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손님: 애매모호함을 즐겨야 사랑이 시작된다
_철벽녀에서 벗어나 관계를 시작하기
노사이드에 임용고시를 패스한 두진과 시험을 치르고 결과를 기다리는 은미가 찾아온다. 은미의 부정적이고 방어적인 태도를 지켜보던 철주는 그녀에게 애매한 상황에 처하면 나쁜 쪽만 먼저 생각한다며, ‘애매함을 견디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말한다. 은미와 다시 만난 자리에서 철주는 함께 보트를 타고는 배가 흔들린다고 해서 가라앉거나 뒤집히는 게 아님을 보여준다. 그리고 일시적 퇴행과 불안정한 상태를 견디고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낙관적으로 생각하며 안고 갈 수 있는 능력, 두려움 대신 방향성을 찾아보려는 태도를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한편 수지는 페이스북으로 철주의 첫사랑 경은에게 연락을 남기고, 경은이 노사이드에 찾아오는데…….
“옆에 같이 오신 친구분만 해도, 애매하고 잘 모르겠으니까 자꾸 마셔보면서 뭔지 알아보려고 노력을 하거든요. 일단 위험한 것은 아니라는 걸 확인했으니까. 그에 반해서 손님은 잘 모르겠으면, 또 애매하면 시도를 하지 않아요. 위험할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 아닐까요.” _48쪽
“우리가 길러야 하는 것은 이렇게 출렁이는 애매함을 돌파하는 것뿐 아니라, 일시적 퇴행과 불안정한 상태를 견디는 능력이에요.” _65쪽
성숙이란 의존적인 사람이 독립적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자기 안에 있는 의존성을 적절하게 다룰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 사람이 타인을 필요로 하는 것이 얼마나 자연스러운 일인지 이해하는 것이다. 그것이 성숙이다. 애매함과 모호한 관계 때문에 의존을 표현하고 인정할 수 없던 은미는 두진과의 관계를 분명히 하게 되었고, 이는 병적인 의존이나 유아적 의존이 아니라 어른이 갖는 자연스러운 의존성임을 깨달았다. 내가 갖고 있는 의존성을 켜고 끄는 스위치처럼 생각하는 게 아니라, 최적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적절히 다룰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존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것이 애매함의 불안 속에서도 한 배 위에 같이 떠 있는 존재가 주는 안정감의 핵심이니까. _67쪽
_남친의 배신에 대처하는 자세
: 잡지사 기자인 선민은 5년을 사귄 남자친구가 바람 피우는 현장을 목격하고 그 자리에서 결별하게 된다. 분노와 상실감에 힘들어하던 선민에게 철주는 기억을 리셋하기 위한 숙제를 내준다. 며칠 뒤 남친이 준 양은냄비를 들고 온 선민. 철주는 선민의 마음속 방을 차지하고 있던 물건을 시각화해서 치울 수 있게 도와준다. 실연으로 인한 아픔에서 치유되기 위해 선민의 기억을 지울 수는 없지만, 기억에 딸려오는 감정들의 힘과 무게는 줄일 수 있고, 물건을 치우는 것은 그 방법 중 하나다. 철주는 마음 놓고 상대를 미워하지 못하는 선민에게 ‘미워하는 걸 두려워하지 말라’고 조언해준다. 한편 경은과 마주한 철주는 “너 그때 왜 그랬어?”라는 날선 질문을 내뱉고, 자기 안에 경은과 관련된 해묵은 상처가 남아 있음을 깨닫는다.
지금 선민이 아파하는 것은 사랑할 대상이 없어진 것보다,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통해 얻었던 자존감의 충족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게 된 박탈감이 크기 때문이다.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마음의 끈을 끊어야 하는데도,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게 했던 현실의 증거들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기억을 리셋하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는 것들에서 시작해야 한다. _94쪽
“또 선민 씨를 누가 미워할 수 있어요. 그걸 두려워하지 마세요. 내가 뭘 잘못해서 미움을 받는 게 아니라, 그냥 내가 그 자리에 있기 때문에, 그런 일을 하기 때문에 미움을 받는 거예요. 아이는 엄마가 제일 미울 때가 있잖아요. 우리는 완전하지도, 완벽하지도 않아요. 결함이 많은…… 라면과 같은 존재일지도 몰라요.” _113쪽
네 번째 손님: 남이 아플 수 있다는 걸 알아야 관계가 유지된다
_노사이드의 위기
: 난주와 함께 노사이드에 온 진호는 자기 여자친구를 다시 원상 복구해달라고 요구한다. 그리고 철주가 과거에 아버지의 힘으로 교수가 된 것을 폭로하며 철주를 공격한다. 철주는 2주 후 노사이드 자리에 쇼핑몰이 지어질 예정이라며 집을 빼야 한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진호의 계략 앞에 얼이 빠진 노사이드 식구들. 철주는 가게를 접을 생각까지 하고, 그의 소극적인 태도에 화가 난 영수는, 어려운 일이 생기면 맞서 싸우지 못하고 주변에 도움을 구하지도 않는 철주의 태도를 지적한다. 결국 노사이드의 단골이던 미수와 동우의 도움으로 위기는 해결되고, 이 사건을 통해 철주는 타인에게 의존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깨닫고, 노사이드를 함께 지켜준 사람들에게
_고백을 앞둔 당신이 알아야 할 것들
: 태윤은 회사 거래처에서 알게 된 미유에게 좋아한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지만, 거절당할까 봐 고민 중이다. 철주는 그에게 과거의 틀린 선택보다 하지 않은 선택이 더 오래간다는 걸 말해준다. 몇 년 후에도 우리의 발목을 잡는 미련이라는 끈이 얼마나 질긴지에 대해서. 한편 종민은 자기의 집안 사정(어릴 때 아버지가 이혼, 재혼해서 지금 대학생인 여동생은 이복동생이라는 것)을 이제 막 사귀기 시작한 수연에게 고백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마음이 심란하다. 철주는, 사랑한다면 서로 숨기는 게 하나도 없어야 하고, 서로에 대해 모든 걸 오픈해야 하나가 될 거라는 일심동체의 환상이 관계를 쌓아나가는 데 얼마나 독이 되는지 말해준다. 일방적인 비밀 공개는 준비가 되지 않은 상대에게 폭력적으로 다가갈 수도 있다는 것, 관계 유지에서 더 중요한 것은 비밀의 공유보다도, 상대가 받아들일 수 있는 만큼 조금씩, 신뢰를 쌓아가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임을 일깨워준다. 한편 수지는 엄마로부터 선을 보라는 말을 듣고 호텔 커피숍에서 영철을 만난다.
“다른 사람과 하나가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비밀이 없어야 한다는 것은 분명히 맞는 명제예요. 비밀을 간직한다는 것은 각자 남에게 알리지 않는 것이 있다는 것이고, 하나가 되려는 욕망을 위배하는 일이죠.. 그래서 괴로워집니다. 언젠가 그 비밀을 털어놓고 싶어 하고, 비밀을 털어놓음으로써 상대방과 깊은 유대 관계를 갖는다고 여기게 되는데, 그게 지금 종민 씨의 마음이죠..” _219-220쪽
“두 사람 사이에 충분한 신뢰라는 방탄막을 치는 것이 비밀의 부담에서 벗어나려는 불안감, 또 서로에게 더 가까워지기 위해 비밀을 알리고 싶은 욕망을 드러내기 전에 꼭 해야 하는 일이라고 봐요. 둘은 어떤 것 같아요?” _223쪽
연애는 롤러코스터여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 있다. 서로를 짜릿하게 하고, 아드레날린이 솟구치게 하는 게 진짜 사랑이라고. 그런데 그 화학 작용은 오래가기 어렵다. 그런 걸 추구하면서 결혼까지 간다면, 부부 은행강도단이 나오는 미국 드라마같이 될 것이다. 수지가 처음 경험한 영철의 특성은 안정감이었다. 그리고 그게 지루하고 재미없다고 느껴지지 않고 도리어 편안하게 느껴졌다. _290쪽
“고민이 많이 되는 부분이에요. 둘 다 잘하세요, 라는 말처럼 무책임한 것은 없어요. 다만 선택의 순간이 왔을 때 마음이 어떻게 가는가, 그걸 감당할 수 있는가, 그로 인한 손해라면 손해를 감당할 만한 상대인가, 내가 그다음 단계를 가볼 만한 뱃심이 생겼는가의 관점에서 선택할 수 있을 것 같기는 해요. 등 떠밀리는 게 아니라 선택의 문제로 치환해서 보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