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얘기입니다. 필요한 이야기만 하겠습니다. (쓴 글이 다 날아가서 예전 글을 조금 이어 붙입니다)
부유하게 그리고 다복하게...남들이 부러워하는 조건에서 자랐어요. 겉으로는 그렇습니다.
핵심만 요악하자면 부모의 극진한 사랑 속에서 자라다가...어떤 병때문에 (정신질환이나
불치병은 아니었어요)...그러니까 잦은 투병과 그로 인한 제 우울감...형제자매 간의 시기와
질투...그런데 사춘기 무렵 상황은 역전되고, 전 정신적인 버림을 받았어요.
겉으로는 결혼도 정상적으로 했고 아이도 둘 낳아 기르고 있는데 첫 아이가 저처럼 안면기형이
있습니다. 아주 경미하지만 수술하면 흔적이 남는 부위예요. 성장 중이라 의사들은 말리구요.
성년이 되면 하라고 하네요. 미용성형과 재건성형의 경계선에 있는 어중간한 수술이 될 거라 해요.
저는 이목구비 중의 하나였고 두 차례 수술을 받아서 성인이 된 지금은 아무도 못 알아보는데
큰 아이는 수술을 해도 그렇고 안 해도 그렇고 이미 마음의 상처가 이미 깊숙이 자리한 상태입니다.
이 말을 하는 이유는...저희 부모님과 제가 다른 점은 아이의 기형에 대해서 민감했다는 점...그리고
자식의 교우관계에 대해 옛날과는 달리 촉을 세우고 살아간다는 점입니다.
전 4살때 수술이 실패한 후...다른 병도 지겹게 앓고 살았지만 그렇다고 위중한 병도 아니었어요.
아버지는 극심한 편애를 하셨고, 또 수술을 해서 실패하면 안된다고 의사들 말대로 20살이 되던 해에
재수술을 했어요. 병명은 참으로 간단하고 요즘은 수술하면 쉽게 낫는 병이었지만 아버지는 완고하셨고
저 역시 청소년기에 재수술을 해달라고 엄두를 내지 못했지요. 매일이 지옥 같았습니다.
은따...라는 게 아니었나 싶어요. 외모부터 그렇고...사람들과 잘못 어울리고 남의 눈치만 보고...
그 동안에 마음이 떠나셔서 전 집의 암적인 존재가 되었구요, 친구 관계든 성적이든
정상으로 돌아가는 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아마도 지금 시대로 따지면 다중인격..뭐 그런 거지요.
속으로는 너무 괴롭고 우울한데 친구가 떨어져나갈까봐 농담도 지어서 하고 일부러 친구들한테
잘 보이고...집에 돈이 많았기 때문에 인심 잃지 않게 뭐든 사주고 돈도 더 내고 그랬습니다.
지금 제 딸은 소아우울증입니다. 병원 갈 정도는 아니랍니다. 이제는 초등 고학년이라 머리가 커서
절대 병원엔 안 갈거라고 하네요. 자기 안 미쳤다고...심리검사하고 아동심리치료를 받아서 나름
좋아졌는데 이제 사춘기가 되니 제가 죽을 것 같습니다. 부모님이 저한테 왜 그러셨는지 알 것 같아요.
오죽하면 그랬을까...얼마 전에 아버지 장례를 치르고 나서 더욱 그런 생각이 듭니다.
아동상담치료를 받고 있는데...제가 힘이 들고 괴롭습니다. 죄책감이 열배, 스무배 겹겹이 쌓여요.
부모님과의 관계는 자식이 설설 기고 그냥 무슨 말이든 명령처럼 따르는 구조구요, 거역이란 거 절대
안 해봤습니다. 같이 밥을 먹으면 체할 정도라서 소화제를 가지고 다닙니다. 형제들과도 표면적으론
아주 멀쩡합니다. 언니는 훌륭한 외모에 명문대 나와 좋은 집에 시집가고 능력있는 남편하고 살고 애들도
잘 컸고...억대연봉 받으면서 잘 나가는 오빠도 있고...전 아주 평범합니다. 먹고 사는데 그럭저럭...
결론은 그렇습니다. 제 삶도 지치고 둘째는 다행히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건강한 편이라 그나마 굴러가는데
남편과도 별로고...큰 애와는 정말 더 이상 노력할 의지도 희망도 안 보입니다. 서로가 그렇습니다.
학습능력이 크게 뒤지는 건 아닌데 흥미도 없고 노력은 하는데 좋아하는 과목만 합니다. (국, 사, 과)
사연이 너무 길어서 차마 말 못하겠지만 몇년 간 저도 약물 치료도 받고 상담센터도 지겹게 다니고...모든
노력을 다했습니다. 아직도 엄마 앞에서는 효녀인 척 열심히 맞춰드리고 혹시나 감정 상하실까봐 전전긍긍
하는데 저희 딸이 똑같습니다. 다만 정도가 덜하고...제가 아직 가슴에 대못을 박지는 않았을 뿐입니다.
감정에 격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이젠 저도 약도 그만 먹고 싶고, 아무 노력도 하고 싶지 않네요.
사람이 아무리 해도 안되는 게 분명 세상에는 있습니다. 차라리 자식 문제 하나면 낫겠어요.
전 제 문제고, 그게 결혼, 육아, 인간관계에 뿌리가 깊이 박혀서 도저히 진전이 없는 제자리 걸음입니다.
왜 자식하고 같이 죽는지 전 정말 그 사람들 이해할 수 있습니다. 베란다에서 왜 같이 뛰어내리고 왜 같이
약 먹는지 미치게 공감합니다. 다만..아직 그나마 제정신이 남아있어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것 뿐이예요.
인간관계에 대해서 말씀드리자면...사람의 본심을 육감으로 압니다. 저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기막히게 알아요. 그리고 늘 적당히 거리를 두고 삽니다. 두루두루 잘 지내는 사람은 많은데 절친은 없는...
저희 딸도 그래요. 왜 친구를 만들어주지 못했느냐...엄마 탓이다. 공부도 엄마표로 가르치지 그랬냐...
저 이런 말 하는 사람 혐오합니다. 겪어보지 않으면 말을 하지 마세요. 그것도 애가 잘 자라고 있고
밝게 나이 답게 잘 지낼때 가능한 겁니다. 저도 아이가 유치원, 초등학교 저학년일때 이미 병이 깊어서
사람하고 눈 마주치는 것도 괴로웠고 애는 더 심해서 학교 다니는 것도 힘들어했습니다.
신앙생활도 했는데...(교회 다닙니다) 세례를 앞두고 마음이 천갈래 만갈래입니다. 오늘 사소한 언쟁도
있었고...찬양제 문제로 사람들 앞에서 차마 우울증이 심해서 남앞에 나서고 싶지 않다고 말 못했습니다.
교회 내에서 벌어지는 인간관계의 문제가 저를 짓누릅니다. 애들도 다 밝고 이쁜데 우리집 애들만 고분고분
교회도 안 다니고...저만 다니느라 지치고 설득도 안되고...찬양제에는 아이들도 참석해서 무대에 서는데
전 남의 집 애들 손 잡고 웃어가며 노래해야할 처지입니다. 내일 세례문답이 있어 교회를 나가야 하는데
내 안의 확신도 없이 세례를 받으면 뭐하고 성경공부는 하면 뭐하나...부질 없다는 생각에 괴롭습니다.
치유의 목적으로 오래 한 글쓰기도 이젠 직업도 아니고 취미도 아닌 어중간한 상황...육아와 가사에 지치고
남들은 보란 듯이 성공하고 잘 되는데 나만 왜 이렇게 번번히 발목을 잡히나...왜 마음을 못 잡나...포기하고
싶습니다. 교육도 제대로 받았고 습작도 오래 했습니다. 신문사, 출판사 일감까지 가져와 돈도 안되는 일을
하면서 끌어왔는데...과연 내가 뭘 한건가 싶습니다. 지인이 방영되는 드라마 원작을 소설로 써서 주말에
전국 서점에 출판을 하게 된다고 올린 글을 보면서 차마 축하해주지 못하는 제 자신이 원망스럽더군요.
우울증이란 지병도 너무 오래 병원, 상담센터를 다니면서 이젠 무디어져 가고...그곳에서까지 웃는 척, 자신을
포장하는 기술에 익숙해서 겉으로는 아주 건강하고 밝은 사람으로 행세를 하고 다녔습니다. 그게 저입니다.
이젠 더 이상 살기 싫습니다. 다른 병도 달고 있고...그냥 교회도 그만 나가고 아이들도 버리고 모두 다 놓고 이제
떠나고 싶습니다. 사는 게 지긋지긋 합니다. 이렇게 벌레처럼 사는 인생이라면 단 하루도 살기 싫습니다.
여기에 9년이 가까운 기간동안 가입해서 간간이 글을 올렸지만 제가 이런 글을 올릴 거라고 미처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제가...살아가는 의미를 찾는다면 회복 중이라고 다시 글을 쓰고 싶네요. 살아 숨쉬는 것 자체가 고통인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