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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오늘 아침에 죽은고양이

꿈꾸는 별 조회수 : 1,926
작성일 : 2012-10-26 13:23:18

 제가 살고 있고 일하고 있는 곳은 경기남부 도농복합인 곳입니다.

어제 오후 다섯시쯤 사무실 뒤길쪽으로 차타고 지나가는데

도로가에 고양이 한마리가 죽어있더라구요.

내려서 잠깐 살펴보니

입을 살짝 벌리고 죽어있던데

차에 치어서 죽었는지,  굶어죽었는지, 병들어 죽었는지는 잘 모르겠고 

주위를 둘러봐도 지나가는 사람도 없고

안타깝지만 바빠서 그냥 지나쳤는데

두고두고 맘에 걸려서 오늘 아침 그 장소로 또 가봤어요.

어제 그대로  있더라구요.

사무실로 가서 비닐장갑,  신문 그리고

여러집을 문의한 끝에 삽을 빌려서

도로 가드레일을 숙이고 들어가 

몇일전 고구마를 캐내고 난 빈밭을 깊이 판 다음

(나중에 무언가를 심기 위해서 밭을 갈더라도 고양이 사체가 훼손 되지 않도록)

신문지를 넓게 펼쳐서 고양이를 안아다가 잘 싸서

"다음 생에는 사랑많이 받을수 있는 집에  집고양이로 태어나라"고

빌어주고 묻어 주었습니다.

고양이를 안아올리는데 많이 가볍지는 않더라구요.

죽은지 얼마 안된 고양이인듯...

삽을 빌려주신 아주머니께서

"그냥 도랑에 내던지지 뭘 그렇게 힘들게 묻어주느냐?" 고 물으셔서

"어제 죽은거 보고서 바로 묻어주지 못해서 가슴이 아파서 오늘이라도 묻어줬다"고 했더니

"그렇게 맘이 여려서 이 험한 세상 어찌 살라고 하냐?" 하시더군요.

저요 지금 오십대 초반인데요.

맘이 여려도 험한 세상 사는데 별 지장 없던데요.

IP : 119.194.xxx.49
1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2.10.26 1:29 PM (124.49.xxx.117)

    험한 세상일수록 고운 맘으로 살아가야 하는 거 맞아요. 수고 많으셨네요.

  • 2. 샬랄라
    '12.10.26 1:30 PM (39.115.xxx.98)

    복많이 받으실 겁니다.

    고양이 한 마리도 이렇게 마음이 쓰이는데
    욕심채우기위해 사람을 죽인 것들 정말
    그런 사람을 좋아 것들도 정말




    님하고 사는 분들은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 3. ..
    '12.10.26 1:32 PM (118.33.xxx.104)

    제가 다 감사합니다. 그 냥이도 고마워할꺼에요.

  • 4. ....
    '12.10.26 1:35 PM (101.235.xxx.96)

    막줄에 웃음이...
    고양이가 고마웠을 거에요.
    아무도 모르게 살다 간 작은 영혼.

  • 5. 샬랄라
    '12.10.26 1:35 PM (39.115.xxx.98)

    다음에 태어난다면 우리 엄마 하고 싶네요.

  • 6. 고마와요
    '12.10.26 1:41 PM (115.90.xxx.59)

    고마와요 원글님, 정말 쉬운일 아닌데 ㅠㅠ
    감사합니다...
    험한세상 살다가느라 고생했을텐데, 이제 편히 쉬겠네요 ㅠㅠ

  • 7. 눈물이...
    '12.10.26 1:43 PM (124.54.xxx.45)

    저는 동물을 무서워해서 만지지도 못하지만 원글님 복받으실거예요.대대로..

  • 8. 보라장
    '12.10.26 1:49 PM (125.131.xxx.56) - 삭제된댓글

    너무 따뜻한 분이시네요.. 죽은 고양이에게도 마음을 나눠주시니.. 제가 다 감사하네요..

  • 9. 감사합니다.
    '12.10.26 1:57 PM (116.121.xxx.214)

    제가 다 감사하네요. 고양이 두마리 키우고있는 입장에서 너무 감사한일이에요.마음이 따뜻한분이세요..이 험한세상, 나까지 독하게 마음먹고 험하게 살면 어떻게 되나요..삽빌려주신아주머니, 삽빌려준건 고맙지만..세상이 꼭 그렇지만도 않거든요. 원글님 감사해요 복받으실거에요.

  • 10. 좋은일
    '12.10.26 2:03 PM (113.199.xxx.172)

    좋은 일 하셨네요.. 고양이도 덕분에 좋은 곳 갔을 거예요

  • 11. 훈훈
    '12.10.26 2:10 PM (211.179.xxx.245)

    마음이 따뜻해지는글... 잘 읽고갑니다..

  • 12. 다른세상
    '12.10.26 2:20 PM (222.121.xxx.219)

    고맙습니다..

  • 13. 꿈꾸는 별
    '12.10.26 2:31 PM (119.194.xxx.49)

    하이고~~ 칭찬들을 많이 해 주셔서 몸 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칭찬 해 주신 모든 분들 제가 더 감사합니다.
    제가 사실은 2009년 1월 17일 이전만 해도 동물들(특히 반려동물)을
    무척 무서워 하고 싫어했었습니다.
    엘리베이터에 동물이 타고 있으면 그냥 보내고 다음 엘리베이터 타고,
    직업상 남의 집을 방문하는 일이 많은데 방문 한 집에 동물이 있으면
    내 다리에 "겅중 겅중"거리거나 "킁 킁" 냄새 맡다가
    옷에 털 한올이라도 붙을까 싶어
    안 들어가고 문 앞이나 현관에서 용무을 해결하려고 하고,
    주변이나 tv에서 동물들을 물고 빨고 하면 입을 삐죽 거리고,
    동물 키우는집 아이가 알레르기라고 하면 그것 보라고 그럴 줄 알았다고 하고,,,,
    이랬던 제가
    19살 먹은 외동딸이 동생을 낳아달라고
    나이차이 너무 나는 동생은 네가 힘들어서(?)(엄마, 아빠 너무 늙어서)안된다고 했더니
    지가 자식처럼 돌보면 된다고 보채는 노래가 흥타령이 될 즈음,
    저 하고는 상의 한마디도 없이
    아빠와 몰래
    저 위에 기술 한날
    딸 친구네 요크셔테리어가 새끼 3마리를 낳았다고
    젖도 덜 뗀 숫놈1마리를 데리고 왔더라구요.
    어른 주먹보다 조금 더 큰 놈이 '비척비척" 걷는데 정도 안가고 참 심란하데요.
    딸이 이름을 하나 지어달래서
    엄마한테 의논도 하지 않고 덥석 데려온게 얄미워서
    "네가 순대, 떡볶이, 만두 좋아하니까 아무거나 하나 골라잡아라" 했더니
    "만두!! 만두가 좋다."
    그렇게 해서 지금 만두를 4년째 키우는데요,
    두~둥 오늘날 저는 지금 만두 엄마가 되었어요.
    아주 그냥 저를 진짜 지 엄마로 알아요.
    만두 목욕수건도 우리 빨래랑 세탁기 같이 돌리구요,
    제가 퇴근 할 시간이 가까워오면 베란다에서 제가 올때까지 내려다 보고 있다가
    문 열고 들어오면 거의 그 조그만 놈이 1미터 가까이 뛰어 올라
    뽀뽀 세레머니를 제가 숨이 막혀 죽으려 할때까지
    콧구멍이고 입속이고 혀가 '들락날락 들락날락'
    제가 장이 안 좋아서 화장실에 좀 오래 앉아 있으면
    걱정스런 얼굴로 들여다 보고 와서 핧아줘요.
    잘 때는 우리 부부사이에 껴주면 네발이 하늘로 향하여 발라당 하고 자요.
    누가 이나이에 지금 나를 우리 만두처럼 사랑 해주고 걱정 해줄까 싶어요.
    지금은 우리 만두 이름이 순대, 만두 할 때 그 만두 아니고
    '찰만' '머리두' 해서 머리가 꽉 찬애라서 '만두'라고 지었다고 우겨요
    우리 만두 때문에 세상의 모든 동물이 안 무섭고 이쁘고 사랑스럽고
    길거리 동물들 보면 가슴아프고 안타깝고 그래요.
    저의 결론은 반려동물은 사람의 마음을 아름답게 움직인다예요.

  • 14. 용기
    '12.10.26 2:35 PM (121.162.xxx.137)

    있으신 분이시네요
    고양이 좋아해도 사체를 만지기는 쉽지 않은 일인데요
    저 중학생때 집에 키우던 고양이가 쥐약을 먹고 죽었어요
    아침에 일어나니 마당에 누워 죽어있었는데..
    학교는 가야하는데 묻어줄 생각도 못하고 울고만 있으니
    아버지가 신문지에 둘둘 말아서 노끈에 묶어서
    마침 집 앞에 온 쓰레기차에 휙 던져 버리셨죠
    죽은 것도 슬펐지만 마지막을 그리 보낸 게 어른이 된 지금가지 마음에 걸렸어요
    그래서 저는 아이들 키우면서 사온 병아리 한 마리도 죽으면 양지바른 곳에 가서 잘 묻어주고
    아이랑 같이 울어줍니다 그게 키우던 동물에 대한 마지막 예의이고
    키우던 사람에게도 치유가 되는 일이더군요
    원글님 참 훌륭하십니다
    님 같은 분들 덕분에 세상이 따스해지는 거 아니겠어요?

  • 15. 악녀
    '12.10.26 2:35 PM (211.114.xxx.131)

    고양이를 대신하여 "감사합니다"라고 말씀 드릴께요.
    마음이 아름다우십니다..

  • 16. ...
    '12.10.26 2:40 PM (211.40.xxx.126)

    정말 고마운 분이세요. '고양이춤'이라는 유기묘 영화 한번 보세요. 눈물 한 바가지 쏟으실거에요. 저는 고양이 무지 싫어했는데, 이 영화보고, 길고양이가 그냥 보이질 않아요. "쟤는 어디서 자고, 밥은 어디서 먹나" 이 걱정이 가득합니다.

  • 17. 좋은 일 하셨어요
    '12.10.26 3:04 PM (110.12.xxx.139)

    위로가 됩니다

  • 18. ^^*
    '12.10.26 4:32 PM (218.154.xxx.86)

    고양이를 대신하여 "감사합니다"22222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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