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항상 고민입니다.
얼마나 헌신적이고 착한딸이 되어야 옳은건지를요.
오늘은 너무 가슴이 답답해서 몇자 끄적여보는데 ..일기싫어하시는 분들은 넘어가셔야해요^^;;;
저는 평범한 30대 중반 미혼 여자에요.
어릴때부터 부모님 잔소리는 거의 들어본적 없고 고3때도 공부하라는 말씀 들어본적 없고
sky 는 아니지만 바로 고 밑에 대학 졸업하고 평범한 직장에서 돈벌고 있습니다.
아빠는 돌아가셨고 엄마는 전문직.
아빠 돌아가시고 너무 돈이 없는 상태에서 직업전선에 뛰어드신거라 통장에 "0" 으로 시작했어요.
정말 성실히 부지런히 산 결과 지금은 지방이지만 집도 샀고 마트가면 먹고 싶은거 장봅니다.
한참 돈이 없을때에는 요구르트 하나, 가공식품 하나 못사먹었어요. 엄마한테 미안해서요.
어떻게보면 그대로 우리집안 망할수도 있었는데
지금 이렇게 살 수 있게 만드신 엄마..항상 대단하고 멋있다고 생각해요.
저의 20대는 항상 궁핍한 상황과 친구들 사이에서의 열등감 속에서 지나간것같아요.
그때는 크게 느끼지못했어요. 나도 모르게 친구들을 피하기도 하고 , 너무 괜찮은척하는 제 모습에 속았다고할까요.
그러다보니 동갑내기 친구들은 깊이 사귀질 못했고 대학졸업과 동시에 다들 멀어졌어요.
항상 마음속에 멍든 제 20대가 남아있지만 그럴수록 더 정신차리고 열심히 산 결과
30대가 지나면서는 그래도 살만하다는 생각 들더라구요.
사람마다 기준은 다 다른거지만
보증금 300 만원짜리 집에서 시작해서 10번 이사한 결과
제힘으로 지금 아주 작은 원룸 전세까지 마련했으니.....저는 제 안에서 작은 성공을 이루었다 자축해요.
앞으로 더 열심히 살면 점점 더 안정되어가겠지란 희망찬 메시지를 갖고 산 30대 였습니다 .
그런데 문제는 엄마가 나이들면서 하나 둘씩 생기네요.
주말이라 집에 가면 바쁘신 탓에 집이 항상 너무나도 엉망이에요.
예전엔 계절마다 커텐이며 이불이며 다 바꾸고 가구 위치 바꾸면 사시던 엄마인데...
마음이 짠해 주말 내내 대청소하고 반찬도 좀 해놓고 오래 먹을 수 있는 음식은 1회용으로 냉동해두고
꽃도 한다발 꽃아놓고 쪽지써두고 옵니다.
딸이니 그정도야 별거겠어요~~
그래도 전문직인데...너무 남루하게 다니는게 보기 싫어 계절마다 옷, 신발 사서 대령하구요
까다로운 취향탓에 몇번이고 서울과 지방를 오가며 환불해서 갖다드려도 잘 입으시면 그거로 만족...
일찍 남편을 여의셔서 그런지 투정이 날로 늘어납니다. 거의 매일 통화하는데 주말에는 거의 두시간을 통화할 정도로..
저도 평일에 투잡을 뛰는지라 주말에 정말 말한마디 안하고 쉬고 싶을떄가 많은데
그래도 어째요..엄만데요. 제가 들어줍니다.
돈을 빌려주셨대요. 몇천만원. 준다준다 하고 못받은지 몇년이 지났답니다. 그 얘기를 이제서야 해요.
구멍난 팬티입어가며 모은 피같은돈 ...어쨰 남을 빌려줄 생각을 했을까요?
어떤 노무 새끼가 와서 돈 빌려달라고 매달렸을까 욱하는 마음부터 들어요.
월세 내고 안살았으면 지금보다 제가 얼마를 더 모을 수 있겠단 생각 참 많이도했어요.
지방에서 오거나 더더 시골에서 온 애들도 보면 나이먹으며 집에서 좀 도와주셔서 전세살며 돈 모으더라구요.
엄마 전문직이시고 버는돈 적지는 않았는데 엄마한테 입한번 뻥끗 안했어요.
제가 좀 힘들더래도 엄마 저렇게 노후 준비 잘해두시면 당신이 편하시니...부디 그렇게 사시라고 .
가끔은 돈있냐? 좀 보태주까? 단 한번을 안 물어보시는 엄마에게 너무나 냉정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남편없는 여자마음이 저렇겠거니 ...싶어 지금껏 엄마한테 머리핀 하나라도 받아본적이 없습니다.
이런 마음까지 더해져 돈빌려가서 안갚는 놈...당장 찾아가 자식들 보는 앞에서 망신주고 싶더라구요.
요며칠 그런 나쁜 생각들로 제 머릿속이 지옥입니다.
조만간 현명한 방법으로 뒷처리 해드려야지요.
본인 노후 준비 하신다고 연금이니 보험이니 좀 많이 들어두셔서
자꾸만 현금이 없다 하십니다. 버는돈이 다 거기로 빠져버리니까요.
사람이 살다보면 현금이 필요할떄가 있고
이제 60대 중반이란 나이인데 친구들이랑 슬슬 여행이라도 다니시면 좋으련만
일도 바쁘지만 돈을 써야한다는 압박에 여행도 잘 다니시지 않아요.
작은 땅 좀 사두고 보험들고 연금들고 ...심지어 얼마전에는 현금이 없는데 결제대금이 모자란다고
저한테 돈을 부탁하십니다. 너무너무 놀랐습니다 저는...
제가 버는돈은 엄마가 버는돈에 비하면 정말 새발의 피 정도인데 제 돈이 이젠 엄마한테까지 가야하다니..
있는데 없다고 할수도 없고 일단 보내드린다 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기분이 너무 우울해요.
엄마는 사는게 재미가 없고 우울하고 밥맛도 없고 ....
제가 엄마의 재간둥이가 못되어드림이 참 죄송스럽지만
더이상 제가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집에가면 우울한 얘기 가능한 안하고 최대한 엄마 웃게 해드리고 옵니다.
서울로 오는 기차를 타는 순간 저는 두통이 오고 기진맥진..너무 말을 많이하고 와서요.
갈 계획이 없다가도 주말에 통화해서 엄마 목소리가 안좋거나 기분이 좀 그러면
점심때 갔다가 저녁에도 오고 ..그러기를 매달 반복입니다.
엄마 당신이 힘든 얘기 하다보면 결국은 일찍 죽은 남편탓. 아직 결혼안한 자식탓.
너네 아니면 내가 이렇게 안산다......
저는 언제까지 죄인이어야할까요
엄마한테 더 죄송하게도 저는 결혼생각이 없습니다.
원래도 삶에 열정이 많고 욕심도 많은데 저의 20대가 너무 허무하게 지나가서..
저는 앞으로도 할일이 많거든요. 그래서 괜히 결혼해서 한남자한테 피해주기 싫어요.
벌고 제 노후준비하고 틈틈히 여행가고 취미생활하고 ..그리 살 계획입니다.
엄마 돌아가실때까지 제가 죄인이겠지요?
이런 삶이 대부분의 자식들이 사는 평범한 삶이라 하시면 제가 더 넓은 마음 먹고 받아들이려구요.
다들 한말씀씩 해주셔도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