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결혼한지 1년 반 정도 됐어요.
맞벌이고 딩크로 살고 있죠.
남편은 결혼 전부터 지금까지 쭉 일에 매진하고 있어요.
자영업을 하는데.. 본인 손이 안미치면 못미더워하고
취미도 그닥 없는데다 일 하는 걸 즐기는 편이에요.
주말도 없고, 명절도 딱히 없고, 여름휴가도 못갔어요.
그렇다고 집안 형편이 여행 한번 못다닐 정도로 힘든 것도 아니구요,
항상 말로만은..
올 여름엔 꼭 ~~가자, 이번 겨울엔 꼭 ~~가자 이렇게 서로 말을 꺼내는데
실행된 적은 한 번도 없네요.
저도 일을 하고 있기도하고 원체 돌아다니는 것보다
방콕을 좋아하는 스타일이라 지금껏 별 불만은 없었는데
이번에 우연히 캐나다에 갈 수 있는 기회? 빌미 ㅋㅋ가 생겼네요.
이민간 친구가 초대를 했는데
다른 친구 2명이랑 더불어 일주일 정도 캐나다 친구집에 머무는 형식이에요.
아무리 친구라해도 체류기간이 너무 긴 것 같기도 하고,
본인이 좋아서 한다지만 일한다고 눈코뜰 새 없는 남편이 안쓰럽기도 해서
그닥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고 있다가
오늘 아침 대화중에 우연히 이 얘기가 오르게 됐거든요.
남편 반응은
그간 어디 못데리고 다녀줘서 미안했는데 이참에 잘됐다, 다녀오란 식이에요.
아마 기간은 내년 초쯤 될 것 같구요.
함께 가는 친구들도 모두 결혼한 유부녀들인데, 그 쪽만 잘 타협된다면 상관없지.. 이런 식.
생각보다 너무 쿨하게 이해해줘서 이상한 기분마저 드네요
근데 왜 자꾸..
저 자신이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드는지 모르겠어요.
맞벌이긴 하지만 제가 시간적 여유가 훨씬 많은 편이라 남편 식사부터 시작해서
도시락도 간혹 챙기고.. 이렇게 지내고 있는데요,
제가 일주일 혹은 그 이상 집을 비우면 남편 끼니는 잘 챙길까 걱정도 되고..
키우고 있는 개님도 남편 업장엔 따라나가지 못하니 혼자 있던가
친정엄마께 맡겨야 할텐데 그 부분도 염려되구요.
젤 중요한건.. 뭐든 좋은건 함께 나누는 게 부부라고 생각했는데
본인은 괜찮다 하지만 저 혼자 즐기고 온다면..
남편 스스로 본인 처지를 딱하게 여기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ㅠㅠ
남자들 화법 상,
오케이는 진짜 오케이라지만 ㅎㅎ(여자들처럼 떠본다거나 그런 것 없이)
괜히 눈치보이고 그렇네요.
가도 될까요?
또 한편 생각해보니 좀 섭섭하기도 한게,
지금껏 저는 제가 없으면 남편의 일상의 엄청난 애로가 꽃필거다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가 싶기도 한게..
기분이 묘하네요..
제가 남편입장이라면 혼자 여행다녀온다는거 쉽게 허락하지 못할 것 같은데
쿨하게 이해해주는 거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듭니다.
배부른 소리 집어치고 다녀오랄때 냉큼 다녀올까요? ㅎㅎ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