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맞벌이를 하며 제목처럼 요리를 못합니다. 요리뿐 아니라 살림도 잘 못합니다.
이런 여자랑 사는 제 남편은 제가 요리는 못하는 것에 불만이 아주 많습니다.
결혼 십년 내내 이걸로 많이 싸웠습니다.
일주일에 반은 대충 먹고 반은 외식하고 합니다.
제 남편이 가끔 요리를 하긴 하는데 대단한걸 하는 건 아니지만 본인은 대단한 남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외의 살림은 설거지 가끔 하는것 외엔 맞벌이임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안합니다.
시키면 마지 못해 하는 척 하고 핑계를 대며 하지 않고 다만 아이랑 잘 놀아주는 편이라 그냥 참습니다.
제 주장은 내가 못하면 남편이 하면 되는거 아니냐? 맞벌이 하는데 왜 내가 꼭 해야 하는냐?
살림은 어차피 내가 다 하지 않느냐?
남편의 벌이가 시원찮아서 내가 맞벌이를 하며 짐을 나눠지는데 왜 남편은 짐을 나눠지지 않느냐?
남편 주장은 그래도 요리는 여자가 해야 하고 엄마기 때문에 애 먹을거리에 신경을 많이 써야한다는 것입니다.
남편은 어릴적 외삼촌 집에서 눈치밥 얻어먹으며 힘들게 자라서 "엄마밥"이라는 것에 대단히 집착합니다.
우리 이모도 요리를 못하는데 제 사촌 남동생은 전혀 "엄마밥"이라는 것에 집착하지 않더라구요.
어제도 요리 못하는 문제로 싸우다가 결국 남편 입에서 제가 "모성애"가 부족하다는 이야기까지 나왔습니다.
전 여기서 너무 억울해 졌습니다.
요리 하나 못하는 걸로 "모성애"운운하는데 열이 확 받더라구요.
신세한탄좀 할게요.(신세한탄이니 욕하지 마시구요ㅠㅠ)
나름대로 좋은 환경에서 자라서 괜찮은 대학 나와서 잘먹고 잘살던 저,
똥구멍이 찢어지게 가난한 신랑 만나 덜컥 임신하는 바람에
울엄마 없어도 너무 없는 집에 시집간다고 걱정하시는거 뒤로 하고
실반지 하나 받은거 없이 남편이랑 결혼해서
10년 동안 우리 신랑 저 속 무지하게 썩였습니다.
우리 신랑 흉 보자면 끝이 없지만 (다 쓰면 아마 다들 왜 사냐고 이혼하라고 하실 거에요)
사고 안칠때는 나름 귀엽고 저한테 잘하는 사람이고
애한테도 최고의 아빠이기에 참고 살았습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한편으론 자존심 때문이기도 하고요.
친구들 중에 젤 잘난 편이라고 생각했던 제가 결혼을 제일 잘 못해서
지금까지 제일 가난하게 살거든요.
울엄마 주위에도 저처럼 이렇게 시집간 사람 한명도 없고요...
엄마 한테도 신랑 흉 단 한번도 안봤습니다.
어차피 내가 선택한 일이었고 엄마 뒷목 잡게 하고 결혼한거
더 속상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 좋은 말만 했습니다.
제가 얼마나 참을 인자를 새기며 이 결혼 생활을 유지했는지 모릅니다.
집에 저녁 7시에 와서 언제 밥을 할 것이며 제가 또 손이 엄청 느립니다.
아마 된장찌개라도 끓여서 먹으려면 8시는 되야 할 거에요.
그리고 제가 하면 맛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우리 신랑은 저보다 집에 일찍 올수 있는데도 일찍 오지 않습니다.
그래놓고 요리 못한다고 저더러 뭐라고 하지요.
저 너무 피곤해요. 주말에도 토요일에 애때문에 어디를 다니거든요.
일요일 하루 딱 쉬는데 밀린 청소,빨래 하고 나면 너무 피곤해요...
물론 요리를 못해서 애한테 맛있는거 못먹이는거 미안한데요
애는 어차피 엄마가 한거 맛없다고 안해도 된다고 하더라구요...
내가 십년동안 이 가정을 지키기 위해 피눈물을 흘리며 참아온건 다 어디로 가고
요리좀 못한다고 "모성애"가 없는 여자가 됐을까요?
제가 "모성애"가 없었으면 남편이 정신못차리고 사고칠때 벌써 애버리고 도망갔을 거에요.
오늘 출근하고나서도 화가 안풀려서 글 올립니다.
그러게 요리좀 잘해라 이런 댓글은 ...
정말 똑같이 공부해도 잘하는 애가 따로 있듯이, 저는 요리는 정말 못하겠어요...
그냥 저좀 위로해 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