인찍으며 흠집내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정현 공보단장은 29일 "야권 단일화는 2등과 3등이 편 먹어서 1등을 이기겠다는 게임논리"라며 "집권해 자리를 나눠갔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공보단장은 "국민과 국가는 안중에 없는, 정권을 빼앗아 오는 것 외에 달리 생각하는 것이 없기 때문에 정치쇄신이나 시대적 가치와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김무성 선대위총괄본부장도 "문 후보는 실패한 노무현 정권의 2인자, 안 후보는 국정운영 능력이 검증된 바 없는 불안정한 후보"라며 "야권 단일화는 자질과 능력이 부족한 두 부실후보의 합작품"이라고 비난했다.
새누리당의 이런 움직임은 야권 단일화의 파괴력에 대한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선대위 핵심관계자는 "현재 박근혜 후보 지지율이 40% 초·중반대에 머물고 있는데,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을 합하면 50%를 넘는다"며 "야권후보가 단일화하면 박 후보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정치쇄신특위의 한 위원은 "야권후보 단일화가 현실화할 경우, 젊은층 투표율이 폭발적으로 높아지면서, 박 후보가 패배할 수 있다. 대비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확실한 해법을 찾지 못한 채 대응책을 두고 엇갈린 의견이 나오고 있다. 주류인 친박 핵심인사들은 "정책과 소프트 리더십을 앞세운 차별화 전략"을 대응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박 후보 캠프에서 전략을 담당하는 한 핵심 인사는 "정치논리로 대응하기보다 민생경제와 부드러운 리더십을 앞세운 여성대통령론으로 승부를 겨룰 것"이라고 말했다.
당 일각에선 '이명박 대통령과 차별화'나 '개헌론' 등 좀 더 강한 처방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박 후보와 가까운 한 중진인사는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권교체 열망이 강하다는 게 확인됐다"며 "박 후보 당선이 곧 정권교체라는 인식을 확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세종시 백지화 저지' 등 야당 역할을 해온 박 후보의 행보를 강조하면서 '박근혜 당선=정권교체' 논리를 만들자는 것이다.
신승근 기자skshin@hani.co.kr
한겨레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