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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이 여행 가도 될까요?

.. 조회수 : 1,187
작성일 : 2012-10-23 19:21:43

 

이제 결혼한지 1년 반 정도 됐어요.

맞벌이고 딩크로 살고 있죠.

 

남편은 결혼 전부터 지금까지 쭉 일에 매진하고 있어요.

자영업을 하는데.. 본인 손이 안미치면 못미더워하고

취미도 그닥 없는데다 일 하는 걸 즐기는 편이에요.

 

주말도 없고, 명절도 딱히 없고, 여름휴가도 못갔어요.

그렇다고 집안 형편이 여행 한번 못다닐 정도로 힘든 것도 아니구요,

항상 말로만은..

올 여름엔 꼭 ~~가자, 이번 겨울엔 꼭 ~~가자 이렇게 서로 말을 꺼내는데

실행된 적은 한 번도 없네요.

 

저도 일을 하고 있기도하고 원체 돌아다니는 것보다

방콕을 좋아하는 스타일이라 지금껏 별 불만은 없었는데

이번에 우연히 캐나다에 갈 수 있는 기회? 빌미 ㅋㅋ가 생겼네요.

이민간 친구가 초대를 했는데

다른 친구 2명이랑 더불어 일주일 정도 캐나다 친구집에 머무는 형식이에요.

 

아무리 친구라해도 체류기간이 너무 긴 것 같기도 하고,

본인이 좋아서 한다지만 일한다고 눈코뜰 새 없는 남편이 안쓰럽기도 해서

그닥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고 있다가

오늘 아침 대화중에 우연히 이 얘기가 오르게 됐거든요.

 

남편 반응은

그간 어디 못데리고 다녀줘서 미안했는데 이참에 잘됐다, 다녀오란 식이에요.

아마 기간은 내년 초쯤 될 것 같구요.

함께 가는 친구들도 모두 결혼한 유부녀들인데, 그 쪽만 잘 타협된다면 상관없지.. 이런 식.

생각보다 너무 쿨하게 이해해줘서 이상한 기분마저 드네요

 

 

근데 왜 자꾸..

저 자신이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드는지 모르겠어요.

맞벌이긴 하지만 제가 시간적 여유가 훨씬 많은 편이라 남편 식사부터 시작해서

도시락도 간혹 챙기고.. 이렇게 지내고 있는데요,

제가 일주일 혹은 그 이상 집을 비우면 남편 끼니는 잘 챙길까 걱정도 되고..

키우고 있는 개님도 남편 업장엔 따라나가지 못하니 혼자 있던가

친정엄마께 맡겨야 할텐데 그 부분도 염려되구요.

젤 중요한건.. 뭐든 좋은건 함께 나누는 게 부부라고 생각했는데

본인은 괜찮다 하지만 저 혼자 즐기고 온다면..

남편 스스로 본인 처지를 딱하게 여기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ㅠㅠ

 

남자들 화법 상,

오케이는 진짜 오케이라지만 ㅎㅎ(여자들처럼 떠본다거나 그런 것 없이)

괜히 눈치보이고 그렇네요.

가도 될까요?

 

또 한편 생각해보니 좀 섭섭하기도 한게,

지금껏 저는 제가 없으면 남편의 일상의 엄청난 애로가 꽃필거다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가 싶기도 한게..

기분이 묘하네요..

제가 남편입장이라면 혼자 여행다녀온다는거 쉽게 허락하지 못할 것 같은데

쿨하게 이해해주는 거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듭니다.

 

 

 

배부른 소리 집어치고 다녀오랄때 냉큼 다녀올까요? ㅎㅎㅠ

 

IP : 112.145.xxx.47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323
    '12.10.23 7:27 PM (61.72.xxx.121)

    피자만화 아세요?

    피자먹을래? 아니 먹지는않을껀데 시키면 먹을수도있어.

    시킬까? 먹구싶음 시켜..하지만 난 안먹어도 그만 먹어도그만..

    ..
    .
    .
    .

    .
    .
    님 글보니 우유보다 더 느끼하게 우유부단함...;;;보통 이런성격은 이혼은 안하지만..

  • 2. ㅎㅎ
    '12.10.23 7:30 PM (119.202.xxx.82)

    다녀오세요. 그 마음 알 것 같아요. 저흰 애들없고 냥이만 두마리인데 이녀석들 땜에 장기 여행을 못 가요. 결국 남편이 저혼자 다녀오라는데 솔직히 이제 남편없이 뭘 하려니 미안하기도 하고 재미도 없을거 같아 실행에 옮기질 못하고 있어요. 버뜨 전 결혼 10년이 다 되어가는 헌댁이고 이제 일년밖에 안 되셨담 더구나 친구들과 함께라면 눈 딱 감고 다녀오세요. 대신 가기 전에 그리고 다녀와서 남편분께 더더더 잘 해주세요.

  • 3. 원글
    '12.10.23 7:37 PM (112.145.xxx.47)

    323/ ㅎㅎ 피자만화 잘 알죠. 살의를 불러 일으키는 ㅋㅋ
    이래서 넷상 인격은 따로 있다고 하나 봅니다. 살면서 우유부단하단 소린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는데..

    전 그저 배우자 사이에 예의랄까,
    혼자 즐거운 경험을 하는 것에 대해 자책하게 될까봐 염려가 돼 많은 분들 조언을 듣고 싶었을 뿐이에요.
    근데.. 그래서 어쩌라는 건지.. ㅠ
    막상 결론은 말을 안해주시는 군요.
    가라는 말씀이신가요?




    ㅎㅎ/
    아무래도 가는 걸로 결론이 날 것 같긴 합니다. 이런 기회가 아니면 장기여행은 꿈도 못 꿀 것 같단
    생각이 들더라구요. ㅎㅎ
    다녀와서 남편, 더 잘챙겨줘야 겠죠. 어디든 함께 가는게 최선이긴 하나
    형편이 안되면 뭐.. 처한 형편에 따라 잘 적응해얄것 같네요.
    조언 감사해요 ^ㅂ^

  • 4. 냉큼
    '12.10.23 7:38 PM (116.41.xxx.233)

    저같음 좋아라 하면서 갈거 같은데요.
    실제 전 결혼하고 1년반쯤 되서 친정식구들이랑 한달반정도 유럽여행다녀온 적도 있었어요.
    남편은 회사땜시 시간이 안나고...전 회사를 그만둔 터라 가능해서요..
    반대로...전 남편이 시간이 되면 남편혼자 여행다녀오라고 종종 말해요..
    얼마전 남편이 어려운 자격증을 취득하면 남편이 그리워하던 나라를 보내준다고 했는데 막상 취득후..혼자서 못가더라구요..다같이 가고 싶다구요..
    전 혼자서도 얼마든지 잘 갈수 있지만..이젠 꼬맹이들이 있어서..ㅜ.ㅠ;;
    아직 아이도 없으면 일주일정도는 갔다와도 되지 않을까요??

  • 5. 원글
    '12.10.23 7:44 PM (112.145.xxx.47)

    냉큼/
    저도 사실 내심 좋아라 하고 있어요 ㅎㅎ
    혼자 남아있을 신랑생각에 괜히 캥긴달까.. 그런 내적갈등은 좀 겪고있지만
    막상 다녀오면 스스로 더 충전이 돼서 일상에 보탬이 될 것 같단 생각도 들구요.
    아마도 가지 싶습니다 ^^

    남편은 예전부터 인도여행을 가고 싶어하던데.. 생활이 좀 더 안정이 되고,
    남편 스스로 일보다 휴식에 눈을 돌리게 되면 저도 한번 권해봐야 겠어요.

    그나저나 서로 대화가 잘되고, 이해가 높은 부부관계신것 같아 부럽습니다.
    저희도 10년 정도 됐을때까지 그렇게 좋은 관계로 유지됐음 좋겠네요.
    조언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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