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개월 아이 키우고 있어요.
아직 36개월을 채우지 못했으니, 아기라고 볼 수도 있는데,
아기라고 하기엔, 조금 무리가 있더라고요. 이 개월수가.
이제 곧 만 3세가 될텐데, 한국에서는 대개 이 나이면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 같던데, 맞나요?
이 나이에도 집에서 데리고 있는 경우가 흔한지... 궁금해요.
저도 한때는 엄마와의 애착이 제일이라며, 6살에나 유치원에 보낼 생각을 했었는데,
막상 닥쳐보니... 아이가 심심해 해요.
아니, 외로워한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 같아요.
현재 외국에 나와 살고 있는데, 아이가 하루종일 접하는 사람이라곤 저뿐이거든요.
아빠는 바빠서 주말에만 얼굴 볼 수 있고요,
주위에 아는 사람은 있지만, 친하게 지내는 아이는 없어요.
그나마 이웃에 일본 아이가 또래친구가 되어주어 말은 안 통해도, 심적으로 의지가 됐는데,
그 아이마저 어린이집에 가버리니...
저희 아이가 부쩍 외로워해요.
저는 일부러 OO가 어린이집에 갔다는 말을 하지 않았는데,
아이 스스로 "아, OO는 다른 친구들이랑 놀러갔나봐!!"라고 말하더라고요.
그 시무룩한 표정이... 너무 마음 아파서, 이 또래에 엄마 말고 또래 친구가 필요한가? 하는
걱정이 생겼어요.
놀이터라도 있으면 가서 다른 아이들 모습이라도 구경할텐데, 놀이터도 없고요.
같은 한국 엄마들을 인터넷 통해 연락해서 만나봤는데, 만남이 지속되진 않았어요.
나이대도 다르고, 특히 저희 아이랑 같은 개월수가 없고, 다들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어서
집에 하루종일 있는 아이는 저희 아이 뿐이에요.
그런데 저흰 유학생 신분이라 월 100만원에 해당하는 보육료를 감당할 수가 없는 처지이고요,
아이들 프로그램 하는 곳에 가려해도 제 차가 없어서, 또 제가 운전을 하지 못해서 갈 수가 없는 상황이에요.
지금 고민은...
1. 그냥 엄마랑 하루종일 집에 있는 것도 괜찮냐는 것.
원래 제 생각은 아이랑 산책하고, 집에서 미술재료 가지고 놀고, 음악듣고, 하는 거였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남아 도네요. 제가 워낙 에너지가 적은 사람이라, 아이에게 활발히 놀아주지를 못하고요.
집에 있는다면, 또 무슨 놀이를 할 수 있을까요?
가끔은 의욕적인 생각이 일어나, 그래 내가 유치원 원장인 거야, 라며
이것저것 아이와 활동할 거를 생각해보곤 하는데... 더 노력해야 할까요;
2. 그나마 가까운 프로그램 센터가 걸어서 45분 거리던데, 거기라도 갈까요?
아이 데리고 45분이라... 걸어갈 엄두가 안 나지만(왕복은 1시간 30분이네요)
주1회, 45분. 그거라도 갈까요? 음악 프로그램이라 저희 아이가 좋아하는데...
다른 아이들과 조금 뛰기라도 하면, 숨통이 트일 것도 같고요.
무료 아니고, 월 8만원쯤 해요.
가장 좋은 건, 제가 차를 구입해서 아이와 어디를 놀러다닐까 싶은데.
당장 이룰 수 있는 게 아니라서요.
한국말밖에 못하는 아이라, 외부와 소통이 단절되어 있는데. 이대로 키워도 되는지 걱정되네요.
가끔은... 고립되어 있단 생각이 들어요.
다른 엄마들은 물론 아이도 다 친구가 있는데, 저희만 외로운 모녀란 생각도 들고.
그래도 저는 괜찮은데, 아이는 이대로 커도 괜찮은지 걱정이에요.
앞으로 2년 더 이러고 살아야하거든요...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