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우리개는 순둥이 개.

패랭이꽃 조회수 : 1,998
작성일 : 2012-10-27 01:19:17
우리 강아지는 순둥이다.
이번에 병원에 데리고 다니면서 깨달았다.

홍역 예방접종을 다 끝내지 않은 탓인지 다 늦은 나이에 홍역이 갑자기 찾아왔다.
고열, 피가 섞인 설사, 누런 콧물, 결막염 ...
모두 홍역 증상이었는데 수의사와 난 처음엔 소화기 계통 질병인줄 알고
그쪽으로 집중해 치료했었다.  이런 상황에서 홍역 바이러스는 점점
개의 몸을 침투해 들어가 그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었다.
나를 끌고 다니던 힘센 강아지가 느릿느릿 걷고
산책이라면 문 앞에서 날뛰며 기다리던 그 개가 때로는 나가기를 거부하고
내가 와도 문 앞에서 날뛰며 반가와하질 않고 멀리서 꼬리만 탁탁 치고 있었다.
좋아하는 고기들을 대령해도 입에도 대지 않고 물만 삼켰다.

단골이었던 동물병원은 홍역일리가 없다고 예방접종을 했다고 극구주장하며
항생제만 투여했지만 어느날 가게 문을 닫고 집으로 돌아가보니
40도가 넘는 고열로 기절한 채 숨까지 꺽꺽 내쉬는 강아지를 들쳐업고
멀리 있는 더 큰 종합병원으로 데려갔다.
부숭부숭한 털로 제법 통통(챠우챠우)하다고 생각했던 그는 야위어 있었다.
이미 눈에도 열이 침범하여 각막궤양 증상이 진행되고 있었고
그 맑던 눈이 탁해지고 있었고 밥은 먹지 못해 살은 3킬로나 빠진 상태였다.
정말 홍역이 이렇게도 무서운 병이구나 싶었다.

기력이 없는 강아지를 밤늦게 택시들의 승차거부 끝에 태워 도착한
동물병원에서 링겔도 맞추고 혈청주사, 체온 내리게 하는 주사 등을 맞추고
집에 돌아오니 밤 12시 반. 다시는 이 개가 나를 반가와 해주는 그 맑은 눈동자와
접혀진 귀를 못볼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파왔다.
부드러운 털, 보숭보숭한 털과 구수한 발 냄새를 맡으며
내 불찰로 얘를 떠나보낼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났다.
그를 안고 참새 한 마리도 보호하시는 하나님께 많이 많이 기도했다.

주인들이 일하던 낮에 그를 홀로 두고 떠난 집에서
고통이 극심하다는 각막궤양으로  그는 밤마다 무릎을 꿇은 자세로
아픔을 견뎌냈고 고열을 견뎠고 온 몸을 후벼파는 고통을 견뎠다.
지금은 수술 끝에 실밥이 풀어질 동안 외눈이로 살아야 한다.
각막이 다시 재생되는 그 기간 동안 눈이 가려울 테지.
그 가려움을 참고자 지긋이 눈을 감는다.
치료를 받으러 먼 거리의 동물병원, 전염성 질환이라 입원은 안된다하여
통원치료를 하러 다니는 동안 강풍을 동반한 거센 폭우가 퍼풋는 왕복거리를
열 번도 넘게 다니던 동안 한 번도 보채지도 않고 병원에 가서도
잠잠히 털을 깎이고 주사를 맞고 아픈 눈을 보여주면서도 너무 순종적이고 얌전하여
모든 수의사들과 간호사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그랬다. 지난 기간 동안 너무나도 순하고 착한 개였다.
짖지도 않아서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개 있는 줄도 몰랐다 하고
사람들을 좋아하였고 어린 애들도 좋아하였고 고양이들을 오히려 피해 다니고.
다시 나아서 전처럼 활기차게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고 싶다.
IP : 186.125.xxx.77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아미
    '12.10.27 1:23 AM (113.199.xxx.172)

    아... 하루 빨리 강아지가 건강해지길 바랄게요 ㅠㅠㅠ
    고통스러워도 말도 못하니 주인 맘은 정말 찢어지지요..

  • 2. ㅜㅜ
    '12.10.27 1:26 AM (110.70.xxx.215)

    글 읽는동안 눈물이 나네요.
    정말 강아지들은 천사인같아요
    빨리 나아서 산책하고 행복한 하루하루 보내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 3. 맑은날
    '12.10.27 1:46 AM (74.101.xxx.23)

    원글님, 순둥이 개 얼른 쾌유하고 행복한 생활 이어가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원글님과 순둥이 오래 오래 행복하고 건강하세요.
    생각날 때마다 기도하겠습니다.

  • 4. 희망이
    '12.10.27 1:48 AM (221.154.xxx.212)

    나을거예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 마음 그 심정 잘 알아요.
    빨리 건강해길 빌게요.
    진심으로.....

  • 5. //
    '12.10.27 2:41 AM (78.225.xxx.51)

    개들은 사람보다 참을성이 강해서 정말 쓰러지기 직전까지도 주인이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말을 할 줄 안다면 참 좋을텐데...ㅠㅠ 나 어디어디가 이래서 아파요~하고 말로 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어쨌든 좋은 주인 만나 병원도 큰 곳으로 옮기고 이렇게 신경 써 주는 것 알고 순둥이가 그렇게 힘든 치료 잘 이겨 내고 있나 봅니다. 빨리 나아서 예전처럼 잘 뛰어 다닐 수 있기를!

  • 6. ....
    '12.10.27 8:52 AM (122.128.xxx.41)

    아, 불쌍해라. 그럼 홍역은 이제 괜찮은 건가요? 각막은 저희 개도 완치될 가능성이 100%아니라고
    했고, 또 실을 풀고나서 검사해봐도 여전히 녹색(형광염료) 이 많이 남아서 진짜 걱정했었는데,
    하루에 2-3번 시간 맞춰서 약 넣어주고 했더니 한 10일 지나니까 괜찮아졌어요.

    정말 강아지들, 순둥이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제발 아프면 아프다고 말해줬으면...
    우리 개는 눈을 하나 잘 못뜨고 있었는데 제가 주말이라 별 생각 없이 (아픈 것 처럼 안 보였거든요
    게다가 강아지들이 장난치면서 약간 스쳐서 눈을 다치는 경우들은 꽤 있어서), 한참 지난 후에 가서
    치료가 늦어졌었어요.

  • 7. ㅠ ㅠ
    '12.10.27 9:07 AM (113.59.xxx.254)

    반드시 좋은 결과있을거에요!!!
    힘내라!,개
    어서 나아서 널 아주 많이 사랑하는 식구들과 행복한 시간보내~~

  • 8. 순둥이 강아지. 얼른 건강찾자
    '12.10.27 10:43 AM (175.192.xxx.44)

    잘될꺼예요.
    힘내세요.

  • 9. 화살기도
    '12.10.27 10:46 AM (14.52.xxx.114)

    순둥아! 엄마들이 응원한다 !! 어여일어나라

  • 10. 저도
    '12.10.27 11:35 AM (180.68.xxx.188)

    응원합니다.
    순하고 강한 너는 얼른 나아서 남은 여생을 행복하게 보내게 될게야.
    한 번도 본 적은 없지만 부슬한 털을 휘날리며 즐겁게 뛰노는 네가 보이는 구나.
    지금 잠깐 아프고 앞으로 평생 건강할거야.
    힘내렴.

  • 11. 이네스
    '12.10.27 12:29 PM (121.162.xxx.74)

    순둥이가 주인닮아서 훌륭한 것 같네요. 완쾌되기를 기도해요. 꼭 결과 알려주세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16466 비염 식이요법 반년째. 1 하얀공주 2013/02/04 1,330
216465 불쌍한 DKNY 수술해야할까요? 9 ... 2013/02/04 2,264
216464 주식은 결국 증권사 수수료 벌어주기네요 3 ... 2013/02/04 1,690
216463 초딩 아이들과 하루 다녀올 수 있는 기차여행 추천해주세요~ 3 기차여행 2013/02/04 1,518
216462 내딸 서영이.. 장지갑 어디꺼죠? 1 볼수록 예뻐.. 2013/02/04 1,927
216461 실직한 남편을 바라보는 나의 심정 6 팔자라는게 .. 2013/02/04 4,509
216460 17개월 딸아이 튜튜스커트 아래 레깅스색상? 6 열매사랑 2013/02/04 848
216459 무식한 질문이지만 용기내서 질문요. 2 ... 2013/02/04 1,234
216458 스마트폰 유심번호 등록 어떻게 하는거죠? 갤3입니다 4 초보 2013/02/04 1,028
216457 눈꼬리쪽 눈커플이 떨려요 ? 어느병원가야해요? 4 40 2013/02/04 1,030
216456 박근혜 탄핵 카폐 벌써 수십개 12 취임전에 2013/02/04 2,120
216455 권성동 ”이동흡, 직권상정해서라도 국회표결해야” 1 세우실 2013/02/04 590
216454 눈 많이 와서 어린이집 차량 운행 안 한 곳 있나요?? 4 ... 2013/02/04 1,188
216453 영어캠프 보내보신분 어떤가요? 1 질문 2013/02/04 790
216452 살기좋은 도시순위 아이셩 2013/02/04 1,451
216451 다빈치코드는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죠? 7 소설 2013/02/04 2,237
216450 담임샘께 선물을 해야할까요? 11 초등 2013/02/04 2,410
216449 어제 샴푸 올린 사람 입니다 1 별이별이 2013/02/04 1,240
216448 쿠쿠 전기밥솥 김이 안빠져요 6 너를위해 2013/02/04 17,547
216447 성형안한 100프로 자연산만 손들어보세요 74 헐이다 2013/02/04 6,241
216446 인덕션 하고 전기렌지하고 틀린건가요..? 4 어휴.. 2013/02/04 2,464
216445 여기 모던트리 화이트 커피잔 2 열심히 2013/02/04 766
216444 의사이야기 듣다보니 잘못된 결혼. 남편에게 미안하네요 52 ㅇㅇ 2013/02/04 21,323
216443 집에서 좋은 향 나게 하려면?..인공방향제 안쓰구요. 8 ... 2013/02/04 3,203
216442 중복) 천주교이신분들.. 봐주세요.. ... 2013/02/04 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