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시어머니의 부탁으로 시어머니의 조카뻘되시는 분의 집에 심부름을 가게 되었어요.
부탁은 김치 3통을 갖다드리는 거였는데 그 분이 그 날 하루종일 일이 있으셔서 그냥 현관문 바깥에 가져다놓기로 했어요.
분실위험은 없는 상황이었구요.
저희 집은 경기도 신도시, 그 분댁은 강남...아무튼 그 걸 가지고 그 댁 현관에 잘 내려놓고 나니
제가 알기로 그 분이 성당에 열심히 나가시는 걸로 알고있는데 현관에 아무런 표식이 되어있질 않는거에요.
왜, 성당다니시는 분은 보통 교우의 집 이라던가 무슨무슨 성당이라는 표식이 붙어있고 교회다니시는 분들도 붙어있잖아요? 그래서 갑자기 걱정이 되더라구요. 혹시 주소를 틀리게 적어와서 내가 엉뚱한 집에 내려놓은거 아닌가 하는..
집에 있는 전화번호부에 주소가 적혀있는데 집에 비어있는 상황이라 전화해서 물어볼 수도 없고
받으실 분하고 저는 좀 어려운 사이라 그 분께 확인하기도 그렇고 해서 어쩌나~하고 내려오는데 1층 입구 우편함에 우편물이 몇가지 꽂힌게 보이더라구요.
그순간 우편물의 이름하고 대조해보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떠올랐어요. 그 분의 성함을 알고있었거든요.
그래서 우편함으로 다가가 쓱~ 흝어봤는데(꺼내지는 않았어요. 책자같은 우편물들이어서 바깥으로 튀어나와 있었거든요) 그 분 성함이 맞더라구요. 그래서 상쾌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는데
그 날 저녁 그 분에게 전화가 왔더라구요.
뭐, 한참동안 김치담그느라 수고했네...저희 아이들 안부 한참 얘기하다가
갑자기 빠른 말투로 얘기하길," 근데 아까 수위아저씨가 우편물을 가져왔더라구, 그래봤자 다 돈내라는 고지서지만 말야. 아무튼 김치 고맙고 다음에 봐~" 전화는 이렇게 끊겼고 너무 순식간이어서 전 아무 변명도 못했고요...ㅠㅠ
제가 우편함근처에 서있는걸 경비아저씨가 봤나봐요. 제가 몇호에 방문한다는것도 알고있었고요.
남편은 그냥 잊어버리라고 하는데 저는 너무 찝찝해요. 힘들게 담근 3가지 종류의 김치를 솔직히 저랑 아무 상관없는 분한테 갖다드리는것도 (몇년째 김장을 대 드리고 있지만 직접 배달까지 한건 처음) 짜증나는데 이건 뭐 어쩔수 없는 상황이라 포기하고 좋은 마음으로 합니다. 그 분이 저를 남의집 우편물이나 뒤지는 사람으로 생각한다는게 좀 억울하기도 하고
이런 상황을 만든 제 자신도 한심하고...
그 분 성격이.....결벽증이 엄청나거든요. 며칠이 지났는데도 그 생각만 하면 머리가 아파 여기에 써요.
아주 가끔 만날 일은 있는데 그 때 전후사정을 얘기해야 할까요? 아님 그냥 덮고 지나가야 하나요?